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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 급여 수혜율 42%…"제 역할 못하는 고용 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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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 급여 수혜율 42%…"제 역할 못하는 고용 보험"

[토론회] 고용 보험의 현황과 개선 방안은 무엇인가

실업자 121만 명(통계청 1월 기준) 시대다. 10여 년 만에 100만 명을 넘어섰다. 취업 준비생, 구직 포기자 등을 포함하면 사실상 실업자는 400만 명을 육박한다. 하지만 실업 급여 수혜율은 42.6퍼센트로 공식 실업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실업 급여 수혜율은 고용 보험 제도의 고용 안전망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다.

한국에서 사실상 유일한 고용 보호 제도인 고용 보험. 회사에 근무할 때 월급의 일정 부분을 내면 실업자가 된 뒤 일정 기간 동안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1995년 도입된 고용 보험법이 시행된 지 15년이 됐다. 그동안 고용 보험법은 14차례나 개정을 거쳤지만 당초 만들어질 때 제기됐던 문제점을 개선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경제 위기가 도래하지 고용 보험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현행 고용 보험이 과연 제도의 취지에 맞게 작동되고 있는가를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 50개 단체로 구성된 '고용 보험 확대 및 실업 부조 도입 연대회의'는 3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고용 보험의 현황과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15년간 고용 보험법은 근본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

이상동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센터장은 지난 15년간 고용 보험법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현재 문제가 되는 낮은 수준의 보장 문제와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집단의 문제 등은 고용 보험 제도 도입 당시부터 제기됐던 문제라는 것. 이것은 그동안 고용 보험 제도가 고용 안전망으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이유로 꼽혀왔다.

ⓒ프레시안

가장 큰 문제는 사각지대에 있는 집단들이다. 자영업자, 가사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농림어업 노동자 등부터 고용 보험 미가입자인 저소득 임금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등이 그들이다. 실업 급여 수급 자격 종료 실업자, 청년 실업자, 취업 준비생 등도 이 사각지대에 포함돼 있다.

2009년 12월 고용 보험 가입자 수는 976만 명으로 전체 취업자 대비 가입률은 약 40퍼센트 수준이다. 선진국 수준의 고용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전체 취업자의 80퍼센트 수준까지 가입률이 올라야 한다.

현행 실업 급여 제도가 노동시장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큰 문제다. 실직자 생계 보호 강화를 위해 피보험단위기간 단축 및 수급 기간 확대와 지급 수준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업 급여는 이직 전 18개월 동안 180일 이상 임금 근로자로 근로해야만 받을 수 있다. 이직 당시 연령, 근무 경력, 장애 유무에 따라 최소 90일~최대 240일 분의 급여를 지급받는다. 급여일액은 평균 임금의 50퍼센트를 지급하되, 상한액을 일 4만원, 하한액을 최저임금의 90퍼센트로 하고 있다.

서유럽의 경우, 한국보다 개선된 고용 보험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영국, 스웨덴, 핀란드 등의 국가에서는 모든 수급자격자에게 동일 기간 동안 실업 급여를 지급한다. 또 임금의 50퍼센트를 지급하는 한국에 반해 덴마크, 룩셈부르크, 스웨덴 등의 나라는 80~90퍼센트의 급여를 지급한다. 네델란드도 실직 전 총소득의 70퍼센트를 지급한다.

"현행 고용 보험 제도는 세 가지 구조적 문제가 존재"

이상동 센터장은 이러한 문제 발생 이유를 두고 "현행 고용 보험 제도에는 세 가지 구조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첫째, 고용 보험 제도 자체가 고용 구조의 변화와는 무관하게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현 고용 보험은 산업 고도화 시기의 산업 인력 공급 제도의 특징이 남아 있어 변화되는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둘째로 이해관계자를 배제하는 도입 초기의 지배 구조가 점차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고용 보험의 주체인 노동 계층은 배제된 채, 보험과 관련된 의사 결정은 정부 관료가 주도하고 있다는 것. 이를 두고 이상동 센터장은 "고용 보험의 개혁이 사회적 보호의 틀을 확대하지 못하게 만드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셋째로 재원의 제약이 낳는 한계가 분명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행 고용 보험은 '저부담 저복지' 원칙 하에 제도가 설계됐다. 노사 보험 부담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편인데다 국고의 재정적 지원이 없는 상황이다. 회사와 노동자는 월급의 0.45퍼센트를 고용 보험료로 내고 있다.

이상동 센터장은 "고용 보험 기금 초기 단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있는 계층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적자 문제가 두드러지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앞으로 임금 노동자 이외에도 비 임금 노동자와 광범위한 계층과 실업 노동자로 고용 보험을 확대할 경우 '저부담 저복지' 정책은 문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용 보험은 전 국민 고용안전망으로 거듭나야"

현 고용 보험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이상동 센터장은 지금의 고용 보험을 국민연금이나 의료보험에 준하는 '전 국민 고용 안전망'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동 센터장은 "실업에 대한 위협은 이미 보편화돼 있기 때문에 선차적으로 '보편적 고용 보험제'를 구상하고, 이후 복잡하고 특수한 노동 형태 혹은 실업 형태에 대해 적합한 세부적 제도를 도입하면서 촘촘한 그물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상동 센터장은 "현재 고용 보험 제도가 제도적으로 배제시키고 있는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고용 보험의 적용 안으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동 센터장은 "현재 고용 보험 제도는 전체 취업자의 40퍼센트 정도만 피보험자로 포괄하고 있다"며 "나머지 60퍼센트는 기존 피보험자에 비해 노동권과 생존권 보호가 더욱 취약한 집단으로서 고용 보험 보호가 더욱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용 보험 사업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노사 대표와 실업 노동자, 자영업자 등이 보험 제도 의사결정에 참여할 것도 촉구했다. 이상동 센터장은 "실업 급여 사업이 사회적 통합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되고 고용 안정 사업의 실업 예방 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되기 위해선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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