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시작된 외국어고 폐지·전환 논란을 두고 청와대가 수습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29일 언론을 통해 "오는 12월 초까지 외고 개혁안을 제시하겠다"며 "외고 개혁을 주도하는 주체는 교과부가 돼야 한다"며 급물살을 타는 외고 논의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한번 봇물이 터진 외고 논란은 온라인,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외고 등 특목고, 자사고를 준비하는 학생·학부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격렬한 토론도 벌어진다. 특히 외고생들의 주장도 잇따라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오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26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는 '외고 폐지에 찬성하는 외고생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자신을 A외고 2학년생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starryy)의 글이 올라와 주목을 받았다. (☞바로 가기) 이 학생은 "외고 폐지에 찬성하고, 또 외고를 자율고, 자사고, 특성화고로 전환시키자는 입장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 누리꾼은 "우리나라에 외고는 없다. 외고라는 간판을 걸고, 마치 기업처럼 '외고'라는 이름을 브랜드로 활용하여 만든 입시 전문 학교만 있다"며 "'외고'는 현재 한국에서 '입시 명문' 또는 '사회적 성공의 발판', '국·영·수 문제 풀이 잘하는 애들 집합소'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누리꾼은 외고가 '수월성 교육'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에 반박하며 "어른들은 공부 잘하는 애들끼리 모여야 공부 분위기가 좋아지고 나중에 출세할 때 도움도 된다고 하지만 과연 그게 '우리 사회'에 유익한 방향일까"라고 되물었다.
그는 "성적에 따라 학생들을 격리한 후 지식을 주입하게 되면 국·영·수 점수 산출이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외고와 같은 학교는 굉장히 좋은 학교"라며 "그러나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개인의 출세와 사회의 발전이 반비례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바보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 누리꾼은 "(일제시대 친일파) 이완용은 당시 소위 말하는 1%의 인재였다"며 "오늘날 강조되는, 수월성의 틀에 갇힌 교육에서는 또 다른 이완용들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다. 비단 이완용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1%가 99%를 짓밟은 사례는 무수히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최근 화제가 된 홈플러스 이승한 회장의 장애인 폄하 발언을 언급하며 "우리 사회의 1%이신 이 회장님께 장애인 친구분 한 명만 계셨더라도 이런 말씀을 하실 수 있었을까"라며 "1%와 99%를 격리시키는 교육 체계에서 진정한 1%는 나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정감사 기간에 외고 논란을 촉발한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외고를 특성화고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다. 이 법안에는 개별 학교별 학생 선발을 금지하고 교육 당국이 중학생들을 상대로 고교 진학 전 진로적성검사를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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