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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임직원 전체를 적으로 돌리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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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임직원 전체를 적으로 돌리지 말라"

[삼성을 생각한다] "홍정표 씨의 글에 답한다"

필자가 최근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삼성 해체가 답인가")에 대한 홍정표 씨의 반박글을 읽었다. 홍 씨의 글 가운데에는 음미할 대목이 적지 않고 필자가 동의하는 바도 많았다. 지난 번에 쓴 글을 보완하고 홍 씨의 오해를 해소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돼 짧은 글을 쓴다. (☞관련 기사: "삼성 해체가 답인가?", "나치 독일 과학자들, 과연 무죄일까요?")

우선 필자는 '삼성 해체'를 목표로 하는 김상봉 교수의 주장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했지, 삼성제품에 대한 소비자불매운동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홍 씨도 동의했듯 '삼성 문제', 아니 정확히 말해 '이건희 일가와 가신 그룹의 문제'의 궁극적인 해법은, '법에 의한 지배'를 엄격히 하고 공정하고 건강한 시장경제를 운용할 국가의 구성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앞에 있는 국가는 그런 역할을 전혀 하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공정하고 강하고 선한 국가를 조직해야 하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당위지만 이를 구현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그 동안 만개할 '이건희 일가와 가신그룹'의 악행을 좌시할 수도 없는 일이다. 국가가 '이건희 일가 및 가신그룹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제 역할을 조금도 하고 있지 못한 현 시점에서 시민들이 '이건희 일가 및 가신그룹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는 소비자 운동(삼성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뿐 일 것이다. 삼성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통해 삼성을 압박하고 이를 통해 '이건희 일가 및 가신그룹 문제' 해결을 위한 각성과 충격을 삼성 주주들 및 임직원들에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건희 일가 및 가신그룹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법치주의와 공정하고 건강한 시장경제를 구현할 강하고 정의롭고 선한 국가를 구성하는 것, 그리고 이런 국가를 창출하고 유지시킬 시민들을 지속적으로 늘려가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운동을 활발하게 펼쳐 삼성 주주와 임직원들이 '이건희 일가 및 가신그룹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모르긴 해도 홍 씨 역시 필자의 이런 두 가지 경로 전략에 동의할 것이다. 결국 '이건희 일가 및 가신그룹의 문제'에 대한 해법에 관한 한 홍 씨와 필자의 견해가 다르지 않은 셈이다.

물론, 홍 씨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홍 씨는 "김 교수는 자본주의 시장 일반의 기업 행위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단순히 이윤 추구의 도구가 되도록 장려하는 현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하의 부도덕한 기업 활동을 부정하는 것이다"라며 김상봉 교수를 옹호했다.

▲ <과학동아> 1991년 6월호에 실린 삼성 이미지 광고. 삼성 임직원들이 얼마나 혹사당했는지를 보여주는 광고다. 삼성 불매운동이 이들을 적으로 돌리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프레시안
그러나 필자는 홍 씨의 변호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생산양식이 출현한 이래 '노동'은 언제나 상품이자 생산요소로서의 자리에 위치했다. 자본이 노동을 생산요소의 일부로 고용해 이윤 창출에 동원(?)하는 게 이상하거나 불온한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자본이 노동에 정당한 대가(얼마만큼의 보수가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논의가 분분하다)를 지불해야 한다는 전제가 충족돼야 함은 물론이다. 필자가 전혀 지지하지 않는 마르크스의 잉여가치이론을 따르더라도 노동력이라는 상품은 항상 자본에 의해 잉여가치를 수취당하는 존재이다. 신자유주의 이전의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라고 해서 노동이 이윤창출의 도구가 아니었던 적은 없었다.

대다수 삼성 노동자들과 연구원들을 "나치 치하에서 로켓을 발명하고 유보트를 개발한 독일의 과학자들"에 비유한 홍 씨의 생각도 그리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 싸움의 기본은 적군을 고립시키고 우군을 늘리는 것이다. '이건희 일가 및 가신그룹'과의 싸움도 이치는 같다.

물론 이건희 일가 등이 삼성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마당에 이건희 일가 및 가신그룹과 삼성임직원을 분리해 취급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삼성제품 불매운동을 하더라도 이건희 일가 및 가신그룹과 삼성 임직원을 구분하려는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자칫하면 삼성 임직원 전체가 '삼성제품불매운동' 혹은 '이건희 일가 제몫 찾아주기운동'의 적으로 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건희 일가 및 가신그룹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뚜렷하고 정확한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교하고도 섬세한 그리고 현실적합성이 높은 전술들이 고안되어야 함을 홍 씨 역시 모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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