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는 한 홍보대행사에 입사원서를 낸 양모 씨. 실기와 면접 시험에서 최종 합격했다는 기쁨을 제대로 느낄 틈도 없이 그는 해고 통보를 받았다. 출근 첫날 밤, 회사 대표는 전화를 걸어 "회사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했다. 양 씨의 왼쪽 손가락 일부가 잘려나갔다는 게 이유였다.
전화를 끊고 얼마 뒤, 그는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아 진정을 했다. 지난해 11월의 일이다. 1년 남짓의 조사를 거친 뒤, 인권위는 해당 회사가 양 씨에게 손해배상금 240만 원을 지급하라는 권고안을 내놨다. 조사 과정에서 회사 측은 "고객과 외부인을 항상 만나야하는 서비스업의 특성"을 이유로 양 씨가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회사 측은 "양 씨가 채용 과정에서 신체적 결함을 미리 말하지 않았으므로 채용 불합격 사유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4일 내놓은 권고안에서 인권위는 "왼쪽 손가락 일부가 없다고 해서 서비스업에 부적합하다는 건 고정관념일 뿐"이라고 못 박았다. "양 씨가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어떤 합리적인 근거도 찾을 수 없다"는 게 인권위의 판단이다. 양 씨가 채용과정에서 신체적 결함을 미리 말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인권위는 "모집·채용에 있어 장애를 이유로 차별해선 안 된다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기 때문에 해고의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해고 당시 양 씨는 3개월의 인턴 과정을 앞둔 상태였다. 인권위가 홍보대행사 대표더러 양 씨에게 지급하라고 권고한 손해배상금 240만 원은 양 씨가 해고되지 않았을 경우 받았을 수 있었던 3개월 인턴과정의 급여액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