"한국인 감독 가능성 보여준 허정무 감독 선전에 박수를"

[김강남 관전평] 수비 조직력 더 보완해 우루과이 공격 막아야

한국이 외국에서 치른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16강전에 진출했다. 축구인으로서 감회가 남다르다.

이전에도 한국 대표님에는 좋은 감독이 많았다. 김정남, 이회택, 김호, 차범근 감독은 모두 좋은 팀을 만들어 한국의 월드컵 도전사를 썼었다. 그러나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이 4강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하면서 외국인 감독 대세론이 자리를 잡았다.

허정무 감독은 이 물결을 역류해 다시 한국인 감독이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는 계기를 이뤘다. 성적에 대한 압박감이 컸을텐데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다. 그 동안 히딩크 감독의 인상이 너무 강하다보니, 허정무 감독이 지역예선에서 좋은 성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미덥지 못한 시각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았다.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심정이었다.

오늘 경기는 이런 의혹의 눈초리를 씻는 계기가 됐다. 나이지리아 선수들의 개인기량과 체격조건은 우리 선수들보다 월등했지만 허정무 감독은 체력과 기술뿐만 아니라 전술까지 혼합돼야 좋은 축구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 허정무 감독이 박주영을 격려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는 장점인 스피드와 조직력을 잘 살렸다. 그리고 골문에서의 집중력도 과시했다. 미드필드에서부터 압박을 효과적으로 했고, 선수들은 감독의 작전을 잘 이행했다.

그리스전과 마찬가지로 이른 시간에 나온 이정수의 만회골이 큰 의미를 가졌다. 이로 인해 우리 선수들이 제 페이스를 되찾아올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하차한 곽태휘 선수가 있었더라면 이정수와 마찬가지로 세트피스 상황에서 좋은 찬스를 많이 보여줬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박주영의 골도 팀은 물론 개인에게도 큰 의미가 있었다. 아르헨티나전의 자책골로 인한 부담을 훨훨 떨쳐냈을테니 내 마음도 한결 가볍다. 박주영의 슈팅 감각이 점차 살아나고 있어 지금으로서는 원톱으로 세울 수 있는 가장 좋은 공격옵션이다.

중앙 수비수인 조용형과 이정수의 안정된 수비 지휘도 돋보였다. 체격조건이 월등한 나이지리아 선수들의 공격을 잘 방어해 중앙을 안정시켜준 게 무승부의 원동력이 됐다.

논란의 중심에 선 염기훈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고 싶다. 염기훈은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상대팀에 비해 전력이 떨어지는 우리의 수비를 강화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선수다. 한국은 사실상 박주영을 원톱으로 세운 팀이다. 염기훈이 활발한 움직임으로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까지 잘 가담해주기 때문에 상대의 속공을 사전 차단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기성용도 점차 슛 감각을 끌어올리는 것 같아 반갑다. 오늘도 세트피스 상황에서 좋은 연결을 해줬고, 날카로운 중거리슛도 선보였다. 다만 아직 시야가 넓지 못해 이 점을 보완해주길 바란다. 젊은 선수이니만큼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경기를 하면 할수록 성장하고 있다.

쓴소리를 하자면, 오늘도 우리 수비는 완벽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전 이후로 논란을 빚었던 오른쪽 풀백 문제가 대표적이다. 오늘 선발 출장한 차두리는 활발한 공격가담 능력을 과시했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도 있었다. 비록 왼쪽 측면이 돌파되긴 했으나, 선제골 장면에서 차두리는 뒤에서 쇄도하던 상대 선수를 놓쳤다. 아직 우리 수비에 보완할 점이 많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천만다행으로 무승부로 경기가 끝났지만 상대가 우리 문전에서 볼을 끊어낸 후 곧바로 감행하는 역습에 두 차례나 결정적인 실점 찬스를 내줬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만약 실점으로 이어졌다면 16강 진출이 좌절될 뻔했다.

16강전에서 맞붙을 우루과이전은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다. 우루과이는 남미축구의 정수를 보여주는 팀이면서도 브라질 등과는 다른 색깔을 가졌다. 유럽축구의 몸싸움을 잘 접목해 경기를 풀어나간다. 우리 포백라인이 안정을 찾아야 한다. 포를란과 같은 유명 선수를 커버플레이하다가 다른 선수에게 찬스를 내줄 수 있다.

결국 우루과이전도 해법은 수비력 강화에 있다. 미드필드와 최송 수비라인의 간격을 좁혀서 상대를 이중적으로 에워싸는 경기를 펼쳐야 한다. 먼저 수비부터 안정돼야 공격력도 강화된다.

▲김강남 서울 유나이티드 감독

조커 활용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이동국과 안정환, 이승렬을 새 공격옵션으로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이동국과 안정환의 경기감각이 많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두 선수가 우루과이의 안정된 수비벽을 뚫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제 지면 탈락이니만큼, 모험적인 선택을 할 수는 없다. 팬들의 눈에 100% 성에 차지 않을지 몰라도 현재의 공격 포메이션을 흔들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지는 경기를 하게 된다면 공격력 강화에 전부를 쏟아부어야 하는 만큼, 이동국과 박주영의 투톱, 혹은 이승렬이나 김재성의 돌파력을 이용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본다. 김남일은 비록 나이지리아전에서 실수를 했으나, 여전히 조커로서 좋은 대안이다.

다시 한 번 16강전에 진출한 우리 선수들과 허정무 감독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