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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코미디도 아니고 잘못 짠 고스톱이다"

[토론회] 도가 지나친 현 정부의 문화계 '파행' 행정 사태

이명박 정부의 '파행' 행정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문화계에서 확산되고 있다. 국민들에게는 법치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현 정부는 법치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 공모 사업 파행 사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김정헌 위원장 불법 해임 문제 등이 연속해서 이슈가 되고 있다.

이러한 이슈 이면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중심에 있다는 게 중론이다. 현 문화부는 이명박 정부의 파행 행정을 견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정당화하거나 직접 나서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김정헌 위원장을 두고 "자진해서 나가달라"고 공개적으로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현 정부의 문화 행정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문화연대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회관에서 최근 여론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문화 행정 실태를 면면이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법에 의한 통치가 아닌 '인치'를 하고 있다"

지난 1월 26일 서울행정법원은 김정헌 위원장이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낸 해임 처분 집행 정지 신청을 두고 "해임 처분에 대한 본안 소송의 판결 확정까지 그 집행을 정지한다"고 판결했다. 해임 처분 집행으로 인한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필요가 있다는 것. 문예기금 손실 '손해 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김정헌 위원장에게 손을 들어 줬다.

이에 현재 예술위원회는 김정헌 2기 위원장과 오광수 3기 위원장이 동시에 출근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이를 두고 김상철 진보신당 정책위원회 비상임연구위원은 "소위 이명박 식 코드 인사의 문제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 8일 국회의원 회관에서는 '상식과 민주주의가 실종된 이명박 정부 문화행정'이란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됐다. ⓒ프레시안

김상철 연구위원은 "법치주의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의 법적용이 부적절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며 "결국 이명박 정부, 구체적으로 유인촌 장관의 인사권은 사실상 법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는 게 이번 판결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 행정을 진행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유인촌 장관은 김정헌 위원장이 위원장직을 수행하기 위해 출근한 모습을 두고 "재밌지 않느냐"고 말하며 애써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김상철 연구위원은 "이런 비아냥식 관전평을 하는 것은 자신들이 법에 의한 통치가 아닌 사실상의 '인치'를 하고 있었음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상철 연구위원은 "누가 봐도 상식적인 법리가 이상하게 이명박 정부에서는 비상식이 되어버린다"며 "결국 이번 법원 판결을 놓고 현직 위원회나 사무처장은 '문화 행정의 혼란'이라는 정서적 호소 외에는 어떤 합리적 반박도 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원재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이러한 사상 초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애초 사태를 발생시킨 문화체육관광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지붕에 위원장이 두 명이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혼란을 책임질 사람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유인촌 장관"이라고 주장했다.

이원재 사무처장은 "하지만 현재 유인촌 장관은 현 문제를 강 건너 불구경 식으로 바라만 보고 있다"며 "유인촌 장관은 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당장이라도 사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도적으로 밀어내기 위해 공모제를 한 건 아닌가"

현재 불거지고 있는 파행 행정은 예술위원회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문화계 곳곳에서 파열음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 1월 25일, 미디액트가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운영자 선정 공모제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떨어졌다.

미디액트는 그간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영상미디어센터를 운영해왔다. 8년 전 영화진흥위원회와 한국독립영화협회가 논의 끝에 시민들에게 영상 교육 및 장비 대여 등을 진행하는 영상미디어센터를 설립했다. 이곳을 그동안 영진위의 지원을 받아 미디액트가 운영해왔다.

문제는 현 위원장인 조희문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2010년부터 공모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부터 불거졌다. 2009년 들어 문화체육관광부는 아무런 평가 없이 같은 사업자와 수년간 계약을 유지한다는 것은 해당 분야의 다른 사업자에게 공정하지 못한 정책이라 여겨진다고 영진위를 압박했고 영진위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간 운영을 맡아온 미디액트의 입장은 다르다. 김명준 미디액트 소장은 "지난 8년 동안 사업을 진행해오면서 이용자는 물론 영진위, 감사원 감사 등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은 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명준 소장은 "공모제 도입이 의도적으로 미디액트를 밀어내기 위한 조치 아닌가 하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공모제 절차 과정에서 드러난 졸속 행정이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심사 과정에서 공모에 응모한 단체의 회원이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났다.

