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신문은 26일자 사설에서 "천안함이 어뢰나 기뢰에 의해 폭침(爆沈)됐다면 범인은 좁혀진 것이 아니라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며 민·군 합동조사단의 최종 조사결과 발표 이전에 이번 사태를 북한의 도발로 단정했다.
<조선일보>는 또 "이제 조사단의 임무는 이런 판단을 화학적·기계적 각종 증거로 정확히 뒷받침해 세계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들이 결론을 내렸으니 군은 그 결론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는데 주력하라고 '맞춤형 조사'를 주문하는 꼴이다.
이 신문은 반면 합조단의 육안감식 결과에 의심을 품은 시민들의 의문은 근거 없는 '괴담'으로 치부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4면에서 여러 전문가들이 제기하고 있는 좌초설과 피로파괴설, 내부폭발설 등을 모두 "아메바처럼 증식하는 인터넷 괴담"이라고 낙인 찍었다.
그러나 합조단 조사 발표 이후에도 해양·군 관련 전문가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어뢰에 의한 외부 폭발을 믿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물고기 떼죽음이 없었고 화약 냄새를 맡지 못했다는 반론도 여전히 있다.
반면 군은 합조단에 들어간 전문가가 누구이고 몇 명인지 등에 대해 철저한 비밀주의로 일관하고 있다. 누구나 군의 비밀주의를 걱정함에도, 무조건 "군을 믿어라"고 강변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미숙한 초기 대응, 사건 발생 시간에 관한 수차례의 말 바꾸기, 익명의 커튼 뒤에서 이뤄졌던 주요 군사기밀의 유출 때문에 혼란을 자초한 군이다. 그런 군이 주도하는 발표를 기반으로 다른 모든 의견을 괴담으로 낙인찍는 게 과연 상식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나름대로 전문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이 제기하고 있는 좌초와 피로파괴설이 괴담이라면 합조단이 발표한 내용도 괴담 수준이다. 물기둥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강력한 반대 논거를 피하기 위해 '최근접 폭발'이란 개념을 들고 나와 버블제트가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빠져나갔다.
비단 이 신문뿐만이 아니다. 보수언론으로 통칭되는 언론 상당수가 천안함 침몰 원인을 북한의 공격으로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인간어뢰, 레이저빔 공격, 사출형 어뢰 등 온갖 근거 없는 주장을 이용해 첨단 무기를 북한이 보유했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아직 이번 사태와 관련된 어떤 원인도 확실히 밝혀진 게 없다. 물론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사전에 배제하는 것도 당연히 옳지 않은 태도다.
그러나 사고 발생 사흘째인 지난달 28일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의 "북한군에 의한 어떠한 특이동향도 탐지하지 못했다"는 말도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북한에 대해 한국군보다 더 뛰어난 첩보 능력을 가진 미국이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바라보는 보도태도가 위험한 이유다.
사전에 특정 결론을 내려 몰아가기로 일관하는 <조선일보>가 어떤 다른 목적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조선일보> 4월 26일자 4면. ⓒ조선일보 |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