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아동 수출'하면서 G20회의 한다고 선진국 될까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아동 수출'하면서 G20회의 한다고 선진국 될까요?"

[해외입양인, 말걸기]입양특례법 개정을 촉구하며

11일은 다섯번째 맞는 '입양의 날'이다. 오는 11월 G20 정상회의 개최 등으로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를 원하는 한국은 여전히 자국의 미혼모, 또는 가난한 여성의 아이들을 해외로 입양 보내는 '고아수출국'이다. '경제대국'이라 자부하지만 여전히 '선진국의 자선'에 의존해 사회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전쟁 고아'들을 외국으로 내보낼 수 밖에 없었던 극빈국에서 이제 선진국을 넘보는 나라가 된 한국은 '해외입양'이라는 역사의 고리를 이젠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특히 이런 문제 의식은 한국이 외국으로 쫓아보낸 입양인들이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G20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2010년, 국회에는 입양인들과 그들의 생모들의 입장에서 만든 입양특례법 개정안이 발의될 예정이다. 선진국은 경제력만으로 이룩될 수 있는 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그에 걸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입양인들은 촉구하고 있다. 편집자

입양의 날을 맞아 해외입양인들과 그 연대체의 한국 정부와 사회를 향한 촉구

한국은 적어도 16만 명이 넘는 서구 사회의 한국 아동 입양 가족들에게는 삼성TV나 현대자동차 혹은 LG 핸드폰 등 세계적인 상품의 생산국으로 유명한 나라가 아닙니다. 오히려 낯선 나라의 가정으로 입양되어 살고 있는 한국 입양아들의 고향 나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자국 아동을 돌보는 일에 무능력한 국가로 혹은 자국 내에 태어난 아동을 돌보려 하지 않는 야만적인 나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발전된 나라로 알려져 있기보다는 선진국의 자선에 의존하는 가난한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문화적이며 세계화된 사회로 알려져 있기보다는 특권주의적인 동시에 후진적인 사회, 즉, 혼혈 아동과 장애 아동 그리고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아동 혹은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아동을 범죄의 하나로 간주하여 국외로 추방하는 사회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한국에 대한 관념은 서구에서 한국 아동을 입양한 가정들 가운데서 혹은 한국 입양아동들이 다니는 학교나 교회에서 혹은 그들이 참여하는 공공적인 생활환경 가운데서 거의 60년 동안 지속되어 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수십 년간 한국에 덕지덕지 붙어 있고, 꼭 집어서 말하자면 그것은 이미지일 뿐 아니라 사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2010년의 한국은 "아동 수출국"이라는 이 오명을 결정적으로 그리고 영원히 끝낼 기회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올 가을 G-20 정상회담을 주최국으로서 국제무대에서 새로운 역할을 떠맡게 될 것입니다. 한국은 국제무대에서 경제적 영향력뿐 아니라 도덕적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역사적 시점에서 한국은 자국 경내의 모든 시민들에 대해서 충분하고도 온전한 책임성을 지닌 국가가 되는 것을 통해서 다른 국가들에 대한 도덕적 영향력과 지도력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지난 2년간, 입양인 단체들과 미혼모 조직 그리고 관심 있는 각계각층의 한국 시민들의 연대체는 '입양특례법' 개정안 마련을 위해 함께 일해왔습니다. 이 개정안은 과거의 '입양특례법'이자 지금도 유효한 이 법이 가진 남용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입양과 관련하여 '국내 친생 가족의 우선적 보호'라고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법안입니다. 이렇게 할 때 한국은 아동의 입양과 관련된 국제적 수준에 부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개정안 작업에 참여한 연대체의 성격은 역사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이 '입양특례법'에 의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사람들, 해외입양인들과 친생가족 특히 미혼모들 스스로가 이 법의 형성과정과 집행에 대해서 어떤 목소리도 낸 적이 없었으나 새 개정안은 이들의 목소리가 담겼고 이들이 주도해서 그 내용이 구성된 법안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한국 정부는 해외입양인들을 이 '입양특례법' 개정 과정에 있어서 파트너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입양 간 낯선 나라에서 살아온 경험---이 경험은 저들의 인생을 종단적으로 보여주는 경험인 바---에 주의를 기울여 듣는 일이 요구됩니다. 그렇게 할 때만 한국정부와 사회는 해외입양의 문제와 관련된 시대적 도전을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또 한국정부는 미혼모들에 대한 차별적 시스템을 제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혼모의 삶에 대한 개인적 책임뿐 아니라 사회와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180도 그 방향을 선회해야 합니다.

우리의 개정안이 언급하는 몇 가지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과거 입양인들과 그들의 가족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었던 기존 '입양특례법'의 허점을 보완해야 합니다. 입양에 관한 국제적인 표준인 <헤이그 협약>에 따라 입양기관의 사업에 대해 강력한 감독기능을 가진 중앙정부기관을 설립해야 하며 동시에 이 기관을 통해 입양인들과 친생가족에게 충분한 입양 사후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보장되어야 합니다. 입양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아동의 공급을 담보하는 그래서 입양예비아동의 탁아소 혹은 거의 아기농장(Baby farm)에 다름 아닌 미혼모의 집을 입양기관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합니다. 산부인과 병원을 비롯한 병원에 대한 입양기관의 연계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양육 미혼모들을 물질적으로, 사회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해외입양 문제의 과거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거나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외국으로 수출하는데 관여하는 대신, 현재의 사회 현실에 대해 강력하게 언급해야 합니다. 2010년 입양의 날을 맞아 우리 연대단체들은 한국정부가 신속히 다음을 이행하도록 촉구합니다.

1) 국제간의 입양 관련 아동보호 및 협력에 관한 '헤이그 협약'을 비준하라.
2) 유엔 아동권리협약 21조의 유보를 철회하라.
3) '입양특례법' 개정안이 G20 정상회의 이전에 법제화될 수 있도록 신속히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


한국이 경제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오르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처럼 한국정부는 사회복지 면에서도 역시 선진화된 국가 반열에 올라가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오직 국제 표준에 부합한 새로운 시스템을 제도화하여 효력을 발생하도록 함으로써 한국은 오랫동안 지속된 "아동수출국"이라는 망신을 지우고 진정한 선진국 대열에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은 오랫동안 "아동수출국"이라는 수치와 죄책을 느껴왔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정치적 변화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사려 깊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운 적이 전혀 없습니다. 이 계획은 장점으로 채워지고 구체적인 단계와 조치들을 담보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지금 그것을 합시다. 이러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벌써 행해졌어야 하는 것이지만, 너무 늦었다고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는 늦는 게 낫습니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이를 지체 없이 행하기를 호소합니다. 감사합니다.

제인 정 트렌카(<피의 언어> 작가, 진실과 화해를 위한 입양인 모임<TRACK> 회장)

▲ '입양의 날'을 앞두고 입양특례법 개정안 발의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는 최영희 의원과 제인 정 트렌카(왼쪽) ⓒ최영희 의원실 제공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