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항 벙커C유 유출사고를 수사하고 있는 태안해안경찰청은 7일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벙커C유를 선적하는 과정에서 기름 탱크 밸브를 잠그지 않아 유출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2007년 12월 발생한 태안 원유출 사고 당시 원유 소유주였던 현대오일뱅크가 사고 2년 만에 관리·감독 등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서, 다시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것. 유출량은 수거된 기름양 등으로 비춰 5900리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기름 유출로 인해 당진군 소난지도와 대난지도 등은 물론 경기도 안산시의 풍도, 육도까지 기름덩어리가 밀려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이 지역 주민들은 방제 작업에 매달리고 있지만 폭설 등으로 인해 작업이 수월치 않다.
'난지도 기름피해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기름피해로 인해 조업을 하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름유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지역 수산물 주문량이 줄어들고 있는 상태다.
▲방제 작업을 하고 있는 지역 주민들. ⓒ충남환경운동연합 |
"뒤늦은 신고로 인해 기름이 해안가로 확대됐다"
주민들의 생계 문제도 문제지만 이번 기름 유출 사고를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현대오일뱅크의 '사건 은폐 의혹'이 도마 위에 오른 것.
이번 사고가 발생한 시간은 12월 20일 밤 10시 40분. 하지만 태안해경이 사고를 접수한 시각은 다음 날인 21일 오전 9시께였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몰랐기 때문에 신고가 늦어졌다"고 해명했으나 작업규정상 기름 선적 시 현대오일뱅크 직원들이 유조선 선원들과 선적 과정을 함께 진행하도록 돼 있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평주 충남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회사에서는 몰랐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11시간이나 늦게 신고를 한 이유는 따로 있다"며 "늑장 신고에는 기름 유출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들어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오일뱅크의 뒤늦은 신고로 인해 기름은 조류를 타고 해안가로 확대됐다.
또한 현대오일뱅크가 기름 유출량을 축소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사고 당시 현대오일뱅크에서는 유출량을 800리터~1000리터로 밝혔지만 해경 조사 결과 이보다 6배 수준인 5900리터가 유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주류 언론의 침묵, 납득할 수 없다"
언론에서의 사건 은폐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사건 발생 직후 <연합뉴스>만이 이 사건을 보도하고, 중앙 일간지와 중앙 방송국은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그나마 <한겨레>가 사건 발생 2주 만인 지난 4일 이를 처음 보도했고 <내일신문>이 6일자 신문에 이를 보도했다.
태안해안경찰청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 7일 이후에도 KBS, MBC, SBS 등 중앙 방송뉴스에는 이 소식이 보도되지 않았다. <경항신문>과 <한겨레>,<동아일보>만이 이 소식을 전했다. 이평주 사무처장은 "기름 유출 사건이 발생했는데 정작 언론에서는 이를 보도하지 않고 있다"며 "기업에서 언론 통제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많은 매체에서 보도를 했다"며 "기본적으로 기름 유출은 은폐가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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