1차 공모 참여단체인 '문화미래포럼' 영화분과 회원 복환모 호남대 교수와 '비상업영화기구' 평론 분야 전문위원 김시무 영화평론가가 2차 공모 당시 각각 심사위원장과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 영진위는 1차 심사에서 '적정 단체 없음'으로 2차 심사를 진행했다.

문제는 2차 공모 심사에서 신규 사업자로 선정된 '시민영상문화기구'의 사업 계획서가 1차 공모 심사에서 꼴찌로 탈락한 '문화미래포럼'이라는 단체의 계획서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사태 해결 위해서는 응급 처방이 필요하다"

결국 1차 심사 때 242점을 받고, 응모한 다섯 업체 중 꼴지를 기록한 '시민영상문화기구'가 2차 공모에서는 384점을 받고 다섯 업체 중 1위를 기록했다. 영진위는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공모제를 도입했지만 문제만 더욱 키운 셈이 된 것이다.

졸속적으로 진행된 심사 면담도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김명준 소장은 "두 차례 진행된 공모 심사 중 1차 심사에서 심사위원 중 한 명은 나에게 '그동안 잘 해 오셨는데, 이제 그만 나가시는 건 어떻겠냐'고 노골적으로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명준 소장은 "그래도 1차 심사는 토론이라도 40분가량 했지만 2차 심사 때는 단 10분 만에 끝났다"며 "기껏 하는 질문이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어디있는가 등이었다"고 밝혔다. 김명준 소장은 "결국 형식적인 공모전이었다"며 "이건 코미디도 아니고 잘못 짠 고스톱에 불과하다"고 표현했다.

김명준 소장은 "현재 영진위에서는 지금의 문제가 잠잠해지기를 바라는 듯하다"며 "하지만 국가가 자신이 정한 규칙을 위반한 지금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응급 처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인촌 장관은 내 대변인"

이날 토론회에는 김정헌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도 참여했다. 그는 지금의 사태를 두고 "나 역시 재미있다"며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얘기한대로 재미나게 전개되고 있다"고 비꼬았다. 그런 점에서 그는 유인촌 장관을 자신의 대변인이라고 칭하며 쓴 웃음을 지었다.

김정헌 위원장은 현재의 상황을 '지뢰밭'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진짜 위원장이지만 확인서를 어디서 받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작금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정헌 위원장은 "지금의 사태는 유인촌 장관이 이야기한 것처럼 재미나게 전개되고 있다"며 "빼도 박도 못하게 상황이 흘러가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는 "결국 내 임기가 남아 있는 7개월 동안 문화부도 괴로울 것"이라며 "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나보고 사퇴하라고 하는데 내가 무슨 논개도 아니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 들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정헌 위원장은 "현 사태를 바라보고 있는 문화계의 폭발성은 장난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곳부터 시작해 현 정부의 부도덕성을 잘 드러낸다면 앞으로 이런 사건이 계속 폭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헌 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두고 "청와대에서 골머리를 썩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한 지붕 밑에 위원장이 두명인 사태를 두고 "정말 재밌다"고 비꼬았다. 그는 "똑 같은 위원장이 둘이 있으니 어느 날은 내가 원고를 했다가 어떤 날은 저 사람이 피고를 한다"며 "연극을 하나 해도 대단히 성공할 수 있겠다"고 했다.

김정헌 위원장은 "당황할 필요가 없다"면서 "조금 더 냉정하게 이 사태를 물고 늘어지면 1년 안에 판가름이 날 거라 생각한다"고 끝까지 문화예술위원회를 출근할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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