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국민 절반이 MB 편?…"당신도 '불도저'를 지지합니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국민 절반이 MB 편?…"당신도 '불도저'를 지지합니까?"

[홍성태의 '세상 읽기'] '불도저 정치'는 이제 그만!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큰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방선거 결과는 한마디로 한나라당의 참패와 민주당의 압승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단순히 정당에 대한 지지의 변화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큰 잘못이다. 이런 변화가 나타난 원인을 살펴야 한다. 이렇게 본다면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한나라당이 잘못된 정책을 잘못된 방식으로 강행한 것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다. 다시 말해서 문제의 핵심은 잘못된 정책을 잘못된 방식으로 강행한 것이다. 잘못된 정책을 추진하는 것만도 큰 잘못을 범하는 것인데 그것을 잘못된 방식으로 강행하는 것은 더욱 더 큰 잘못을 범하는 것이다.

아무리 방송을 장악하고 인터넷을 억압해도 국민들이 진실을 깨닫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박정희와 전두환의 강력한 독재도 결국 진실을 깨달은 국민들의 올바른 선택에 의해 무너지고 말았다. 한나라당의 어떤 의원은 트위터 때문에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졌다고 주장한 모양이다. 그러나 사실 트위터의 이용도 대단히 강력히 규제되면서 위헌의 문제를 또 다시 빚고 말았다.

트위터로 대표되는 새로운 미디어의 영향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는 자명한 사실이다. 한나라당은 트위터 때문에 진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정책을 잘못된 방식으로 강행했기 때문에 졌다. 트위터의 이용이나 규제보다 더욱 더 중요한 것은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다. 국민들이 요구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한나라당이 국민들의 뜻을 무시하고 강행한 잘못된 정책들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역시 '4대강 살리기'일 것이다. '4대강 살리기'의 실체는 생태적으로 '4대강 죽이기'이며 물리적으로 '대운하 1단계'이다. '4대강 살리기'는 생명의 젖줄인 4대강을 대대적으로 파괴하는 토건 사업이라는 점에서 그야말로 '토건국가의 극단화'에 해당되는 것이다.

이것은 병적으로 비대한 토건업에 막대한 사업비를 제공하고 지역의 일부 지주들에게 막대한 보상비를 제공해서 강력한 정치적 지지를 받는 토건국가의 구조적 문제를 떠나서는 올바로 이해될 수 없는 토건 사업이다. 이 때문에 70퍼센트가 넘는 국민들이 반대의 뜻을 밝히고, 수많은 전문가들과 성직자들이 중단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겨우 3년 동안 무려 30조원의 혈세를 퍼부어서 4대강을 죽이겠다는 것을 어떻게 용납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문수 스님은 '4대강 살리기'를 저지하기 위해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소신공양'을 했으며, 4대 종단의 주요 성직자들은 문수 스님의 거룩한 뜻을 이어서 '4대강 살리기'를 꼭 저지하겠다고 다짐했다. 너무나 위험하고 안타까운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방송을 장악하고 인터넷을 규제하고 천안함 침몰을 잘 활용하면 '4대강 살리기'에 대한 국민적인 반대도 무마하고 지방선거에서 대승할 것이라고 확신했던 것 같다.

이제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졌다. 한나라당은 서둘러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다. 20대가 투표하지 않기를 바라는 노인 정당, 여성을 뉴스도 보지 않는다며 무시하는 마초 정당, 민주당조차 '좌빨'로 몰아가는 색깔 정당, 그리고 '4대강 죽이기'를 강행하는 파괴 정당의 미래가 밝을 수는 없다.

그런데 지방선거가 한나라당 대 민주당의 구도로 치러지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이명박 대통령 대 민주당의 구도로 치러졌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사실 이명박 대통령의 참패와 민주당의 압승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한나라당이나 모두 여론조사 결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이라며 지방선거 압승을 예상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수 스님이 '소신공양'을 한 다음 날인 6월 1일 오전에 한나라당의 홍준표 의원이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하면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확인되는 것으로 보고 추진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밝힌 것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4대강 살리기'는 물론이고 세종시 줄이기와 방송 장악에 대한 국민적인 우려와 불안이 잘 드러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자신감의 원천이었던 여론조사 결과는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혹시 천안함 대응에서처럼 자료 왜곡의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해 <미디어오늘>의 류정민 기자는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 조작이었다'고 지적했다. '민심'을 호도하고 '표심'을 왜곡하기 위해 잘못된 여론조사와 잘못된 언론 보도가 자행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류 기자는 '이명박 대통령 '국정 지지도 50퍼센트' 진실일까'라는 기사에서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5월 9일 밝힌 '국정 지지도'를 그대로 받아쓴 <서울신문> 기사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 기사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여론조사 기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십니까?'라는 문항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대목이다. 여론조사가 주요 연구 방법으로 사용되는 사회학에서는 초보적인 상식이지만 여론조사와 여론 조작은 사실상 동전의 양면이다.

