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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집회'를 두려워 하는가…"현행 집시법 폐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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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집회'를 두려워 하는가…"현행 집시법 폐지해야"

[토론회] "집회 규제가 목적인 현행법 손질 불가피해"

2005년 2월 '올바른 과거 청산을 위한 범국민 위원회' 소속 회원 10여 명은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사택 앞에서 과거 청산 입법을 촉구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특정인이 탄 차량이 지나기지 못하도록 그 앞에 드러누워 구호도 외쳤다.

이로 인해 참가자들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2항, 제6조 제1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하지만 이들은 옥외 집회를 미리 신고토록 규정한 집시법 제6조 제1항은 과잉 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결과는 합헌(7:1).

헌법재판소는 2009년 5월 "일정한 신고 절차만 밟으면 일반적, 원칙적으로 옥외 집회 및 시위를 할 수 있도록 집시법은 보장하고 있다"며 "집회에 대한 사전 신고 제도는 헌법 제21조 2항의 사전 허가 금지에 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의문은 남는다. '집회'가 정확히 무엇인지 정의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당시 기소된 참가자들은 "'집회'가 아닌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사전 신고를 할 필요가 없었다"고 항변했었다.

새사회연대,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은 17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집회·시위의 자유와 법 정책의 문제점' 토론회를 열고 이런 문제를 살폈다.

새사회연대,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은 17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집회·시위의 자유와 법 정책의 문제점' 토론회를 열고 이런 문제를 살폈다. ⓒ프레시안

경찰의 이중 잣대 논란…박원석 "민감한 이슈는 무조건 방해한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는 '집회'에 대한 개념 규정이 없다. 집시법 제2조 제1호에서 '옥외 집회'를 '천장이 없거나 사방이 폐쇄되지 않은 장소에서의 집회'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다 보니 법 집행자들의 자의적인 해석이 심각한 상황이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광화문광장 조성 이후, 이 광장에서는 어떤 집회나 시위도 불가능하다"며 "어이없는 것은 광화문에 있는 정부종합청사 앞에서는 1인 시위나 기자회견이 가능하다. 왜 이런 이중 잣대가 존재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박 처장은 "관할 경찰서, 현장 지휘관 등에 따라 대응이 다르다"며 "종로경찰서의 경우 특정 장소에서의 기자회견을 심하게 방해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안에 따라서도 경찰의 대응이 다르다"며 "4대강 사업, 미디어법 등으로 기자회견, 1인 시위를 하면 심하게 시달린다"고 설명했다.

박 처장은 특히 지난 8월 3일 광화문 광장 개장 이후 가진 기자회견을 두고 "당시 기자회견을 하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15명이 그 자리에서 전원 연행됐다"며 "경찰은 우리의 기자회견을 미신고 불법 집회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집회 개념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일선에서는 이를 가지고 권력을 남용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며 "집시법 개정 이전이라도 집회 개념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에서도 해석이 분분한 '집회'의 개념

'집회'의 개념은 집시법 제2조의 '시위'에 대한 정의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집시법 제2조는 '시위'를 "다수인이 공동 목적을 가지고 도로, 광장, 공원 등 공중이 자유로이 통행 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에서도 '집회'의 개념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06고단2956' 판결에서 집시법 제2조 제1호 '옥외 집회'의 '집회'를 "일정한 공동 목적을 위한 다수인의 일시적 화합"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반면 서울지방법원 '2003고단2100' 판결은 "집시법 제6조 소정의 신고 의무 있는 옥외 집회는 다수인이 공동 목적을 가지고 천장이 없거나 사방이 폐쇄되지 않은 장소에 모여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로 해석하고 있다.

박주민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는 "이는 집회의 개념이 다른 법률 조항과의 연계 속에서 명확하게 유추되지 못함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특히 법원에서도 '집회'의 개념이 명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주민 변호사는 "더 나아가 '2006고단2956판결'처럼 '집회'가 추상적으로 규정된다면 경찰의 자의적인 법 집행과 결합해 옥외에서의 다양한 형태의 인간 교류와 소통을 '집회'로 분류, 제한하거나 처벌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술에 취해 어깨동무를 하고 교가를 부르는 고교 동창회, 어깨띠를 두르고 수십 명이 벌이는 상품 홍보전, 플래시 몹 등이 모두 집회로 분류돼 신고를 하지 않으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박 변호사는 "'집회'의 개념이 추상적이며 다른 법률 조항과의 연계 속에서 명확하게 유추되지 않는다면 집시법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종서 교수 "집시법 적용 배제되는 조항 늘려야 한다"

그렇다면 '집회'의 개념을 정의해 놓으면 지금의 논란이 가라앉을까. 김종서 배제대학교 교수(법학과)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김종서 교수는 "집회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해 놓더라도 집시법의 목적이 '집회'의 보호가 아니라 '집회'의 규제에 있는 만큼 법 적용의 실태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일하게 '집회' 개념을 통해 법 적용 실태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집시법 제15조와 같은 소극적 조항을 통해 규제 대상을 적극적으로 좁혀 나가는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김도현 동국대학교 교수(법학과)도 "현행 집시법이 가지고 있는 규제법적 성격을 탈각하고 보장법의 성격으로 일신하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영철 한남대학교 교수(법학과)는 한 발 더 나아가 "현행 집시법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집회나 시위로 인해 발생되는 결과인 범죄에 대해서 해당 형사법 관련 규정에 의해 충분히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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