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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해지는 지방 미분양…정답은 구조조정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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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심각해지는 지방 미분양…정답은 구조조정 뿐

전문가들 "양도세 감면, 지방선거 의식한 미봉책"

아파트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누적 미분양 주택수가 10만 가구를 훌쩍 넘어선데다 성원건설이 결국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등 건설업계는 '시계 제로'다.

건설업계 부실은 금융권 부실, 나아가 가계부실 우려까지 낳고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묶인 돈 상당액이 텅빈 아파트가 늘어나는 만큼 부실자금으로 쌓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양도세 한시감면 연장 카드를 빼들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 대응책을 두고 평가절하한다. 지방선거를 고려한 정치적 선택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얘기다. 유일한 해법은 지금이라도 구조조정을 제대로 시작하는 것 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장백아파트. 이 아파트는 시공사 부도로 12년째 입주민없이 방치돼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부실 얼마나 심각하길래

최근의 미분양 사태는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심각한 모습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1월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모두 11만9039가구며, 이 가운데 9만3213가구가 지방 미분양 가구다. 지방 미분양 가구의 절반에 가까운 4만4838가구는 '악성'인 준공후 미분양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업계가 직원들을 동원해 계약건수를 늘리는 밀어내기 물량 등을 합산할 경우, 전국 미분양 가구 수는 15만 가구가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한국주택협회는 전체 미분양 가구 수가 17만 가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사상 최대 규모다.

문제는 미분양 사태가 금융권 부실을 동반한다는 데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말 현재 저축은행들은 전체 대출액의 18.2%를 PF에 집중했다. 작년말 현재 PF 대출 잔액은 약 11조8000억 원이며, 이 중 10.6%가 연체되고 있다. 1조 원이 넘는 대출액이 이자도 회수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통계 역시 바로 믿을 게 못 된다. 정부가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작년 한 해 동안 금융권 부실채권들을 매입한 결과, 그나마 상태가 양호한 대출채권만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악성 미분양 주택이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현실을 감안하면 일부 저축은행은 이미 심각한 수준의 부실 상태에 빠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분기별로 돌아오는 PF대출 이자의 업계 전체 규모가 7~8조 원에 달할 것"이라며 "저축은행 상당수가 부실 건설업체가 이자를 갚지 못하면 그 이자를 다시 대출해줘서 연체율을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실은 증권사와 펀드로도 옮아왔다. 작년말 현재 증권사 PF 대출의 연체율은 무려 30.3%에 달한다. 이는 2008년말(14%) 대비 두 배 이상 높아진 수치다.

펀드 역시 심상찮다. 작년말 현재 펀드의 PF대출채권 잔액은 6조2499억 원으로 전년말 대비 10.4% 늘어났다. 이 기간 PF대출 연체금액은 8178억 원에서 1조9044억 원으로 132.9%나 급등했다. 연체율 역시 14.4%에서 30.5%로 치솟았다.

부동산 경기가 지속 하락한데 따라 건설사가 담보물을 총동원해도 대출원금에 해당하는 돈을 갚지 못하면 펀드가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이는 펀드 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지게 된다.

일단 불씨 번지지 말라는 수준에서…

근본적으로 이 문제는 일시에 아파트 공급건수를 늘리려던 건설사와 수익원을 찾던 금융권의 이해관계가 지나치게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생겨났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지난 2007년 말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서 제도 도입 전 대규모 물량을 한꺼번에 분양한 매물 대부분의 입주시점이 올해 몰리면서 미분양 문제가 집중된 것"이라며 "앞으로 건설사들이 대규모 원금상환 부담에 노출되면서 앞으로 부실화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준공 전 이자만 내던 건설사들도 앞으로 아파트 준공과 더불어 원금을 상환해야 할 시기가 가까워져 PF대출 부실화가 더 급속히 진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기업평가는 36개 건설사의 PF우발채무(시행사가 갚지 못하면 시공사가 대신 갚아야 하는 채무) 잔액 총액을 45조7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그리고 한국기업평가 추산에 따르면 이 중 올해 안에 갚아야 할 금액은 24조 원, 내년까지 갚아야 할 금액은 34조3000억 원에 달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금융권 전체 PF대출 잔액은 82조4256억 원, 연체율은 6.37%다.

