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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뚫고 하이킥' 신세경은 대학에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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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뚫고 하이킥' 신세경은 대학에 갈 수 있을까?

삭감된 복지 예산으로 고통받을 410만 명의 신세경

문화방송(MBC) '지붕 뚫고 하이킥'이 장안의 화제다. 이미 시청률 20퍼센트를 넘어섰다. 그 중 단연 돋보이고 있는 인물은 신세경. 하루아침에 소녀 가장이 돼 식모살이를 하는 그의 모습이 웃음 속에서 시청자의 눈물샘을 묘하게 자극하고 있다.

사업 실패와 어머니 병원비 마련으로 큰 빚을 진 아버지는 빚 독촉에 쫓겨 어쩔 수 없이 고기잡이배를 타고 바다 멀리 떠났다. 홀로 남게 된 신세경과 신애 자매는 이순재 집에서 식모살이를 하면서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다시 부녀가 함께 살기는 요원하다.

신세경이 한 달간 식모살이를 통해 버는 돈은 50만 원. 밥과 청소, 빨래를 다 하고 집안 식구 심부름까지 도맡아 해주면서 받는 돈이다. 지난주에야 겨우 60만 원으로 올랐다. 그런 신세경 자매를 도와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나마 키다리 아저씨로 통하는 줄리엔 강이 있지만 큰 기대는 할 수는 없다.

만약 신세경 자매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받는다면 어떨까. 이 제도는 빈곤계층에 대해 국가가 생계, 주거, 교육, 의료 등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해 준다. 이들이 그 대상이 된다면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신세경, 신신애 자매. ⓒ문화방송

입학금, 수업료도 지원, TV수신료 면제, 핸드폰 통화료 할인 혜택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대상이 되려면 우선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어야 한다. 신세경 자매의 경우 부양의무자인 아버지가 멀리 바다로 나갔기 때문에 부양능력이 없는 자로 간주된다.

또한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여야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최저생계비는 헌법이 규정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향유하기 위해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이다. 2009년 4인 가구 기준으로 한 달 132만6609원이다. 신세경 자매처럼 2인 가구 기준으로는 83만5763원이다. 이들은 한 달에 60만 원을 벌기 때문에 자격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이들 자매가 기초생활수급자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한 달에 69만4607원. 이는 현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 또한 아직 초등학생인 신애의 경우 중학교, 고등학교 입학비와 등록금을 모두 정부에서 받을 수 있다. 교재비 등도 따로 받는다. 정부는 입학금과 수업료로 1인당 1년에 114만5000원, 교과서 비용으로 11만2000원, 부교재비로 3만4천원 등을 지원한다.

TV수신료, 주민등록증 재발급 수수료도 면제 받는다. 종량제 폐기물 수수료 감면으로 쓰레기 봉투도 지급받을 수 있다. 게다가 얼마 전 선물로 받은 핸드폰의 통화료도 월 35퍼센트 감면받는다.

기껏 아껴서 저축했더니…

그러나 한계도 분명하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자체가 기본 생계를 꾸리기에 부족한 소득을 정부가 보조한다는 개념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들 자매가 받을 수 있는 69만4607원은 이들 자매의 소득이 전혀 없을 때를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그러나 신세경은 한 달 식모살이 월급으로 60만 원을 받기 때문에 실제로 정부에게 받는 돈은 9만 원 정도다. 이들 자매가 소득이 전혀 없다는 점이 증명돼야만, 69만4607원 전부를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신세경 자매는 일을 하건 안하건 소득이 마찬가지인 셈. 식모살이를 포기하고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도 되지 않을까. 그것도 쉽지 않다. 살 집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답을 주지 않는다. 당분간 신세경 자매는 이순재의 집에서 식모살이를 하며 지낼 수밖에 없다.

먹을 것, 입을 것 아껴서 월급을 저축하면 돌파구가 열리지 않을까. 꼭 그렇지도 않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 하에서는 저금한 돈만큼 제한 금액이 다음 달 최저생계비로 나오게 돼 있다. 드라마에서 신세경은 동생을 교육시키고 앞으로 아버지와 함께 살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지만, 현실에서 이렇게 하면 기초생활보장 혜택이 축소되는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

등록금 상환제의 역풍

ⓒ프레시안
문제는 2010년이다. 현재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복지예산을 보면 기초생활보장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2009년도 기초생활보장 실제 예산은 7조9731억 원이었지만 2010년 예산안은 7조2929억 원으로 6802억 원이 삭감됐다. 작년 대비 8.5%로 삭감된 것. 신 자매는 이로 인해 그나마 받던 혜택마저도 받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

거기다 정부가 대표적인 친서민정책으로 내세우는 '취업 후 등록금 상환제'가 역풍을 부를 가능성도 있다. 2010년부터 시행되는 이 제도로 인해 그간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에게 지급됐던 장학금 지원액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 매년 200만 원의 지원금을 준다는 보완책을 내놓았지만, 현행 등록금 수준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이전 제도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연간 무상 장학금 450만 원을 지원했다. 드라마에서 신세경을 검정고시를 준비하느라 밤늦게까지 공부한다. 하지만 그가 검정고시에 붙는다 한들 대학 진학은 쉽지 않아 보인다.

신세경 자매의 겨울나기는 계속 힘겨울 듯

정부는 2009년 3월 '민생안정 긴급지원 대책'을 통해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에 처해 있으며 기초생활보장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이를 410만 명으로 추산했다. 즉 신세경 자매가 한국에 410만 명이나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현 정부는 경제가 호전되고 있다며 2010년도 경제 성장률을 4~5퍼센트 사이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2009년 국민 실질 가계소득은 작년대비 3.3퍼센트나 줄어 2003년 이후 최대치로 감소했다. 이로 인해 2005년 수준으로 가계소득이 되돌아갔다. 게다가 소득 하위 20퍼센트 계층은 2008년에 비해 6.4퍼센트나 가계소득이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간한 '2007년도 한국의 사회복지지출 추계'를 보면 2007년 한국 사회복지 총지출은 GDP 대비 10.01%인 98조6500억 원이다. 이는 OECD 평균인 23.9퍼센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하지만 정부는 생색내기에 급급한 복지예산만을 책정할 뿐이다. 신세경 자매가 한국 사회에서 사는 한 가난의 늪에서 벗어날 길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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