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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 2010서울연극제-3] 당당하게 까발린다, 연극 '리회장 시해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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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 2010서울연극제-3] 당당하게 까발린다, 연극 '리회장 시해사건'

[공연리뷰&프리뷰] '날 보러와요'의 작가, 김광림이 선보이는 3년만의 신작!

피똥 싸던 리회장이 돌아가셨다. 관객들이 감싸고 있는 사각형 무대 위로는 빈소가 마련된 리회장의 거실이 보인다. 오보살이 독경을 하고 그 외 인물들이 추모사를 읊는다. 땅을 치고 통곡을 하는 이는 없다. 그들은 단절된 대사로 박자를 만들고 과장된 몸짓으로 춤사위를 이룬다. 이곳이 누구의 빈소이건 간에 흥이 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다. 그나저나 리회장은 어쩌다가 돌아가셨나.

▲ ⓒ프레시안

리회장의 죽음으로 시작된 이 연극은 리회장 시해사건의 전모를 보여준다. 재벌기업 우리그룹 총수 리회장은 사돈 장회장의 기업을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집어삼킨다. 그러자 장회장을 하늘로 여겼던 여비서 진숙경이 리회장의 자택 비서로 들어가 복수를 시작한다. 그렇다고 '복수'와 '시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추리나 심장이 오그라드는 공포는 아니다. 대기업 회장'님'의 생활이 '매우 솔직하게' 묘사된다. 행동은 사실적이고 대화는 구체적이며 직접적이다.

사방으로 뚫려있는 사각 무대는 관객의 시야를 시원하게 해주며 배우들의 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내므로 그들을 까발린다. 대기업 회장이라는 수식에 비해 턱없이 초라한 무대는 풍자 동시에 관객의 시선을 배우들에게 집중시킨다. 티 안 나게, 그러나 반복적으로 풍자되는 인물들은 관객의 웃음을 유발한다. 각 캐릭터의 성격과 특징이 분명하고 이것은 극의 재미 중 하나, 버릴 인물이 없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우스꽝스러워지길 마다않는 그들은 가지려 할수록 조롱거리로 전락한다. 첫 째 아들만이 리회장에게 내려놓으라고 말한다. 옳소! 그런데, 어느 천 년에 그 많은 걸 다 내려놓나.

▲ ⓒ프레시안
극단 우투리의 연극 '리회장 시해사건'은 공공연한 한국의 비밀, 재벌 중심 현실을 이야기한다. 강요하거나 목창이 터져라 외치지 않는다. 그저 무대 위에 생생하게 펼쳐보이므로 공감을 이끌어낸다. 새롭거나 기막히게 자극적 소재는 아니다. 그럼에도 펄떡이는 생명력이 있다. 완성도 높은 공연에는 제 몫을 톡톡히 해낸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가 한 몫 했다.

리회장과 진숙경의 에프소드는 홍명희의 임꺽정 중 양반편 '보복'을 바탕으로 한다. 노랫말의 일부 구절은 '법구경', 남희근의 '금강경 강의' 중 게송 등에서 가져왔다. 해학적 표현 틈틈이 등장하는 명창은 웃음거리 인물들에 대한 애도를 표하는 듯 한없이 진지하고 애절하다. 한국적 색채의 요소들은 이질감 대신 극을 풍부하게 해 주는 효과를 낳았다. 독립된 꿈(죽음)과 생시(현실)의 에피소드가 연결돼 미적 구조를 만들었듯, 한국만의 리듬과 언어, 몸짓은 극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하나의 미학을 이뤘다.

시해당한 리회장이 빈소를 바라보니 헛웃음만 나온다. '강산에 주인 없고 달만 높이 솟았는데/ 인생이 한번 가면 아니 다시 돌아오니/ 곳간 가득 금은보화 어디에 쓸 것이며/ 하늘 높은 권세 또한 자랑한들 무엇 하리.', '인생은 봄날의 꿈같고/ 흩날리는 꽃잎 같고/ 허깨비 같고/ 거품 같고/ 그림자 같고/ 이슬 같고/ 번개 같고/ 뜬구름 같더라.' 리회장은 이제 죽었으니 이것들이 무엇인지 알까? 자신을 죽인 것이 결국 무엇이었는지 알게 될까? 그가 말한다. "대체 이게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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