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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 "안상수, 오지 말라 간청…그는 '기피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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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 "안상수, 오지 말라 간청…그는 '기피 전문가'"

연일 봉은사 문제 쓴 소리…"불의 묵과는 부처 가르침 아냐"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조계종 총무원을 향한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 모양새다. 봉은사 직영 사찰 전환 외압 논란 해결을 위한 토론회를 30일 열기로 잠정 합의한 데 따른 조치다. 앞서 불교단체는 명진 스님에게 자중해줄 것을 요구했었다.

명진 스님은 19일 서울 삼성동 봉은사 법회루에서 법회를 열고 "봉은사 문제는 법적 절차를 거쳤다. 그러니 따라야 한다고 총무원에서는 주장한다"며 "하지만 직영 사찰 전환과 관련한 어떠한 정당성도 찾아볼 수 없다"고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렇게… 나도 가슴이 찢어진다"

명진 스님은 "나도 가슴이 아프다"며 봉은사 직영 사찰 전환 논란을 놓고 마음이 편치 않음을 드러냈다. 그는 "혹자는 명진이 떠들어 불교를 혼탁한 것으로 만든다고 비난한다"며 "나도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렇게 해야 하는지, 가슴이 찢어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명진 스님은 얼마 전 입적한 법정 스님을 거론하며 "생전 법정 스님은 최고의 종교는 불교도, 기독교도, 천주교도 아닌 '친절'이라고 언급했다"며 "이것은 야만적인 힘의 논리, 힘만 세면 무조건 내 맘대로 하는 것과는 대칭의 말씀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법회 중인 명진 스님. ⓒ연합뉴스

명진 스님은 "친절은 약자에 대한 보살핌"이라며 "강자가 약자에게 베푸는 게 친절"이라고 설명했다. 약자가 강자에게 친절을 베풀 수는 없다는 것. 그는 "힘이 없다고 무례하게 굴지 않는 것, 이런 것이 우리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친절의 또 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하지만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친절이 아닌 강압과 권위"라며 "결국 도처에서 파열음이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의 사태를 두고도 "법적 절차를 거쳤으니 따라야 한다고 총무원에선 말한다"며 "하지만 절차만 제대로 갖췄다고 정당성을 갖는 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부처님의 나라는 하늘나라에 있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있다"

명진 스님은 "어떤 이는 스님이 수행만 하면 되지, 저렇게 난리를 핀다고 비난도 많다. 나도 알고 있다"며 "한술 더 떠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에 따라 살지, 부자 절 떠나기 싫어서 저런다'고까지 말한다"고 밝혔다.

명진 스님은 "하지만 그런 말은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법정 스님은 사회 부조리를 모른 체하는 건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등지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했다"며 "현실 사회 모순과 갈등을 해결하려고는 하지 않고 부처님의 축언이나 읊조린다고 무소유인가. 축언은 간절한 마음과 청정한 마음으로만 이뤄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명진 스님은 "불의를 묵과하고 직영화에 아무 소리를 하지 않고 수용한다면 부패 정권에 사주된 자유당 말기 우리 종단의 모습과 무엇이 크게 다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호텔에 모여 밥을 먹으며 회유, 밀통, 야합한 뒤 의결 절차만 기계적으로 이뤄졌다고 해서 정당하다고 하면 안 된다"며 "법정 스님은 이런 권위 행태에 대해 '오늘 우리는 종적인 명령만 있지 횡적인 대화가 없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명진 스님은 "부처님의 나라는 저 먼 곳, 하늘나라에 있는 게 아니다"라며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이 땅, 이 순간, 이 자리가 전부 불국토가 되어야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고통이 있고 눈물이 있는 이곳이 불국토가 되어야 한다"며 "진실과 신뢰로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가는 게 현실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그런 세상이 오기 위해 어떤 시련이 있더라도 굴하지 않겠다"고 앞으로 봉은사 직영 사찰 전환 외압 논란에서 한 발도 물러나지 않을 것임을 거듭 밝혔다.

