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고문이 경찰에 둘러싸여 외쳤지만 경찰은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권오헌 고문은 당초 계획했던 청와대 분수대 앞이 아닌 청운동 사무소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경찰은 "피켓을 앞세우고 불법 행진을 하고 있다"며 1인 시위를 저지했다.
11월 15일로 용산 참사도 300일을 맞는다. 하지만 변한 것은 없다. '이명박정권용산철거민살인진압범국민대책위원회'는 이런 상황을 규탄하며 11월 9일부터 일주일간 300인 동시다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한다. 청와대, 정부종합청사, 한나라당사, 경찰청, 국회, 서울시청, 법원, 검찰 등에서 1인 시위를 전개, 사태 해결을 촉구한다는 것. 권오헌 고문은 300인 1인 시위의 첫 번째 참가자였다.
14일에는 서울역광장에서 정당, 시민·사회단체와 공동으로 범국민추모대회를 개최한다. 추모 대회 이후에는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곳곳으로 흩어져 1시간 동안 1000인 1인 시위를 전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정부에게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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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라면 용산 문제는 장기화 될 수밖에 없다"
현 상황에서 용산 범대위의 운신 폭은 좁다. 용산 참사의 '용'자만 나와도 연행하는 경찰로 인해 제대로 된 집회도 하지 못할 뿐더러, 참사 발생 초기 때만큼의 여론의 관심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홍석만 용산 범대위 대변인은 "1인 시위, 삼보일배, 기자회견 등 합법적인 것도 모두 연행을 한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만약 10월 28일 선고에서 무죄가 나왔다면 범대위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1심 결과는 참혹했다. 철거민 피고인에게 징역 6년형 등 중형이 내려졌다. 2심 선고가 빠르면 2010년 3월 중에 있을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상태로는 철거민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받기는 요원하다.
물론 범대위가 정부 측과 타협을 고민하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현재 서울시와 정부는 용산 참사가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답변만 하고 있다. 타협 자체가 봉쇄된 상황이다. 여러 차례 물밑 협상에서 "서울시나,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는 어떤 대책도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만을 반복한 것.
그러나 범대위는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홍석만 대변인은 "앞으로 어떻게 갈지 모르겠지만 현재 같은 입장만을 정부가 고수한다면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한다. 정부 측에서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것.
가장 빠른 해결책은 대통령이든, 국무총리든 책임 있는 자가 정치적 결단을 내려 사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적으로 볼 때 불가능하다. 참사 발생 때부터 정부는 이것을 국가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로 시종일관 접근해왔기 때문이다. 홍석만 대변인은 "이런 형태의 프레임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정부 측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운찬 총리에게 걸었던 기대도 이젠 사라졌다.
결국 시민의 힘을 통해 정부를 굴복시키는 방법이 남는다. 하지만 이것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범대위는 활동을 해왔지만 아직까지 이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주말에 추모제를 한다 해도 많은 수의 시민이 모이지 못한다. 홍석만 대변인은 "매우 힘든 게 사실"이라며 어려움을 나타냈다.
용산 범대위는 현 사태에서 정부의 태도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이 문제를 덮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장기적 운동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홍석만 대변인은 "물론 유족들의 고통이 따르겠지만 동의가 된다면 그런 방향도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의 전향적 태도가 없는 한 용산 참사 문제가 장기화 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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