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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1번지혈전-1] 가난의 풍요, 청춘! 연극 '임대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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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1번지혈전-1] 가난의 풍요, 청춘! 연극 '임대아파트'

[공연리뷰&프리뷰] 입에 발린 허세 대신 소박한 위로

갈 데가 없지만 돌아갈 곳도 없어 현실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청춘들이 있다. 청춘의 고생이 남는 장사라는 자기 위안을 해봐도 풀리지 않는 오늘은 답답하기만 하다. 이팔청춘 열여섯이라고 했나, 취업이 효도라는 실업난에 28(스물여덟)청춘이라 후히 인심을 써도 어쩔 수 없는 궁상이다. 영화감독을 꿈꾸며 시나리오 집필만 몇 년째인 재생은 연인에게 '한 장만 더'를 구걸해 이만 원을 들고 외출한다.

▲ ⓒ프레시안

연극 '임대아파트'는 혜화동 1번지 페스티벌 '1번지혈전'의 첫 번째 작품이다. 불편한 의자와 간격 좁은 좌석 등 관객에게 불친절한 혜화동 1번지는 가난한 연극인들의 발자국을 훈장처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좁은 공연장에 관객을 꽉꽉 채워 넣고는 더울지 모르니 겉옷을 벗는 게 좋겠다는 진행자의 뻔뻔한 멘트는 연극만큼이나 당당하고 진실하다. 필요한 생활용품뿐, 무대 위 더 이상의 사치는 없다. 나름의 정돈이 있으나 초라한 이곳은 재생과 정호의 모습을 닮았다. 일류가 되지 못한 자들의 꿈과 함께 나뒹구는 소주병은 공허하다. 그들의 비루한 일상을 더욱 다이나믹하게 채워주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가난만큼이나 아픈 사랑이다. 오해하고 싸우고 할퀴고 위로하고 그리워하며 사는 그들의 일상은 너무나 사소하다. 그 사소함과 관객이 만나는 곳, 혜화동 1번지다.

▲ ⓒ프레시안
공연장만큼이나 작은 임대아파트는 여섯 인물들의 남루함으로 꽉 채워져 있다. 싸구려 샴페인은 좀처럼 터지지 않고 내일은커녕 오늘도 보이지 않는다. 쨍하고 해 뜰 날 흥건하게 젖었던 생활을 뽀득뽀득 말리고 싶지만 찬란한 햇빛은 언감생심, 돈이 없어 정전이다. 담백한 기지개가 없는 연극 '임대아파트'는 마지막까지 '대박'을 보여주지 않는다. 더불어 불편한 좌절도 없다. 그들은 연극이 끝나도 그 자리에 남아있다. 허구임에도 현실 같아서 더욱 서글퍼지는 연극 '임대아파트'는, 그러나 '사랑'을 놓치지 않았다. 발표되지 못한 시나리오를 부여잡고 있는 재생과 그의 오래된 연인 정현, 무명배우 정호와 그의 첫사랑 선영은 변화 없는 무대 위를 자유롭게 드나들며 평범한 일상을 펼쳐 보인다. 여기에 배낭여행에서 만난 일본인 유까를 데리고 와 결혼하겠다는 정수까지 가세했다. 갈등의 연속에 몸도 마음도 지쳤지만 끝내는 서로를 밀어내지 못한다. 그리고 당당하게 외친다. "버티는 인생, 그것이 청춘!"

모두들 상처투성이지만 연극에는 따뜻한 시선이 있다. 연극 '임대아파트'는 문제의 완벽한 해결을 요구하지 않는다. 칼로 자르는 듯한 해법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조금의 환상도 없다. 그저 가만히 다독여줄 뿐이다.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와 귀에 감기는 대사, 가난의 유머와 사랑의 울음은 관객을 그들의 공간으로 흡수시킨다. 다만 인물들이 충분히 아파했는지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관객 대신 진정으로 울어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무대와 객석의 경계는 완전히 허물질 수도 있었을 것. 그들의 일상이 관객의 일상이고, 관객의 오늘이 그들의 오늘이었으나 연극은 연극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우리의 동행자임은 분명하다. 가난하고 소박한 위로가 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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