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가족부는 10월 28일, 예산을 모두 소진한 서울, 부산, 대구 등 8개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중증 장애인에게 적용되는 활동 보조금 신규 신청을 금지하도록 지시했다. 약간의 예산이 남아 있는 나머지 8개 지자체에도 예산 한도 내에서만 신규 신청을 허용하도록 했다.
복지부의 이와 같은 지시가 알려지자 장애인 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11일 서울 종로구 보건복지가족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방적인 서비스 중단은 중증 장애인에 대한 명백한 인권 침해"라며 예산안 확충을 촉구했다.
이들은 "활동 보조는 중증 장애인의 정당한 생존권"이라며 "예산의 논리로 장애인의 인권을 짓밟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 11일 장애인 단체는 보건복지가족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활동보조금 신규 신청 중단 결정을 규탄했다. ⓒ프레시안 |
2010년 장애인 활동 보조금 예산도 곧바로 고갈 될 운명
정부의 일방적인 신규 가입 금지 결정은 장애인 단체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정이다. 정부가 활동 보조금 예산안을 책정할 때부터 지속적으로 '예산안 확충'을 요구해왔기 때문.
2007년 4월부터 시행된 활동보조서비스는 사회 활동이 어려운 1급 중증 장애인에게 유급 활동보조인을 파견해 활동보조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추가 지원 이용자수가 계속 늘어날 것을 예상한 장애인 단체는 이에 대한 예산안 확충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정부가 정한 2009년 활동보조 예산은 1105억 원. 이는 2만5000명의 장애인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예산이다.
결국 장애인 단체 예측대로 2009년 8월 이미 정부가 예산 기준으로 정한 신청자 수 2만5000명이 훌쩍 넘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애초에 터무니없이 부족한 계획과 예산을 책정해놓고 예산이 없다며 장애인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더구나 장애인 단체에 따르면 2009년 10월로 활동보조 이용자가 2만7000명을 육박하고 있다. 매월 신규신청자가 1000명에 달하고 있는 것. 그럼에도 복지부는 추경 예산을 고민하기보다는 신규 가입을 금지하는 수단을 택하고 있다. 복지부는 공문을 통해 "예산 부족으로 인한 기존 이용자의 서비스 중단을 막고자 정부 재정의 한도 내에서 예산 전용을 추진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심각한 문제는 2010년도 장애인 활동 보조금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2009년보다 5000명 늘린 3만 명 기준으로 1268억 원의 활동보조 예산을 정했다. 하지만 이미 신청한 사람만 2만7000명인 것을 고려하면 내년 신규 신청은 조기에 마감될 가능성이 크다.
"예산 없다고 하는데 4대강 예산은 어디서 나는 건가?"
남병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직국장은 "복지부 자체 조사에 의하면 활동 보조가 필요한 장애인인 약 20만 명으로 추산됐다"며 "그럼에도 복지부는 3만 명의 장애인에게만 활동보조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새로운 회계연도는 2010년 2월 1일"이라며 "이미 밀려있는 신청자를 포함해 내년 1월까지 늘어나는 신청자를 고려한다면 2010년 예산은 상반기에 고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홍구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현 상황을 두고 "이미 예견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요가 뻔히 있는데도 이렇게 예산을 책정했으니 당연한 결과"라며 "상황이 이런 데도 정부는 모르겠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정부는 예산이 없다고 하지만 4대강 삽질 예산은 어디서 나는지 모르겠다"며 "삽질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에는 대통령까지 나서면서 정작 장애인은 외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도 "중증 장애인의 활동 보장 요구는 4대강 강물에 빠졌다"며 "장애인의 팔과 다리를 다 자르고 몸통만 가지고 살라고 하는 게 현 정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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