▲ 법회를 마친 뒤 사부대중을 만나고 있는 명진 스님. ⓒ프레시안(허환주)

"봉은사 사태 무시가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인거 같다. 답답하다"

명진 스님은 이날 총무원을 향한 발언 수위는 조절했지만 정치권을 향해서는 여전히 노골적인 비판을 이어나갔다. 특히 거짓말 논란에 휩싸여 있는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를 두고는 여전히 수위 높은 발언을 이어갔다.

명진 스님은 "17일 약속한 대로 한나라당을 방문하려 했으나 절대 오지 말아달라는 간청을 그쪽에서 했기에 가지 않았다"며 "부처님의 자비를 내려 받을 기회를 기피한 안상수는 이러다 기피 전문가가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웃었다.

또 명진 스님은 얼마 전 언론의 사진기자에게 찍힌 안상수 원내대표의 수첩을 거론하며 "그 양반 또 수첩을 펼쳤다가 들켰다"며 "수첩이 말썽이다"라고 웃음을 보였다. 이 전에도 안상수 원내대표는 수첩에 '말조심'이라고 적힌 게 언론사에 공개된 바 있다.

명진 스님은 "이번에 들킨 수첩에는 '3월 31일 대통령' 이렇게 적혀 있고 그 아래에는 천안함과 관련 5가지가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31일에 안상수 원내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다고 판단했다.

명진 스님은 "다른 건 빼고 4번째에 적힌 글이 '봉은사 사태는 신경 쓰지…' 였다"며 "아마 봉은사 사태는 신경 쓰지 말고 무시하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이게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인 거 같아 답답하다"며 "일요일마다 법회를 하며 나온 이야기들은 무시를 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명진 스님은 "수첩 제일 밑에는 '사태 끝나고 술 한잔…' 이렇게 적혀 있었다"며 "아마 천안함 사건이 끝난 뒤 대통령과 술 한잔 하자는 의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명진 스님은 "천안함으로 온 나라가 슬픔과 비통에 빠져 있는데 술 한잔 하자고 한다"며 "이런 모습을 비판하지 않고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명진 스님은 다시 한번 안상수 원내대표에게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말고 자승 원장을 만났을 때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밝혀야 한다"며 "그 전에는 절대 내가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30일로 예정된 '봉은사 직영 사찰 지정에 관한 토론회'는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공연장에서 열린다. 토론회는 총무원, 봉은사, 불교단체에서 대표토론자 1명씩 포함해 각 3명씩이 나와 모두 9명이 공개적으로 난상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토론회에서 결론이 모아지더라도 구속력은 없다. 또 총무원과 봉은사 간 입장차는 여전해 토론회에서 의견이 좁혀질지도 미지수다. 명진 스님은 이날 법회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토론회를 통해 봉은사 직영 사찰 전환의 정당성이 입증된다면 수긍할 것"이라고 밝혔다.

명진 '내가 거짓말했다. 사과한다(?)"

30일 토론회를 앞두고 자제할 것을 요구받은 명진 스님이었지만 이날 법회에서도 특유의 날선 비판은 이어갔다. 그는 "비방이 아니라 사실을 바로잡기 위해 말한다"며 자신이 지난 11일 법회에서 거짓말을 했다고 밝혔다.

명진 스님은 "내가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한 게 한 가지 있다"며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겠다"고 했다. 명진 스님은 지난 법회에서 "대선 직전 자승 총무원장은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신분으로 이명박 장로와 함께 힐튼 호텔에서 회동도 했다"며 "그 자리에서 자승 총무원장은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건배 제의를 했다. 이게 중이 할 짓인가"라고 폭로했다.

명진 스님은 "힐튼 호텔에 자승 총무원장이 가지 않은 건 사실"이라며 "내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거듭 사과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을 잘못 전달했기 때문에 사실을 밝혀야 한다"며 "당시 자승 총무원장은 힐튼 호텔에 간 게 아니라 롯데호텔에 갔다"며 "더 좋은 호텔인데 질 떨어지는 힐튼 호텔에 갔다고 해서 내가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비꼬았다.

명진 스님은 "몇몇 스님과 함께 모여 건배사를 하며 약속을 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호텔만 다른 호텔이었다"고 덧붙였다. 30일까지 비방을 하지 말아줄 것을 불교단체에서 요구하자 사실을 바로잡겠다며 우회적으로 총무원장의 행보를 비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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