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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눈높이'만 탓할 건가"

어느 취업 준비생의 토로…"호통이 아닌 대책 필요"

작은 날개를 펼쳐 보일 곳도 없습니다

요즘 가슴이 많이 아픕니다. 제 나이 29살. 남자입니다. 고등학교 때 공부를 안 했습니다. 그래서 전문대 체육과를 갔습니다. 그러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생각을 하고 전문대 졸업 뒤, 회계원리와 경영학을 공부해서 충북대학교 경영학부로 편입을 했습니다. 저보다 뛰어난 학생들의 반이라도 쫓아가고자 항상 도서관에서 지냈고 토익 공부도 계속했습니다. 도중에 금융권에 입사할 꿈을 키워보고자 3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했습니다. 일반운용전문인력, 증권FP, 은행FP, 증권투자상담사, 선거관리사, 국내FRM, 컴퓨터활용능력 1급, 사무자동화산업기사…. 그리고 28살 복학을 하고 이제 2월에 졸업합니다.

지난 하반기 서류를 이곳저곳 집어넣어 OO식품 경리부에 들어갔지만 월급이 너무 적어 (130만 원) 2개월 다니다 그만두었습니다. 몇 년 더 경력을 쌓는다고 해서 월급이 오르는 것도 아니고 비전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젠 금융권에 대한 꿈은 완전히 접었습니다.

엄마에게 "넌 요즘 대체 뭐하는 거니"라는 말을 하루에도 10번은 더 듣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도서관 나가서 밤에 들어옵니다. 밖에서 막걸리 한 잔 하고 오고, 그리고 와서 이력서 쓰고…. 제가 부족한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코 큰 꿈은 아닙니다. 대기업, 중견기업, 금융권? 이런 곳은 이력서도 쓰지 않습니다. 그냥 집 근처에서 적당한 월급을 받으며 다닐 수 있는 곳을 원할 뿐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연락이 오지 않습니다.

슬프고 가슴이 아파서 한숨만 하루에 100번을 넘게 내쉽니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들으면 눈물이 납니다. 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답하기만 합니다.


1월 전체 실업률 5퍼센트인 반면 청년실업률 9.3퍼센트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취업뽀개기'에 18일 올라온 글이다. 취업 준비생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담겨 있다. 회원 수가 127만여 명인 이 사이트에는 하루 3만 명이 넘는 누리꾼들이 방문한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글들은 대부분 취업 준비에 관한 질문과 취업이 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 주를 차지하고 있다.

취업 준비생의 취업문은 높아만 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을 보면 한국 실업자 수가 121만6000명으로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실업률도 5퍼센트를 기록, 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

청년 단체들은 18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갈수록 청년 실업은 심각해지고 있는데 정부는 어떤 대책도 없이 오히려 청년들에게 '젊은이들이 패기를 가지고 도전해야 한다'고 호통을 친다"며 "정부는 호통이 아닌 실질적인 대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허환주)

여기서 주목할 점은 청년실업률이 9.3퍼센트에 달했다는 점이다. 2007년 이후 처음으로 9퍼센트에 진입한 것. 고등학교와 대학교 등이 일제히 졸업하는 2월이 지나면 실업률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10퍼센트가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희망근로, 청년 인턴 등을 통한 일자리 창출로 실업률을 줄인다는 입장이다. 결국 비정규직으로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미 청년 취업자 중 상당수가 비정규직으로 밀려나고 있는 상황이다.

'알바천국'이 2009년 상반기(1월~5월) 구직이력서 최종학력을 분석한 결과 4년제 대학 졸업자가 29퍼센트로 가장 많았다. 이는 2008년보다 3배(9.0퍼센트) 증가한 수치다. 특히 5월 한 달간 대졸 이상 아르바이트 신규 등록자 추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대학 졸업자는 72퍼센트, 대학원 이상은 41퍼센트나 급증했다.

또한 지난 10월 인터넷 구직사이트 '파인드잡'과 '알바천국'이 공동으로 조사한 '대졸자 미취업자 현황' 설문조사에 응답한 대졸 2년제 이상 736명 중 619명(84.2퍼센트)이 "눈높이가 높아서 취업이 어려운 게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66.7퍼센트(490명)가 "취업이 안 된다면 비정규직이라도 취업하겠다"고 답했다.

"호통은 이제 그만!"

그럼에도 18일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심화되는 청년 실업 대란 해법을 놓고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들의 자활 노력"이라고 취업 눈을 낮출 것을 주문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부가 세세한 부분까지 다 챙겨줄 수는 없다"며 "기대 수준에 맞지 않는데 가느니 차라리 취업 않겠다는 생각은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호통을 청년 취업 준비생들이 맞받아쳤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호통'이 아니라 '대책'이라는 게다. 청년유니온,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서울청년네트워크 등 청년 단체들은 18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갈수록 청년 실업은 심각해지고 있는데 정부는 어떤 대책도 없이 오히려 청년들에게 '젊은이들이 패기를 가지고 도전해야 한다'고 호통을 친다"며 "정부는 호통이 아닌 실질적인 대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 정부는 정권 홍보용 일자리 창출만 내세울 뿐이지 지금의 현실을 타개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만드는 일자리는 비정규직 일자리와 그만도 못한 '청년 인턴' 양산"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결국 졸업생들이 선택할 곳은 아르바이트, 비정규직, 청년 니트족, 취업 준비생 등"이라며 "정부는 이제라도 생색내기 식 사업을 멈추고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재준 숭실대 총학생회장은 "올해 졸업을 하는데 사회에 나가는 게 두렵기만 하다"며 "높은 취업 장벽과 일자리 부족은 졸업생들에게 졸업을 미루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현 정부는 이러한 문제의 책임을 대학생 개인에게만 넘기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옳은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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