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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이' 잊은 정부…아동 성폭력 방지 예산 대폭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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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이' 잊은 정부…아동 성폭력 방지 예산 대폭 삭감

여성부 '말 바꾸기'…법무부·복지부 등도 마찬가지

이른바 나영이(가명)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게 불과 40여 일 전이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아동 성폭력 범죄자는 해당 거주 지역 주민들이 인지할 필요가 있다"며 가해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도록 주문했다. "여성부가 주관하고, 총리실, 법무부, 지자체, 지역 병원이 동참해서 유기적이고 종합적인 예방과 단속 체제를 구축하라"는 지시도 곁들였다.

성폭력 상담 강화한다던 여성부, 관련 예산 대폭 삭감

그러나 이런 지시는 그저 빈말이었다. 여성부, 법무부, 보건복지부 등 아동 성폭력 문제를 다루는 부처의 내년도 예산안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17일 이들 예산안을 살핀 결과를 보면, 아동 성폭력 관련 예산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었다. 주무 부처인 여성부가 주도적으로 삭감했다는 점이 더욱 놀랍다.

여성부는 해바라기아동센터 운영사업 예산을 올해보다 16억 원 삭감했다. 해바라기아동센터는 13세 미만 성폭력 피해아동과 그 부모들을 상담하고 지원하는 기관이다. 전국에 10곳이 있으며, 전액 무료다. 이 예산은 올해 68억2700만 원이었으나 내년에는 52억4500만 원이 책정됐다.

향후 해바라기아동센터와 여성·학교폭력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가 통합 운영될 계획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이들이 합쳐진 통합센터에 배정된 예산은 7억 원 규모다. 성폭력 피해 아동 상담 관련 예산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8억 원 이상 줄어든 셈이다. 이보다 앞선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백희영 여성부 장관은 "원스톱지원센터와 해바라기아동센터의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었다.

4억400만 원으로 치료인력 20명 확보 가능할까?

이 대통령이 아동 성폭력 예방에 동참을 주문했던 법무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법무부는 내년도 성범죄자 치료 재활 예산을 7800만 원 삭감했다. 올해 5억1800만 원이었던 예산이 내년에는 4억4000만 원이 됐다. 법무부 계획대로라면, 이 사업에 필요한 의사 등 전문 인력은 20명이다. 4억4000만 원을 모두 인건비로 쓴다고 해도, 전문 인력 한 명당 인건비는 2200만 원이다. 이들 인력에 대한 통상적인 인건비 수준, 그리고 인건비가 아닌 다른 비용을 고려하면, 성범죄자 치료 재활에 필요한 인력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복지부가 주관하는 '성범죄 관련 교육 및 홍보 사업', '유해매체 환경 감시 체계 강화 사업' 예산도 각각 1억 원 가량 삭감됐다. 전자는 올해 5억5800만 원이었으나, 내년에는 4억5500만 원이 책정됐다. 후자는 올해 5억8100만 원에서 내년 4억8600만 원으로 줄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청소년위원장을 지냈던 최영희 민주당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아동 성폭력 방지 예산의 적정 규모를 최소 499억7400만 원이라고 추산했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진술 과정에서 입는 2차피해를 막기 위한 진술녹화실 확대 설치 비용이 포함된 액수다. 그러나 올해 예산안에 포함된 아동 성폭력 방지 예산 규모는 191억7600만 원에 불과하다. 이 금액은 내년도 예산안에서 다시 10억 원 이상 삭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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