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사인 성지건설이 1차 부도를 냈다. 건설업계의 경영능력에 대한 불신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성지건설은 지난 3일 만기 도래한 어음 12억 원을 결제하지 못해 1차 부도를 맞았다. 이날도 8억 원대 어음 만기가 도래한다. 이날 중으로 어음대금을 막지 못한다면 최종 부도처리된다.
이같은 소식이 빠른 속도로 알려지면서 한국거래소는 이 회사 주식의 거래를 중단시켰다. 현재 증시에서 건설주는 빠른 속도로 하강하고 있다.
성지건설은 두산그룹 후계자 싸움인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고(故)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이 지난 2008년 2월 인수해 주목받았다. 박 회장 사망 후인 작년 말부터 고 박용호 회장의 장남 박경원 씨가 지분을 인계받아 최대주주가 됐으며, 현재는 대표이사 회장이다.
성지건설이 부도를 낸 까닭은 자금사정 악화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복합 오피스텔 '여의도 파크센터' 등이 악성 미분양 사태를 맞았고, 심각한 유동성난에 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분기말 현재 이 회사의 유동비율은 95.6%로 100%를 밑돈다. 유사시 전체 유동자산을 모두 현금화해도 단기채무(유동부채)를 갚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건설업체의 자생능력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시장에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악화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돼, 그만큼 건설업의 유동성과 실적도 나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저축은행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질 수 있다. 상당수 저축은행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발목이 잡혀 있어, 건설업계의 현금 지급능력이 떨어질 경우 자금 사정이 나빠진다.
올해 3월말 현재 주요 21개 저축은행들의 PF대출 연체율은 9.86%로 작년 말보다 2.14%포인트 올랐다. 작년 말 현재 저축은행권의 PF대출잔액은 총 11조8000억 원으로, 만에 하나 저축은행 부실화가 현실화될 경우 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이 사들여야 할 저축은행 PF대출채권의 규모는 수천억 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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