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색 목도리에 베이지색 털모자를 쓴 길원옥 할머니는 격앙된 목소리로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그의 옆에 서 있던 이강실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는 그런 모습을 안쓰럽게 지켜보았다. 길원옥 할머니는 일본강점기 때 일본군 '위안부'를 겪었다.
한일 강제병합을 맞은 지 100년이 됐다. 일본이 항복을 선포한 지도 65년이 됐다. 하지만 일본의 불법적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으로 피해를 겪어야 했던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과 사과는 아직까지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길원옥 할머니같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대표적이다.
전국여성연대, 민주노동당 등은 10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 전국여성연대, 민주노동당 등은 10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프레시안(허환주) |
"부디 정부는 이 문제를 외면하지 말아 달라"
이들은 "한국과 일본, 세계 각지에서는 더 이상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미룰 수 없다고 하고 있다"며 "한일 지방자치단체 의회에서의 결의채택과 국제사회 요구를 수렴해 한일 정부는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일본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성실한 대응과 해결을 촉구하는 전국 광역, 기초단체 의회의 결의채택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2008년 3월 다카라즈카 시의회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15개 시의회에서 결의가 채택됐다. 일본 정부에게 입법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와 배상을 실시하라는 '일본 국민 1퍼센트, 120만 명 서명 운동'도 전개되고 있다.
미국, 유럽, 오세아니아주 등에서도 일본 정부의 입법을 통한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도 14곳 광역·기초 의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채택됐다. 13일에는 울산광역시의회에서도 결의채택이 예정돼 있다.
길원옥 할머니는 "매주 수요일이면 문제 해결을 위해 위안부 할머니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며 "우리가 언제까지 이렇게 나와야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할머니들도 몇 분 안 남았고 남은 사람들도 갈 날이 얼마 안 남았다"며 "정치하는 사람들이 나서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는 게 못내 가슴이 아프다"고 밝혔다.
길원옥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가 무슨 자랑이라고 후세에 떠넘기려 하느냐"며 "우리 대에서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위안부인 내가 부끄러운 게 아니라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정부가 부끄러워야 한다"며 "부디 이 문제를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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