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하고 돈 좀 벌다 드디어 학교로 돌아왔어요. 이번 학기는 정말 1등 아니면 정말 안돼요. 대출은 피하고 싶어요. 그래서 0교시 공부를 택했어요. 아침 정신이 이미 '뿅' 갔어요. 남은 정신을 핀셋으로 부여잡고 책들을 마구 꺼내요. 최상급자리를 잡아요. 오후에 빼앗기지 않게 도시락을 놔요. 빛의 속도로 오늘 할 일을 정리하고 정신을 가다듬어요. 나름 예습이란 걸해요. 한 줄 읽고 한 줄 읽고 계속 다짐만 되뇌어요. 이래야 진정되는 것 같아요.
#2. 틈틈이 공부하기
대학생은 쉬는 시간도 놓치지 않아요. 아침 3시간 연강은 쉬는 시간이 필수에요. 새벽부터 움직였지만 정신은 멀쩡해요. 아침에 되뇌인 주문이 먹히나 봐요. (아싸 가오리~!) 교수님이 주신 은총! 약 15분의 쉬는 시간도 놓치지 않아요. 요즘 영어와 한자 스펙은 필수지요. '빽빽이'를 미친 듯이 해요. 이래야 외워지는 것 같아요. '블라블라블라~' 소리도 내면서 외워요. 주위 친구들 안중에도 없어요. 이러면 나 정말 정신 차린 것 같아 기분 좋아요.
#3. 수업 끝 알바 시작
대학의 어쩌면 참 짧은 수업이 끝났어요. 하지만 하루는 아직 한참 남았어요. 대학생은 '고딩'보다 가난해요. 아르바이트를 해야 해요. 친구들은 알바를 하러 학교를 나서요. 물론 인사는 밝게 해요. 하지만 입에서는 이미 사장 욕이 '댓바가지'예요. 물론 알바를 안 해도 되는 '거시기' 친구도 있어요. 솔직히 그네들이 아웃백 가자고 하면 빈부격차 느껴요. 알바 한 시간에 4500원인데, 아웃백은 10분도 안 되서 두 시간 공들인 돈이 날아가요. 다시 한번 아침에 되뇐 주문을 외워요. 나 스스로 '레드선'을 하고 교수님 방으로 가요. 나는 친구들 보다는 편한 알바예요. 일을 해요. 또 일을 해요. 시키는 일만 하면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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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알바 끝 공부 시작
교수님 일이 끝났어요. 드디어 내 몸은 온전히 내 것이 되었어요. 마음은 가벼운데, 이미 몸은 만신창이예요. 힘들어 죽겠어요. 하지만 난 대출은 피해야 되요. 또 다시 빛의 속도로 도서관으로 가요. 아침에 맡아놓은 자리를 찾아요. 앗! 저 녀석은 뭔가요. 나의 물건을 옆으로 밀고 앉았어요. 옆에 가서 기침을 해요. 아무래도 비키지 않아요. 이런 '우라질'. 시간이 아까워요. 그냥 '미실' 눈 포스 보내고 다른 자리로 가요. 자리에 앉으니 잠이 쏟아져요. 하지만 난 잘 수 없어요. 믹스 커피를 한 번에 세 개를 타서 먹어요. 우아하게 마실 수 없어요. 어서 잠을 깨야 해요. 커피 마취를 하고 이제 과제를 해요. 벌써 밤이예요. 이런 절망이 몰려와요 아직 영어와 한자 스펙은 만나보지도 못했어요. 저녁 먹을 시간도 돈도 없어요. 머리를 부여잡고 과자를 씹으며 남은 공부를 해요.
#5. 꿈에 대한 고민을 하지만 결국 페이(pay)에 따른 직업 선택
오랜만에 돌아온 대학생은 교수님과 상담을 해야 돼요. 교수님이 신의 은총을 베푸실 것처럼 저를 맞이해 주세요. 앞으로 생각하는 직업에 대해 물으세요. 나는 미소를 머금으며 희망찬 나의 꿈을 말해요. 하지만 이건 웬 설득 '시츄에이션'? 나에게 직업에 따른 페이(pay)를 줄줄 외어 주세요. 나는 꿈을 한순간에 바꿔요. 머릿속에 밀려들어오는 돈의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어요. 그렇다고 너무 높은 페이의 직업은 안돼요. 떨어질 게 분명하데요. 나의 인생의 도전 과제까지 친절히 정해주세요. 낮은 데부터 밟아 올라가야 한데요. 방을 나오는 대학생은 새롭게 개조되었어요. '돈을 많이 벌면 나중에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을 거야'라고 다짐을 해요.
#6. 직업 결정하고 '열공' 하는데 들려오는 학교 레벨의 벽
여학생들은 참 잘 수군거려요. 오늘도 수업 전에 엄청난 무리로 모여서 신나게 수다를 떨어요. 어라, 오늘은 왠지 '뒷 땅'은 아닌 것 같아요. 분위기가 심각해요. 무리로 헤치고 들어가 봐요. 헐, 이건 웬 봉창 두드리는 소리. 과에서 스펙 신으로 우대 받는 선배들이 줄줄이 기업 1차 서류 심사에서 떨어졌다는 소문이예요. 갑자기 현기증과 멀미가 쓰나미처럼 밀려와요 머릿속에서 나의 성적들이 비교 스캔돼요. 이런 '우라질레이션'! 교수님의 사탕발림인 건가요. 무조건 나는 기업에 들여보내 준다 했는데. 안 되면 나는 어떻게 해야 되나 생각하는 인간으로 변신해요.
