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박멸' 작전…"돈 없으면 사라지라고?"

보건복지부, 장애인 활동 보조 서비스 본인 부담 올려

장애인들이 '뿔'났다. 지난 1월 보건복지가족부가 발표한 장애인 활동 보조 서비스 개정안 때문이다. 장애 등급 심사를 지금보다 강화하고 서비스 이용 시 장애인 본인 부담금을 최대 8만 원까지 올리는 것이 이 안의 주요 골자다.

지난 2007년 4월부터 시행된 장애인 활동 보조 서비스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에게 유급 보조원을 파견해 일상생활에서 장애인을 돕는 서비스다. 서비스 대상은 1급 등록 장애인으로 제한하고 있다.

(사)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22일 서울 종로구 보건복지가족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안의 철회와 예산 확대, 이를 위한 전재희 장관 면담을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 1월에도 장관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개정안은 장애인의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

지난 1월 보건복지가족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신규 신청자뿐만 아니라 2년 이상 서비스 이용자도 장애 등급 심사를 받아야 한다. 월 4만 원에 장애인 활동 보조 서비스를 이용하던 차상위 초과자에게 가구 소득과 서비스 이용 시간에 따라 최대 8만 원까지 본인이 부담을 지도록 했다.

▲ 장애인 단체는 22일 서울 종로구 보건복지가족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활동 보조 서비스 개정안 철회와 예산 확대, 그리고 이를 위한 전재희 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프레시안

하지만 이러한 개정안이 장애인의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활동 보조 서비스를 이용하던 장애인이 장애 등급 심사 결과 등급이 하락할 경우, 이미 활동 보조 서비스의 필요가 인정되었음에도 서비스가 중단돼 생활에 심각한 위협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신규로 활동 보조 서비스를 신청한 장애인의 경우 1급 등록 장애인이라 하더라도 장애 등급 심사를 받을 때까지 적어도 3개월 이상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이는 시설에서 나와 자립 생활을 하려던 장애인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장애인 활동 보조 서비스 이용자의 본인 부담 인상은 활동 보조가 많이 필요한 중증 장애인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서비스를 많이 이용할수록 많은 금액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대상 제한, 시간 제한 없이 무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인간답게 살게 해달라는 것"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2010년도 활동 보조 서비스 사업 계획은 장애인의 본인 부담금 인상과 서비스 이용을 더 어렵게 만드는 온갖 제약 외에 어떤 내용도 없는 제도 개악과 인권 침해 요소만 가득하다"고 밝혔다.

장애인 단체는 이번 개정안을 두고 장애인들의 활동 보조 서비스 이용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도가 반영됐다고 판단했다. 높아진 본인 부담금을 충당하지 못하는 장애인의 경우 서비스를 포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용기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 시장 당시 활동 보조 서비스가 장애인의 권리라고 했다"며 "하지만 지금 이 권리는 돈이 있어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동식 경기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회장은 "장애 등급 재심사를 요구하면서 정작 여기에 드는 비용은 장애인이 부담하라고 한다"며 "생계를 이어가는 것도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이 어떻게 이런 비용까지 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한동식 회장은 "우리의 요구는 풍요로운 삶을 살게 해달라는 게 아니라 인간답게 살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이런 요구를 지금 정부는 계속 무시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