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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조 나탈리 감독 "SF는 불편한 진실을 상상력 통해 드러내는 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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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조 나탈리 감독 "SF는 불편한 진실을 상상력 통해 드러내는 장르"

[핫피플] <스플라이스> 홍보차 한국 방문한 빈센조 나탈리 감독, 기자간담회 가져

<큐브>로 주목을 받은 빈센조 나탈리 감독의 최신작 <스플라이스>가 21일 낮 언론시사회를 갖고 언론 및 배급 관계자들에게 먼저 공개됐다. 영화상영 후에는 영화홍보차 내한한 빈센조 나탈리 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가 이어졌다.

영화 <스플라이스>는 제약회사 산하 연구소에 근무하는 젊은 생화학자 부부인 클라이브와 엘사가 여러 종의 동물들과 인간의 DNA 및 유전자를 결합해 비밀리에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킨다는 이야기다. 윤리적 갈등과 고민을 경험하기는 하지만, 이들은 새로이 탄생한 생명체에 부모로서의 애정을 갖는다. 새로운 생명체에 이들이 붙여준 이름은 '드렌'. 그러나 드렌이 성장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성향과 행동들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이들은 패닉에 빠진다. <피아니스트>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는 에이드리언 브로디와 캐나다 아역배우 출신의 사라 폴리가 각각 클라이브와 엘사 역을 맡았다.

▲ 영화 <스플라이스> 중 한 장면.

빈센조 나탈리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면서 참조하거나 영향을 받은 작품은 제임스 웨일 감독의 31년작 <프랑켄슈타인>과 캐나다 감독인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작품들이다. 그러나 영화의 구상을 시작한 것은 95년 BBC를 통해 전세계에 공개된 '사람의 귀가 이식된 쥐'에 관련한 실험을 접하면서다. 처음 영화를 구상할 때만 해도 "관객들이 이런 컨셉을 일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시대를 오랫동안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이후 영국과 미국 등에서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인간 유전자와 동물 유전자를 이용한 실험들이 다양하게 진행되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척을 보이면서, "이제는 영화가 실제 현실의 속도를 따라가기 벅찰 정도가 됐다." 그가 서둘러 <스플라이스>를 완성해야겠다며 박차를 가했던 이유다.

그러나 <스플라이스>의 제작이 그리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새로운 피조물의 성별이 여성으로 설정된 이유에 대해 "내가 남자이기 때문"이라고 농담을 건넨 나탈리 감독은, 영화 속에 모사된 성적 관계 등을 헐리웃에서 처음부터 매력적으로 여겼던 것은 아니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오히려 가장 오래된 영화사에 속하는 프랑스의 고몽 사가 이를 상업성이 있다고 판단해주면서 비로소 제작에 활기를 맞았다는 것.

▲ <스플라이스> 홍보차 한국을 방문한 캐나다 감독 빈센조 나탈리가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프레시안

이제껏 만들어진 수많은 크리처 영화들과 자신의 영화가 다른 점에 대해 "많은 경우 영화 중반 크리처들이 탈출해 여러 가지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지는 것으로 진행되는 반면, 내 영화에서는 오히려 크리처가 이를 창조한 과학자 부부에게 일종의 인질이 되면서 발생하는 심리적인 공포를 그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나탈리 감독은 <스플라이스>에서 과학적 신기술로 인한 생명창조와 그로 인한 비극이라는 고전적인 플롯을 취하면서도, 이를 풀어가는 데에 있어 '가족 간의 관계'라는 면에 방점을 찍었다. 나탈리 감독이 이 영화를 "한편으로는 가족영화이기도 하다"고 말한 것도 그 때문이다.

영화에서 또렷하게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여주인공인 엘사는 어릴 적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트라우마를 가진 여성으로 그려진다. 드렌의 지적 수준을 조사한다며 알파벳 놀이를 시키는 장면에서는 피실험체를 앞에 둔 과학자보다 어린 자식에게 말과 글을 가르치는 어머니의 모습이 더 겹치는 게 사실이다. 나탈리 감독은 "이 영화는 한 여성이 어머니가 되어가는 과정을 다루는 영화이기도 하다. 아이가 어릴 적에는 무조건의 모성을 베풀지만, 아이가 자라나 자신의 독립적인 성격을 갖게 되면서 통제할 수 없게 되자 견딜 수 없어 한다"고 덧붙였다.

▲ ⓒ프레시안
영화는 이 과정에서 진짜 가족관계에서라면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들을 연이어 배치한다. 엘사의 모호한 어린 시절과 관련해 영화에 중층적인 매력과 의미들이 덧붙여지는 것도 이런 설정에 힘입은 바 크다. 파괴되고 부서진 현대 가족의 비극을 은유하는 영화로 보이는 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 때문에 거부감과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는 관객들에게 나탈리 감독은 "사실 이런 컨셉은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어디에서나 불편하게 여길 만한 이야기다. 그러나 SF 판타지는 원래 사람들이 불편해 하거나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이야기들을 일종의 판타지로 포장해 제시하곤 한다. 그 불편함이 내가 애초부터 의도한 요소들 중 일부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영화 속에 드러나는 프로이드적 설정, 외디푸스 컴플렉스와 엘렉트라 컴플렉스 역시 애초부터 감독이 의도한 설정이라는 얘기다.

<스플라이스>의 엔딩은 관객들에게 속편을 기대하기에 충분한 장면이다. 그러나 나탈리 감독은 "속편을 예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엘사에게는 그러한 엔딩이 가장 알맞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빈센조 나탈리 감독은 속편 제작 가능성을 굳이 강조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아 여지를 남겼다.

한편 박찬욱 감독의 <박쥐>와 봉준호 감독의 <괴물> 등을 언급하며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기도 한 나탈리 감독은 이 영화들이 "상업적 장르의 형태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서 관객들을 미래로 인도하는 영화들"이라고 평하면서, 자신의 영화 역시 그런 영화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빈센조 나탈리 감독은 이후 각종 인터뷰 및 장준환 감독과의 대담을 비롯해 다양한 영화홍보 활동을 하고 귀국할 예정이다. <스플라이스>는 7월 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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