고등학교 때 공부 안 한걸 후회하지만 이미 늦었어요. 억울해요. 나도 SKY와 똑같이 등록금 내는데, 우리 학교는 왜 1차 서류 심사도 통과 못하는 걸까요. 돈으로 따지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어요. 수능 성적이 이렇게 날 부여잡을지 몰랐어요. 인생의 기회는 언제나 있다고 누가 그랬나요. 이 학벌만능주의 더러운 한국 사회 욕 해봐요. 하지만 변한 건 없어요.
#7. 등록금이 이번 학기도 오를까봐 계속 발표 기다리는 모습
초조함에 방학을 보내요. 등록금 발표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어요. 언제 발표한다고 말은 없어요. 이미 성적 확인 결과 1등은 못했어요. 그렇다면 내가 빚을 덜 질 수 있는 일은 등록금이 안 오르는 거예요. 클릭 한 번마다 손에 땀을 쥐는 공포영화가 따로 없어요. 대학생은 매일매일 이렇게 손에 땀을 쥐고 공지 사항을 체크해요. 하지만 등록금 결정이 되지 않았다라는 말은 점점 더 희망을 잃게 해요. 오 주님, 내릴 리는 없잖아요. 그렇다면 오르는 건데. 이런 '우라질레이션'.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이런 부질없는 학교공지 사이트보다 '알바몬'이라도 한 번 더 쳐다봐야겠다 생각해요.
과 수석을 놓치지 않아도 높기만 한 한국 사회의 벽
서울 모 대학교 사회복지학부에 재학 중인 이소영(07학번) 씨가 직접 경험한 내용을 요즘 유행하는 <롤러코스터> 버전으로 구성했다. 일명 '<롤러코스터>-열라 '빡센' 대학생 편'. 이소영 씨는 대학 내에서 우등생 소리를 듣고 있다. 하지만 그런 그도 넘을 수 없는 게 현실의 벽이었다.
민주노동당에서 주최한 '1020 세대 국회 지붕 뚫고 하이킥! 한국 사회를 말하다'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자신들이 겪고 있는 고충과 고민을 기탄없이 표현했다.
작년에 휴학을 한 뒤 이번 학기에 3학년으로 복학하는 이소영 씨의 가장 큰 고민은 등록금이다. 그는 "우리집은 등록금을 부모님이 대 줄 수 없기 때문에 각자 알아서 등록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동생은 등록금 대출을 받고 있다.
이소영 씨도 이번 학기에는 등록금을 내야 한다. 그는 "아직 학교에서는 등록금을 발표하지 않았다"며 "대출을 생각하고 있는데, 등록금이 오르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 숨을 내쉬었다.
등록금 인상도 걱정이지만 졸업 후 취업도 걱정이다. 어느 유행어처럼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싫은 이소영 씨였다. 그는 "학교에 공부 잘하는 선배들이 모여 스터디를 했는데 이들이 얼마 전 기업 채용 시험에서 1차에 모두 떨어졌다"며 "그런 선배들을 보며 나는 뭘 해야 할지 막막했다"고 밝혔다. 스터디 선배들의 평균 학점은 4.0에 토익 점수가 890점이었다.
이소영 씨는 "일명 'SKY'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인생에 있어서 누구에게나 기회는 주어진다고 하지만 나에겐 그런 기회는 요원하다"며 "바쁘게 살아도 꿈조차 꿀 수 없는 사회가 한국 사회"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 28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10주년 맞이 '청소년, 대학생, 청년 한국사회를 말하다 PPT 발표 대회'에서 참가한 학생들이 공연을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 |
"스펙을 갖추지 못하면 지금의 대학에서는 '루저'일뿐"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에 재학 중인 김경원 씨의 상황도 대동소이하다. 김경원 씨는 "대학에 들어 온 이후 일반적인 대학생의 삶을 부정했다"며 "하지만 대학교 4학년이 되니 결국은 '스펙'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든다"고 말했다.
김경원 씨는 여름엔 토익, 자격증을 준비하고 학기 중에는 학점 관리는 하는 여느 대학생과는 달리 여름에는 여행, 봉사 활동을 다녔다. 학기 중에는 동아리 활동에 매진했다. 3학년 2학기를 마친 그의 평점은 3.85였다. 토익 점수는 대학 입학 초기 받은 580점이 고작이었다. 그는 "스펙은 인생에서 필요 없는 줄 알았다"며 "하지만 겪어보니 그게 아니었다"고 했다.
학교에서 몽골에 캠프 봉사를 보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쪽에 관심이 많은 김경원 씨는 지원서를 내려 했으나 지원 자격에 일정 수준의 성적과 영어 공인 점수가 필요했다. 결국 자격이 미달돼 지원서는 내지도 못했다.
얼마 전에는 학교에 출장을 나와 있는 은행에서 아르바이트를 뽑는다기에 지원서를 냈다. 서류를 제출하고 면접을 보는데 면접관은 학점과 토익 점수를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결국 떨어졌다. 김경원 씨는 "스펙을 갖추지 못한 것을 뒤늦게 후회하고 다음 학기에 휴학을 한다"고 밝혔다. 스펙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김경원 씨는 "요즘 나 자신을 생각하면 '루저'라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며 "스펙을 갖추지 못하면 현재 대학에서는 패배자일 뿐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경원 씨는 "혹자들은 요즘 대학생이 사회에 관심이 없다고 비판하지만, 그런 문화를 우리가 만든 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스펙이 갖춰지지 않으면 경쟁 선 위에 오를 수도 없는 게 현재의 사회"라며 "그걸 준비하기 위해 대학생들은 분주하게 공부를 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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