결국 투명하지 않은 여론조사의 결과를 내세워서 잘못된 정책을 잘못된 방식으로 강행하고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두고자 했던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시도는 진실을 잘 알고 있는 국민들에 의해 여지없이 응징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 결과에 대해 커다란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좀처럼 하지 않던 참모진 개편과 내각 개각의 계획이 발표되었다. 참모진과 내각의 변화도 당연히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잘못된 정책을 잘못된 방식으로 강행하지 않는 것이다. 수경 스님은 문수 스님의 추모제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정치를 하라고 말했다. 정치는 단순히 사람들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바르게 다스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정치인부터 바르게 살지 않으면 안 된다. 언제 어디서나 그것은 국민들의 뜻을 존중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 폭약, 트럭, 불도저, 포클레인 부대에 의해 대대적으로 파괴되는 남한강의 모습. 전쟁터인 것같기도 하고, 지옥인 것 같기도 하다. ⓒ4대강범대위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는 국민들의 뜻을 존중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나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를 '불도저 정치'로 부르고자 한다. 그는 스스로 불도저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불도저는 1920년대에 미국에서 트랙터를 개량해서 만든 기계로 빠른 시간에 많은 흙을 밀어내기 위해 사용된다.

생태적으로 보자면 자연을 빠르게 파괴할 수 있는 기계이다. 이런 기계를 자랑으로 여기는 것은, 아무리 컴퓨터가 달린 것이라고 해도, 시대의 흐름에 걸맞지 않은 것이다. 사실 개발독재 시대에도 불도저는 좋은 상징이 아니었다. 불도저가 별명으로 붙었던 최초의 정치인은 김현옥 전 서울시장이다. 그에게 붙은 '불도저 시장'이라는 별명은 결코 좋은 뜻을 담고 있지 않았다. 그는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기 개발을 강행하다가 결국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와우아파트 붕괴 사고를 일으키고 말았다.

'불도저 정치'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파괴의 문제이다. 불도저를 대거 투입해서 강을 대대적으로 파괴하고 죽이고 있이는 것을 하루빨리 중단해야 한다. 둘째, 불통의 문제이다. 일찍이 김현옥 전 시장이 잘 보여주었듯이 불도저는 일방적으로 정책을 강행하는 것을 뜻한다. 아무리 이명박 대통령이 불도저에 애착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불도저를 자신의 별명으로 자랑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자신을 불도저라고 자랑한 정치인이 이 세상에 또 있는가? 불도저는 필요한 기계이기는 하지만 조심스럽게 제한적으로 사용되어야 하는 기계이다. 플라톤의 철학자 정치인은 비현실적이면서 큰 문제를 안고 있는 존재이지만, 맹자의 민본주의 정치인은 현실적이면서 모범적인 존재이다. 맹자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인다면, '불도저 정치'의 문제를 잘 알게 될 것이다.

국민들은 결코 '불도저 대통령'을 원하지 않는다. 이 시대는 경제를 내세우며 자연을 마구 파괴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자연을 존중하며 경제의 발전을 추구하는 대통령을 원한다. 4대강 곳곳에 거대한 '준설토 산'이 만들어졌고, 낙동강에서는 준설로 말미암아 중금속 오염 문제가 발생했고, 여주 강천보에서는 가물막이가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미 '4대강 살리기'는 시급히 중단해야 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발생한 각종 사고들과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4대강 살리기'를 더욱 빠르게 강행하고 있다. 조만간 '4대강 살리기'는 '4대강 죽이기'를 넘어서 생태와 경제의 양 면에서 국가적 대재난이 되고 말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하루빨리 '불도저 정치'를 그만두고 진정한 선진화의 정치를 추구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