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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부터 대통령 보고까지 '28분', 그 사이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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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부터 대통령 보고까지 '28분', 그 사이에 무슨 일이?

軍 '정보 마사지' 있었나?…"너무 오래 걸렸다. 이상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4일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군 상황일지에 사고 시간이 '26일 밤 9시 15분'이라고 적시된데 대해 "상황병의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이는 당초 국방부가 발표한 '밤 9시 22분'이 맞다고 재확인한 것. 하지만 15분부터 22분까지 '의문의 7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불충분해 의혹은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

그와 별도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설명에서는 또 하나의 의문이 제기된다. 이 관계자는 본인이 '침수' 보고를 받은 시간이 9시 45~50분이었고, 곧바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가서 9시 50분에 보고를 했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시점부터 대통령이 최초 보고를 받을 때까지 무려 28분이란 시간이 걸렸다는 것인데, 그게 과연 납득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사고 규모와 심각성을 감안할 때 상식적으로 너무 긴 시간이 소요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는 중간 보고 단계에서 무언가 다른 요소가 작용했거나, 군의 상황 대응에 문제가 있거나, 청와대를 정점으로 하는 국가 위기 관리 시스템 자체에 구멍이 뚫렸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과거 위기 관리를 담당했던 전직 당국자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NLL 사고는 최우선 보고사항…28분은 너무 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4일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9시 45~50분 사이 '우리 배가 북방한계선(NLL) 근처에서 침수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고, 곧바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를 드렸다"며 "대통령이 보고를 받은 시점은 9시 50분 경"이라고 말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10시가 조금 지나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첫 안보관계 장관회의를 소집한다. 사고 상황 접수 후 관련 회의가 소집되기까지만 40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가 위기 관리 문제에 정통한 전직 군 당국자(예비역 장성)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인 NLL 부근에서 이 정도 규모의 사고가 났다면 청와대 최우선 보고감"이라며 "함대에서 곧바로 합동참모본부로 연결하고, 합참은 청와대 NSC 상황실로 핫라인으로 신속히 보고해야 하는데 28분 뒤에야 대통령이 최초 보고를 받았다면 절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초두 보고는 육하원칙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간단하게 1차 보고부터 한다"며 "NSC 위기관리센터장을 겸하고 있는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상황을 인지하고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과정이 신속히 처리됐다고 가정하면 결국 현장에서 NSC 상황실까지 오는데 20여 분이 걸린 것인데 아무래도 너무 많이 걸려 이상하다"고 말했다.

▲주요 의혹은 천안함이 인양된 한달여 후까지도 제대로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프레시안(최형락=백령도)

軍, 보고 '마사지' 가능성 없나

그렇다면 도대체 그 긴 시간 동안 무슨 이야기가 보고 선상에서 오갔는지도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전직 군 당국자는 "보통 군에서 청와대 보고를 조금 두려워하기 마련"이라며 "합참이 다시 확인하면서 완벽하게 보고하려다가 늦어졌을 수도 있지만 다른 요소가 개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위기 관리 시스템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사건 관계자들이 문책을 두려워했을 가능성 등 군 내부의 어떤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군이 청와대에 상황 일부를 누락해 보고했거나, 정보를 왜곡해 전달하느라 시간이 늦춰졌을 수도 있다고 해석되는 말이었다. 이는 천안함과 같은 급인 공주함 함장 출신인 김태준 박사 또한 조심스럽게 이와 같은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김태준 박사는 지난 2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2002년 연평해전 때는 군당국이 교신기록을 다 공개하고 생존자들 인터뷰도 적극적이었는데 왜 지금은 다르냐'는 질문에 "연평해전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책임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면제될 수가 있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그 상황과 다르지 않나"고 답했었다.

과거 NSC에서 근무한 바 있는 다른 전직 당국자는 한 걸음 더 나갔다. 그는 "군이 대통령을 기망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군의 보고가 제대로 올라오지 않았던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고의 아니더라도 당황하긴 했을 것"

다만 지나치게 억측을 갖고 군을 몰아붙이는 것은 성급하다는 시각도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보비서관실에서 근무했던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초기에 진상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고 요건을 갖추기 위한 과정이 있었을 것"이라며 "함장의 최초 보고가 중요한데, 그게 늦어지면서 사고 발생 시간마저 처음부터 잘못 보고되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장용석 실장은 "초기에 혼선이 있어서 우물쭈물 하던 순간이 있었을 것"이라며 "향후 전체 통신 기록이나 작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면밀히 검토해서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 실장은 "정보는 사람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타 부처에서 사람이 나온 NSC 상황실을 건너 뛰고 곧바로 국방비서관실로 보고가 들어갔을 수 있다"며 "그처럼 보고 채널이 여러 개로 분산이 되고 청와대의 정보 흐름 체계가 정비되지 않았을 가능성에 대한 차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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