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에서 4대강 죽이기 중단이라는 국민의 뜻이 명확히 밝혀졌음에도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4대강 죽이기를 더욱 급속히 강행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은 폐기하나 '4대강 살리기'는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미 두 사람이나 목숨을 바쳐서 '4대강 살리기'의 중단을 요구했으나 이 대통령은 또 다시 경부고속도로에 비유하며 '4대강 살리기'의 강행을 선언했다.
'4대강 살리기'의 실체가 '4대강 죽이기'이자 '대운하 1단계'라는 지적에 극렬하게 비난을 퍼붓는 자들이 있다. 이 자들은 '4대강 살리기'에 대한 비판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반대라거나 심지어 '좌파의 모략'이라고 주장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참패한 데에는 '4대강 살리기'에 대한 수많은 전문가와 성직자의 비판마저 이렇듯 '무조건 반대'라거나 '좌파의 모략'이라고 주장한 자들의 문제가 크게 연관되어 있다. 4대강 죽이기 문제에 대한 전문가의 과학적 비판과 성직자의 윤리적 비판을 '무조건 반대'라거나 '좌파의 모략'이라고 주장하는 것의 문제는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 이런 주장을 하는 자들의 문제도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
여기서 문제의 근원을 다시 따져보면 역시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내일을 여는 역사> 최근호에 '4대강 살리기'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분석한 '토건 망국을 향한 토건 담론'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 결과는 명확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실상 모든 소통을 거부하고 극히 일방적인 발언을 거듭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이 우리의 강들에 대한 일방적인 비하론과 자신의 정책에 대한 일방적인 칭송론으로 이루어졌다. 대통령이 극히 일방적인 발언을 거듭하며 과학적 비판을 무시하고 막대한 혈세를 투여해서 잘못된 정책을 강행하고 있으니 잘못된 주장을 하는 자들이 기승을 부리는 것도 당연하지 않겠는가?
▲ 이명박의 토건 담론-구성. ⓒ프레시안 |
'4대강 살리기'에 대한 과학적 비판을 '무조건 반대'라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무조건 찬성'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사실 그 이면을 살펴보면 대체로 '무조건 찬성'의 실체는 막대한 사업비와 보상비에 현혹된 '조건부 찬성'일 것이다. '무조건 찬성' 쪽은 이미 명백히 드러난 파괴의 실상조차 부정한다. '4대강 살리기'의 현장은 공사 과정에 있기 때문에 참혹해 보일 뿐이라는 것이다.
강변의 암반과 숲을 모조리 파괴하는 현장을 생생히 기록한 동영상을 보면서도 이런 주장을 한다. 학살의 현장을 저지하지 않으면, 참담한 학살의 역사만이 남을 뿐이다. 4대강 죽이기를 한사코 '4대강 살리기'라고 우기면서 강행하면, 결국 4대강은 완전히 파괴되고 참혹한 파괴의 역사만이 남을 것이다.
그런데 '4대강 살리기'를 칭송하는 사람들 중에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남다른 소신과 이론을 갖고 있어서 '4대강 살리기'를 칭송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 중에서 때로는 과학적 견해가 다른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사람은 '운하반대교수모임'이나 '4대강 죽이기 저지 범대위'의 전문가들과 국민 앞에서 끝장 공개 토론을 통해 누가 잘못인가를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토론조차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불안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은 그 누구보다도 국민 앞에서 끝장 공개 토론을 해야 하는 당사자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요구를 2008년 3월부터 지금까지 사실상 계속 거부하고 있다. '국민대토론회'가 올바른 형식으로 반드시 성사되어 잘잘못을 꼭 가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국민 앞에서 끝장 공개 토론을 하는 대신에 생태학자를 '4대강 살리기'의 찬성자로 영입하는 것으로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을까? 최근에 '4대강 살리기 본부'의 환경부본부장 공모에 차윤정 박사가 선정되었다는 보도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차윤정 박사는 '4대강 살리기'에 반대하는 뜻을 신문에 밝혔던 숲 보호자로 잘 알려져 있다.
숲을 보호하는 사람이라면 '4대강 살리기'에 결코 찬성할 수 없다. '4대강 살리기'는 강을 죽이는 것뿐만 아니라 강변의 숲을 죽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차윤정 박사는 돌연 뜻을 바꿔서 1급의 고위직인 '4대강 살리기 본부'의 환경부본부장이 되었고, "강을 장사지낼 수 없기에 강을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 도리밖에 없다"는 기가 턱 막히는 발언을 했다. '4대강 살리기'가 바로 멀쩡한 강을 '장사지내는 것'이 아닌가?
