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시안 |
연극 '임대아파트'는 혜화동 1번지 페스티벌 '1번지혈전'의 첫 번째 작품이다. 불편한 의자와 간격 좁은 좌석 등 관객에게 불친절한 혜화동 1번지는 가난한 연극인들의 발자국을 훈장처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좁은 공연장에 관객을 꽉꽉 채워 넣고는 더울지 모르니 겉옷을 벗는 게 좋겠다는 진행자의 뻔뻔한 멘트는 연극만큼이나 당당하고 진실하다. 필요한 생활용품뿐, 무대 위 더 이상의 사치는 없다. 나름의 정돈이 있으나 초라한 이곳은 재생과 정호의 모습을 닮았다. 일류가 되지 못한 자들의 꿈과 함께 나뒹구는 소주병은 공허하다. 그들의 비루한 일상을 더욱 다이나믹하게 채워주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가난만큼이나 아픈 사랑이다. 오해하고 싸우고 할퀴고 위로하고 그리워하며 사는 그들의 일상은 너무나 사소하다. 그 사소함과 관객이 만나는 곳, 혜화동 1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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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상처투성이지만 연극에는 따뜻한 시선이 있다. 연극 '임대아파트'는 문제의 완벽한 해결을 요구하지 않는다. 칼로 자르는 듯한 해법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조금의 환상도 없다. 그저 가만히 다독여줄 뿐이다.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와 귀에 감기는 대사, 가난의 유머와 사랑의 울음은 관객을 그들의 공간으로 흡수시킨다. 다만 인물들이 충분히 아파했는지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관객 대신 진정으로 울어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무대와 객석의 경계는 완전히 허물질 수도 있었을 것. 그들의 일상이 관객의 일상이고, 관객의 오늘이 그들의 오늘이었으나 연극은 연극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우리의 동행자임은 분명하다. 가난하고 소박한 위로가 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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