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간단하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전통 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100퍼센트 국내 쌀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막걸리 업체는 거의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대부분 업체는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의무 수입 물량(MMA) 쌀을 이용해 막걸리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국내에서 생산되는 쌀은 남아도는 상황이다. 농민들은 쌀 값 대책을 촉구하며 연일 농성을 진행 중이다. 왜 막걸리 업자들은 잉여 쌀을 막걸리 원료로 사용하지 않을까. 19일 국회헌정기념관에서는 이계진 의원(한나라당) 주최로 우리 쌀과 막걸리의 상생적 소비를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우리 쌀 소비할 수 있도록 제도 장치 마련해야 한다"
막걸리 원료로는 수입 밀 58.4퍼센트, 수입 쌀 23.8퍼센트를 사용한다. 국산 쌀은 13.6퍼센트만 사용되고 있다. 장인석 농식품가치연구소 소장은 "2000년 이후 연 평균 10톤~20톤 수준의 잉여 쌀 물량이 발생하고 있다"며 "2009년 10월 말 재고는 85만 톤 수준으로 지난해 대비 약 16만 톤이 증가한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장인석 소장은 "잉여 쌀 소비를 위해서는 다양한 쌀 가공 제품 개발 및 소비 확대 등 근본대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현재 붐이 일고 있는 막걸리의 원료로 국내 쌀을 이용하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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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업체들이 우리 쌀을 원료로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2009년 기준으로 수입쌀과 국산 쌀의 가격 차이는 약 3배에 달했다. 하지만 원료가 막걸리 가격에 차지하는 비율은 10~20퍼센트. 국산 쌀로 대체하더라도 생산 원가 상승분은 병당 150원 정도다.
이에 김태영 농촌진흥청 농식품자원부 연구관은 품질 인증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우리 쌀을 원료로 사용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막걸리 원료에 맞는 품종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것이 소비자 구미에도 맞는다면 1000원에서 2000원 대로 가격이 올라도 막걸리의 경쟁력은 살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렇게 된다면 우리 쌀의 잉여 문제는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종실 농림수산식품부 식품산업진흥과 팀장도 "술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원료를 쓰느냐가 중요하다"며 "지금 당장 쌀이 남아돈다고 해서 쌀을 쓴다는 방식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 김종실 팀장은 "제도를 갖춰서 우리 쌀을 소비할 수 있도록 막걸리 생산 체계나 소비 시장 패턴을 바꾸는 게 필요하다"며 시스템 도입을 언급했다.
"막걸리의 브랜드 가치 상승을 위한 여건 마련해야"
막걸리 시장이 잠재력은 있지만 아직까지 그 규모는 미미하다. 막걸리를 통한 쌀 소비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 막걸리 시장이 확장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실제 2009년 국내 술 시장은 맥주, 소주, 위스키 중심의 시장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막걸리가 약진을 했다고는 하지만 시장 규모는 3퍼센트 미만만을 점유했다. 전체 26조 원의 술 시장에서 막걸리가 차지한 비중은 1860억 원에 불과했다. 그나마 수출 물량은 전년 대비 39.5퍼센트 증가했고 금액은 42.7퍼센트 증가했다.
장인석 농식품가치연구소 소장은 "쌀 소비가 늘기 위해서는 막걸리 시장이 성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세계화적 측면에서 재조명하는 게 필요하다"며 막걸리의 브랜드 가치 상승을 위한 여건 마련을 촉구했다.
장인석 소장은 무엇보다도 품질 관리 제도의 도입을 꼽았다. 원산지 표시제, 품질 인증제, 품질 고급화 및 소비자 품질 인지도 제고 위한 제도적 기반 강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 또 제품의 다양화와 품질 향상을 위한 연구 개발(R&D)의 강화도 주문했다.
무엇보다도 막걸리의 고급화를 위해서는 안정적 원료 공급 체계와 생산, 유통 조직 및 체계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장인석 소장은 "쌀 가공 산업 활성화를 위해 원료 곡 가격 인하 대상이 확대되어야 하며 가공용 전용 품종 개발 및 계약 재배를 통한 고품질 원료 공급 체계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유통 조직과 관련해 장 소장은 "막걸리 업체 전문화를 위한 유통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막걸리 산업 생산기반 강화를 위한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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