▲심각해지는 PF대출 추이. 실선 그래프는 작년말 기준 위에서부터 아래 순으로 각각 증권, 저축은행, 보험, 은행의 PF대출 연체율이다. 단위는 억원(좌축), %(우축). 금융감독원 제공. ⓒ프레시안

정부의 대응은 '일단 불길이 번지지는 마라'로 요약할 수 있다.

18일 정부와 여당은 당정회의를 열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미분양주택에 대해 양도세 감면 및 취·등록세 감면혜택을 내년 4월말까지 연장키로 했다.

외환위기 당시 처음 실시된 양도세 한시 특례는 국제 금융위기 여파가 부동산 시장에 이어진 후인 작년 2월 부활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신규분양 주택이나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경우 서울을 제외한 과밀억제권역은 5년간 60%, 비과밀억제권역은 100% 양도세를 감면해줬다.

지난달 11일로 종료된 이 제도가 부활한 이유는 일단 현 상황에서 추가로 무너지는 건설사는 없어야 한다는 목표 때문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방선거를 앞둔 정부의 정치적 의사결정"이라며 "대대적인 수술은 일단 뒤로 미루겠다는 판단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건설업계의 이해관계도 맞물려 있다. 일단 자금혜택이나 입고 보자는 얘기다. 주요 경제신문들이 정부 발표를 전달하며 비판을 삼가는 이유과 일맥상통한다.

해답은 구조조정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국 건설업계-금융권, 나아가 가계로까지 이어지는 대대적 구조조정밖에 없다는 평가다.

김 소장은 "부동산 미분양 문제의 핵심 원인은 '아파트를 너무 많이 지었다'는 것"이라며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으로 일단 업체 경쟁을 줄여야 하고, 지어진 아파트는 현명하게 소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어찌 보면 지금이 구조조정 절호의 기회"라며 "당장 건설업체가 무너지는 걸 걱정해서 계속 약(양도세 감면 연장)만 투여하는 식으로 넘어가면 문제가 커진다. 정부가 제대로 된 주택산업 장기계획을 짜고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정부가 공적자금을 조성해 예금보험공사에 구조조정을 위한 실탄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 공적자금으로 저축은행의 자본적정성을 일제히 검사하고 PF대출비중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저축은행은 강력하게 적기시정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 교수는 또 "금융기관과 건설업체 구조조정이 가계 부도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가계 구조조정에 대비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개인이 입을 타격을 최소화할 장치를 미리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인회생절차를 신청하는 사람은 사실상 담보물인 주택마저 잃게 돼 졸지에 길거리에 나앉는 폐해가 생기는데, 이를 기업의 법정관리처럼 관리계획을 잘 따르는 수준 안에서는 담보권 행사를 막도록 하는 통합도산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국판 도널드 트럼프도 필요"?

김선덕 소장은 악성 미분양 해결책의 하나로 임대사업을 대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결국 지금 10만 채가 넘는 미분양 주택을 활용할 방법을 당장 찾아내야 한다"며 "정부가 다 사줄 수는 없으니 대규모 임대사업자가 이를 흡수하도록 유도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예전에도 대형 임대사업자가 매년 미분양 주택의 3만~3만5000가구가량을 소화해왔다"며 "2005년 8.31 대책 발표로 이들도 양도세 중과 대상이 되면서 임대사업자의 미분양 물량 소화량이 크게 떨어진 것도 현재 미분양 주택 증가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결국 대규모 주택사업을 하는 임대사업자를 정부가 육성해야 미분양도 해소하고, 투기도 없앨 수 있다"며 "지금 정부의 접근방법이 유한계층에 또 다른 주택 한두 채를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인데, 대형 임대사업자를 정부의 관리망 아래 두는 게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1000채 이상 주택을 구입하는 등 대형 사업자에 한해 주택 구입 시 혜택을 주는 한편, 일정 기간 동안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게 하는 등의 규제도 함께 실시해야 주택 거품을 없앨 수 있다는 말이다.

김 소장은 "부동산 임대업의 대형화는 결국 관련 펀드 조성 등으로 이어진다"며 "부동산 투자 개념이 지금 한국의 원시적인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흘러가도록 물꼬를 터야 할 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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