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5일 오후 자체 사법개혁안을 전격 발표했다. 최근 한나라당 주도의 '사법부 손 보기'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날 발표된 안은 △상고 심사부 설치 △법관 윤리장전 마련 △법관 연임심사 강화 △판결문 전면 공개 △전자소송의 전면적 도입·실시 등이다. 법조일원화에 대한 방안은 26일 열리는 사법정책자문위원회 회의 후 발표키로 했다.
우선 상고심 기능 개선 부분이 눈에 띈다. 한나라당은 대법관을 24명으로 늘리는 안을 제시했는데, 대법원은 '상고 심사부' 설치를 통해 대법원에 올라오는 상고심 숫자를 줄이겠다는 방안을 제안했다.
서울, 대전, 광주, 대구, 부산 등 5개 고등법원에 고법 부장판사급 법관 3인 이상, 법조경력 15년 이상인 검사, 변호사, 법학교수 중에 일부를 임용해 총 8개 심사 재판부에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상고 심사부에서 상고 이유가 명백하게 없다고 인정될 경우 상고할 수 없고, 대신 대법원 항고가 가능하다. 이 경우 상고 심사부에서 상고 사건이 걸러지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대법관 증원'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법관 연임심사를 대폭 강화하고 윤리장전을 만들겠다는 부분도 주목된다. 대법원은 "연임심사 시 근무평정 결과를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등 연임적격 여부에 대한 심사를 현재보다 대혹 강화하고, 법관으로서 요구되는 직무수행능력과 자질·품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근무평정의 항목·기준 등에 관해 지속적인 개선·보완 작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특히 "다만 그 과정에서 법관의 내부적 독립 침해, 사법 관료화 심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유의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외부인이 참여하는 법관인사위원회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대법원은 "내부 심사를 더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법관인사위원회에 대해 대법원 측은 "과거 독재 시절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법원은 또한 '법관 윤리장전'을 마련해 사법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반영하겠다고 했고, 판결문 공개도 그동안 법원도서관에서만 열람할 수 있고, 인터넷에는 주요 판결만 공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1, 2심, 대법원 판결문을 모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법원 판결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비공개한다는 비판이 있다"며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국민들에게 투명한 사법서비스를 제고하고 위해 모든 판결문을 전면 공개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전자소송'을 전면 도입해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고, 변호사, 검사 등 경력 법조인에서 판사를 선발하는 법조일원화 방안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26일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안은 대법원 사법정책자문위원회에서 마련했고, 26일 보고한 뒤 확정지을 계획이다. 대법원이 한나라당의 사법개혁안에 반하는 안을 마련한 만큼 사법부와 여당 사이의 긴장감도 더 높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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