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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의 목을 문 개의 최후를 역사에 새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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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주인의 목을 문 개의 최후를 역사에 새기겠다"

[현장]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단식…"미디어 법 국회 재논의해야"

인간이 곡기를 끊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헌법재판소 앞에서 올바른 결정을 촉구하며 1만 배를 진행했던 최상재 전국언론노조위원장이 이번엔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일단 11일까지 진행하기로 했지만, 그 기한이 더 연장될 수 있다.

4일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서울 세종로 프레스센터 앞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하면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디어 관련 법이 현실화한다면 언론만이 아니라 국민의 고통도 엄청날 것"이라고 농성 돌입 이유를 밝혔다.

"야당은 구호로만 이 국면을 넘어가서는 안된다"

최상재 위원장은 "헌법재판소에서 내린 결정이 언론 관련 법의 위법을 확인시켜 줬기 때문에 국회에서 재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김형오 국회의장은 이런 주장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최상재 위원장이 단식을 진행하는 이유다.

▲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언론 관련법 재논의를 촉구하며 4일부터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뉴시스

최 위원장은 "좋은 언론, 좋은 민주주의를 위해, 재논의가 관철될 때까지 단식 농성을 진행하겠다"며 "이제까지 열심히 싸웠다고 현재의 결과를 국민에게 용서 받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목숨을 바쳐 악법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애썼다는 말이라도 나오도록 열심히 투쟁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헌법재판소 결정 후 언론 관련법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을 두고도 쓴 소리를 던졌다. 그는 "야당은 구호로만, 주장으로만 이 국면을 넘어가서는 안 된다"며 "언론 관련 법 무효가 야당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에서의 재논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다"

천정배 민주당 의원도 언론 관련 법을 두고 "국회에서 재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 의원은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결정문을 면밀히 살펴보면 결국 국회가 재논의를 하라고 결정한 것"이라며 "국회는 이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관 9명 중, 3명은 처리 과정에서의 위법이 있다며 언론 관련 법의 무효를, 다른 3명은 헌법 위반이 아니기에 유효 결정을 내렸다. 나머지 3명 중 2명은 청구인(김형오 의장)이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했고 나머지 1명은 국회가 자율적으로 해결하라고 결정했다. 결국 6명이 김형오 의장과 국회가 언론 관련 법 문제를 해결하라고 결정한 것이다."

천정배 의원은 "하지만 김형오 의장은 '나는 모르는 일이다'라며 발뺌을 하고 있다"며 "이런 자가 국회의 수장으로 있다는 게 부끄럽다. 나라 망신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나라당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재투표를 사죄하고 재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며 "최상재 위원장이 내일이라도 단식을 당장 중단할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어떻게 그런 황당한 논리를 꺼냈는지…고생했을 거 같다"

이날 단식 농성 기자회견에는 천정배 의원 뿐만아니라 화계사에서 헌법재판소의 올바른 판단을 촉구하며 2만 배를 진행한 최문순 민주당 의원도 참석했다.

최문순 의원은 "요즘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생하는 이가 헌법 재판관"이라며 "어떻게 그런 황당한 논리를 째냈는지를 생각하면 정말 고생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위법인데 위법이 아니라는 논리는 학교에서도, 책에서도 배워보질 못했다"며 "가장 신망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이런 엉터리 논리를 말하는 것은 도저히 승복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언론노조는 11일, 국회에서 언론 관련 법 재논의 진행을 촉구하며 언론노조 간부의 하루 단식을 진행한다. 또한 이날 저녁에는 촛불 문화제도 열 계획이다.

아래는 최상재 위원장이 단식에 들어가며 밝힌 변이다.

"미디어악법철폐를 위해 기꺼이 한 몸 던지며"

激(격)!

깨어있는 자 일어서라!

목불인견(目不忍見), 더 이상 참고 볼 수가 없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사람이 아는 일이다. '위법하지만 위법이 아니다.'는 말장난으로 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속이는 자, 다름 아닌 이 나라 최고의 판관들이다. 이들의 간교한 세 치 혀에 수 천 수만의 피로 쓴 민주주의가 능욕 당하고 있다.

그 수괴에서 졸개까지 탈세와 투기, 병역기피와 위장전입을 훈장으로 여기는 정권은 쾌재를 부른다. 저자거리의 야바위로 권력을 움켜 쥔 자들이 진실을 쫓을 리 만무하지만, 분칠한 까마귀를 백로라 내밀며 이제 그만 끝내자고 한다.

날마다 거짓에 거짓을 더해 무엇이 거짓인지조차 모르는 수구족벌 가짜 신문들이야 그렇다 치자. 검은 것은 검고 흰 것은 희다 해야 할 언론이 저들의 채찍 소리에 놀라 머리를 조아리고 썩은 당근을 입에 물며 말문을 닫았다.

아니다. 백번 죽었다 깨어나도 아닌 것은 아니다.

대운하 건설을 4대강 살리기로 이름 바꾸고 댐을 보(堡)라고 달리 부르면, 갇힌 물은 썩는다는 진리가 변하는가? 불에 타 죽은 철거민의 시신을 그 가족의 동의도 없이 부검, 훼손하고도 천벌을 면할 수 있는가? 아닌 것을 아니라 말하는 언론인의 밥줄을 끊는 무리들과 같은 하늘을 이고 있어도 괜찮은가? 참으로 괜찮은 것인가?

두려움에 몸을 피하는 시민의 뒤통수를 방패 날로 찍고, 쓰러진 여성의 머리를 군화발로 짓이기는 야만을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무고한 시민에게 억울한 죄명을 뒤집어씌우다 무죄 판결이 속출해도 영전하는 검사들, 초등학생에 노인들까지 토끼몰이 하고도 승승장구 하는 경찰들을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거짓말을 막기 위해 거짓말을 반복하던 대법관 나리의 그 뻔뻔한 얼굴을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하는가?

고름은 살이 되지 않는다. 썩은 뿌리에서 새싹은 돋지 않는다.

오늘 이 땅에 부정과 불의의 악취가 진동하는 것은 이 참담한 현실에 분노하지 못하고, 분노하더라도 일어서지 못하고, 일어서더라도 준엄한 단죄의 칼을 내리지 못한 우리의 순진한 관용 때문이다.

거짓 사죄에 다시는 속지 말자. 두 번을 머리 숙여 읍하면서도 눈알을 희번덕거리며 반격을 노리던, 속이 보이지 않는 그 비열한 눈에 더 이상 속지 말자. 무릎 꿇고 항복하고 물러날 때까지 싸움의 고삐를 늦추지 말자.

언론은 힘이다, 권력이다.

굽은 것 바로 펴고 삿된 것 자르라고 국민이 쥐어 준 칼이다. 그 힘, 그 칼을 국민의 목소리를 막는데 쓴다면 만 번 절하고 만 번 머리를 찧어도 결코 용서 받을 수 없다.

탄식과 통곡으로 분노를 삭이지 말라. 진실을 옮길 지면과 화면을 얻지 못했다면 부정과 불의가 나의 손과 나의 목소리를 옭아매고 있다고 광화문 네거리에서 몸을 던져 폭로하라. 나는 쓰고 싶다, 나는 말하고 싶다고 외쳐라.

작은 달이 어찌 거대한 태양을 삼킬 수 있는가?

잠시 가리고 있었을 뿐이다. 주인의 목을 무는 개가 어떤 최후를 맞는지 똑똑히 역사에 새겨 반드시 후대에 경계와 교훈의 표석으로 남기는 것, 그것이 이 시대 우리가 목숨으로 지켜야 할 사명이다.

깨어 있는 자, 일어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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