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력이 없는 구속영장으로 13일 동안 구치소에 갇혀 지낸 사람이 있다. 그래서 이런 영장을 집행한 검사에게 주의 조치를 요구했다. 이게 잘못된 요구인가.
'그렇다'라고 말할 사람은 흔치 않을 게다. 그런데 검찰은 이런 드문 경우에 자신을 집어 넣었다. 주의 조치를 거부한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31일 발표한 내용이다.
홍모 씨는 2007년 5월 기소됐고, 같은 해 9월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하지만 2008년 2월 벌금형이 선고되면서 구속영장이 효력을 잃었다. 그럼에도 홍 씨는 2008년 8월 체포돼 13일 간 성동구치소에 구금됐다.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구속된 홍 씨는 지난해 9월 인권위를 찾았다.
인권위 조사 결과, 서울동부지법 판사는 홍 씨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하고서 서울동부지검에 영장 반환 및 지명 수배 해제를 의뢰하지 않았다. 이어 당시 담당 검사는 별다른 확인 없이 영장 집행을 지휘해 홍 씨를 불법 구금했다.
인권위는 효력을 상실한 구속영장은 일차적으로 법원에 반환 요구 책임이 있다는 점을 들어 지난 6월 해당 판사에게 주의 조치할 것을 서울동부지법에 권고했고 법원은 이를 수용했다.
당시 담당 검사가 현재 소속된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대해서도 인권위는 "담당 검사가 전산망을 통해 언제라도 진정인의 벌금형 선고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영장 집행을 지휘해 불법 구금 결과를 가져왔다"며 주의 조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인권위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관련 제도와 관행의 맹점 때문에 빚어진 일이어서 담당 검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검찰과 법원의 행위는 헌법 제12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헌법상의 책임은 관련 제도나 관행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으로 면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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