ⓒ프레시안(손문상) |
"숲으로 들어갈 때 나는 반드시 몇 번 헛기침을 하고는 '숲의 정령들이여, 제가 들어갑니다. 받아주세요'라고 읊조린다. 갑작스런 침입으로 뭇 생명들이 놀라 공포를 느끼거나 노여워 할까봐."
기가 턱턱 막힐 뿐이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포클레인과 불도저와 트럭, 그리고 심지어 폭약으로 강과 숲을 파괴하는 '4대강 살리기 본부'의 환경부본부장이 될 수 있는가? 혹시 그의 눈에는 폭약과 포클레인과 불도저와 트럭이 강과 숲의 정령으로 보이는가? 그가 생각했던 숲의 정령은 무엇이며, 그가 소중히 여겼던 뭇 생명은 과연 무엇인가?
더 큰 문제는 정치 쪽에 있다. 박준영 전라남도 도지사의 주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대한 가장 강력한 지원일 것이다. '4대강 살리기'는 '한반도 대운하'가 아니며 필요한 토건 사업이라는 그의 주장은 자기가 속한 민주당의 당론을 정면으로 반대하고 한나라당의 당론을 적극 찬성하는 것이다.
박준영 전남 지사는 민주당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정당의 문제를 떠나서 박준영 전남 지사의 주장은 사실과 어긋난다는 점에서 더욱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영산강의 수량은 부족하지 않으며, 수질은 하구언의 건설과 부실 관리로 하류에서 심각할 뿐이다. '영산강 살리기'는 '영산 운하 만들기'이며 결국 '영산강 죽이기'이다. 박준영 전남 지사가 정말 자기가 옳다고 확신한다면, 국민 앞에서 끝장 공개 토론을 통해 민주당 지도부와 전문가들을 깨우쳐주기 바란다.
차윤정 박사는 어떤가? 그는 이미 확실히 루비콘 강을 건넌 것 같다. <숲의 생활사>의 뒷면에는 정재승 교수의 '추천사'가 적혀 있다. 그는 이렇게 썼다.
"미국의 자연주의 소설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대지에 엄숙함을 더해주는 숲이야말로 생명의 가장 소중한 진리를 전하는 스승'이라고 했다. 소로의 글을 빌려 표현하자면, 오랫동안 숲에 관해 아름다운 글을 써온 저자는 숲의 가르침을 전하는 '감동적인 설교자'다."
사실 헨리 소로는 '자연주의 소설가'가 아니라 하버드대에서 공부한 철학자로서 랠프 에머슨과 함께 자연을 중요시한 미국 초절주의 철학의 대표자이다. 소로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콩코드의 숲 속에서 짧은 일생을 보내면서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 이제 정재승 교수의 '추천사'는 철회되어야 하지 않을까?
오늘날 소로는 무엇보다 <월든>이라는 생태주의 저서의 저자로서 널리 알려졌지만, 노예 해방과 전쟁 반대의 신념을 밝힌 <시민의 불복종>이라는 평론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소로가 32살이었던 1849년에 처음 발표된 <시민의 불복종>은 오랫동안 잊힌 글이었으나 마하트마 간디가 자신을 가르친 글로 소개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는 소로를 자신의 스승으로 여겼다. 강승영 씨의 번역으로 1999년에 번역된 <시민의 불복종>(이레 펴냄)을 다시 읽었다. 복잡한 이론은 없어도 넓은 통찰과 깊은 실천에서 빚어진 맑은 구절들이 많다. 그 중에서 정부의 문제와 시민의 책임을 간명하게 제기하는 몇 구절을 제시한다. 4대강 죽이기를 저지하고 생명과 자연을 지키기 위해 우리의 마음에 새겨야 될 구절들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국민이 자신의 뜻을 실행하기 위해 선택한 하나의 방식에 지나지 않지만, 국민이 그것을 통해 행동을 하기도 전에 정부 자체가 남용되거나 악용되기 쉬운 것이다."
"당신의 온몸으로 투표하라. 단지 한 조각의 종이가 아니라 당신의 영향력 전부를 던지라."
"나로서는 이러한 정부에 복종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불복종의 처벌을 받는 것이 모든 면에서 잃는 것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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