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는 8일 오전 9시께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병원에 차려진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 이 자리에서 정 총리는 "여러분께서 마음을 열고 양보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능력이 부족해 이렇게 늦게 왔다.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의 말을 전했다.
▲ 8일 오전 9시께 순천향병원에 차려진 분향소를 찾은 정운찬 국무총리. ⓒ뉴시스 |
유가족은 총리의 방문에 그동안 쌓였던 답답한 마음을 표현했다. 이들은 "총리의 말만 믿고 기대했는데, 진작 좀 해주지 어떻게 이렇게 추운 겨울에 (사과를) 했는가"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 유가족은 "앞으로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해 달라"며 재개발 정책의 전환을 촉구했다. 이강실 상임장례위원장도 총리에게 "용산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치적 생명을 걸어 달라"고 당부했다.
오세훈 서울 시장 조문에 냉담한 유가족들
정운찬 총리의 '용산' 방문은 2009년 10월 추석 이후 두 번째다. 당시 정 총리는 유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사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시간이 늦어졌고, 반쪽 밖에 되지 않는 합의라는 평가를 받지만 어쨌든 총리의 말대로 용산 참사 문제는 타결됐다. 정운찬 총리를 대하는 유가족의 태도는 온정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면 정운찬 총리보다 하루 앞선 7일 오후 6시께 장례식장을 방문한 오세훈 서울 시장을 대하는 태도는 차가웠다. 오세훈 시장은 분향을 마친 뒤 "돌아가신 분과 유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늦었지만 장례를 치르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추후 유사한 사례가 또 발생되지 않도록 서울 시장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유가족의 반응은 냉담했다. 유가족들은 오 시장에게 "1년 내내 왜 이런 고통을 유가족에게 주었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족은 오세훈 서울 시장의 장례식장 방문 의사를 두고 오랜 시간 논의 끝에 "장례식장을 찾는 모든 분들을 맞이한다"는 원칙하에 조문을 받았다.
▲7일 순천향병원에 차려진 분향소를 방문한 오세훈 서울 시장. ⓒ뉴시스 |
"유가족들은 진심으로 오 시장을 반길 수 없었다"
'용산 참사 철거민' 민중열사 범국민장 장례위원회는 "오세훈 시장의 조문을 받기는 했지만 유가족과 장례위는 진심으로 오 시장을 반길 수 없었다"고 밝혔다. 장례위원회는 "1년간 단 한 차례도 용산 현장을 방문하지도 않았고 유가족에게 사과와 위로의 뜻을 보인 적도 없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장례위원회는 "협상 타결 이후에는 마치 자신이 용산 참사 해결의 주역인 것처럼 공치사를 남발했다"며 오 시장의 조문이 정치적 제스처가 아닌지 우려를 표명했다. 장례위원회는 "고인의 영결식 장소로 서울광장을 허용해달라는 유가족의 요구를 끝까지 거부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용산 참사의 근본 원인인 뉴타운 재개발 정책을 조금도 수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운찬 총리의 방문을 두고 장례위원회는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평했다. 이들은 8일 순천향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족에게 직접 사과하고 약속한 것처럼, 향후 용산 참사의 진상이 규명되고 재개발 관련 법 제도,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며 "지난 추석에 약속을 번복해 유가족을 실망시킨 것처럼 유가족을 두 번 울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9일 치러질 장례식에는 8556명이 모집됐다. 이날 장례식은 오전 9시 순천향병원에서 발인제를 시작으로 12시 서울역 광장에서 영결식, 오후 3시 용산 참사 현장에서 노제, 오후 6시에 마석 모란공원에서 하관식을 마지막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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