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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쌀값 12만 원, 지금도 쌀값은 1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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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쌀값 12만 원, 지금도 쌀값은 12만 원"

'논 갈아엎은' 전농, 이명박 대통령과 공식 면담 요청

쌀값 대란을 견디다 못한 농민들이 사태 해결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과의 공식 면담을 요청했다. 이들은 대통령이 이를 거절할 시 11월 17일로 예고된 농민 대회에서 본격적인 실력행사를 전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전국농민대표자결의대회를 열고 "트랙터에 짓밟히는 벼와 피땀 흘려 지은 쌀이 헐값에 수매되는 것을 보면서도 농민은 울분을 삭힐 수밖에 없는 참담한 상황"이라며 사태 해결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대화에 나서 줄 것을 촉구했다. 이날 한도숙 전농 의장 외 4명은 면담을 촉구하며 삭발식을 단행했다.

떨어지는 쌀값…논을 갈아엎는 농민들

이들의 분노에는 이유가 있다. 재고량 증가로 인해 산지 쌀값이 백미 80킬로그램(㎏) 한 가마에 12만 원으로 지난해 16만2000원과 비교해 20퍼센트 가까이 하락했기 때문. 이는 최저 생산 비용에도 한참을 밑도는 가격이다. 그렇다보니 농촌 곳곳에서는 수확을 포기하고 벼를 트랙터로 갈아엎는 장면이 나타난다.

▲ 농민들이 'MB식 농정 반대! 쌀 대란 해결, 대북 쌀 지원 재개 및 법제화 촉구'를 주장하며 전국농민대표자결의대회를 열었다. ⓒ프레시안

전남 영광군 군서면 가시리에서는 지난 19일 벼논 990제곱미터(㎡)를 갈아엎었고 충분 진천군 내촌리에서는 벼논 3000제곱미터를 폐기했다. 광주시 광산구 본량동 풍숙마을에서도 벼논 1650제곱미터를 불태우고 송정처리장을 봉쇄하기도 했다. 충남 보령시 농민들은 15일 수확을 앞 둔 논 3000여 제곱미터를 트랙터로 갈아엎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난 9월에도 경기도 여주에서는 수확을 앞 둔 논 2300여 제곱미터를 갈아엎었다.

또한 시군별로 농협 미곡처리장(RPC)을 봉쇄하는 일도 벌어졌다. 전국농민회 광주·전남연맹은 지난 7일 벼 수확 시기가 임박하자 "농협 미곡처리장들이 비축미를 싼값에 시중에 내놓아 쌀값이 폭락하고 있다"며 일제히 시군 농협 미곡처리장을 봉쇄하는 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영광과 함평, 해남, 강진 등에서도 쌀값 안정을 요구하는 농민 집회와 처리장 봉쇄가 이어졌다.

급기야 전국농민대표자결의대회가 진행되던 이날 쌀값 폭락 해결을 촉구하며 나락시위를 벌이던 농민 23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유원상 전농 전남도연맹 정책위원장을 비롯한 전남 지역 농민 20여 명이 쌀값 폭락에 항의하는 뜻으로 나락 40여 포대를 정부청사 정문 앞에 적재하는 퍼포먼스를 벌인 것.

농민들은 정부가 대북쌀지원을 재개해야 쌀값 안정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노무현 정부 이후 중단된 대북쌀지원 재개를 촉구하며 이러한 기습시위를 벌였다. 농민 23명은 각각 서부 경찰서와 양천 경찰서 두 곳으로 연행됐다.

"가공식품 많이 먹으라는 게 쌀값 대책이라니"

농민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여의도에 모인 농민 200여 명은 "쌀 수급 안정을 위해 대북지원을 재개하고 법제화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지만 이명박 정권은 오로지 가공식품활성화만을 대책으로 내세우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가 최근 쌀국수, 쌀라면 등 쌀가공식품 생산과 소비를 대책으로 내놓을 것을 향한 비판이다.

이들은 "350만 농민은 생산비가 보장될 수 있도록 쌀 목표가격을 21만 원으로 인상하고 쌀 수급 안정을 위해 대북지원을 재개하고 법제화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지만 정권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11월 16일까지 공식적인 면담을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며 "만약 16일까지 대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농민과 국민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삭발식을 진행하는 전농 간부들. ⓒ프레시안

"80년대 쌀값 12만 원, 지금도 쌀값은 12만 원"

김경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우리의 요구는 쌀값 대란 해결하라는 것 밖에 없다"며 "이것은 조금만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수많은 농민들이 울고 있다"며 "이 눈물을 정부가 닦아주지 않는다면 이후에는 농민 대신 국민이 눈물을 흘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9월 수확을 앞둔 논을 갈아엎은 신동선 전농 경기도연맹 여주농민회 회장은 "논을 갈아엎은 짓은 천벌을 받을 짓"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어서 쌀값 대란을 해결해야만 더 이상 농가에서 논을 갈아엎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쌀 대란해결과 이명박 대통령과 직접 면담을 요구하며 10월 30일 각 시군별 나락 적재 투쟁을 전개할 예정이다. 김창호 전농 경북도연맹 사무처장은 "30일 한나라당 경북도당 앞에 쌀을 적재하기로 했으나 이를 적재하면 불법이라기에 나락을 당 곳곳에 뿌리기로 했다"며 "하지만 이 나락은 농민들의 피와 땀의 결실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80년대에도 쌀값은 12만 원이었고 20년이 지난 지금도 15만 원에 불과하다"며 "거기에다 올해는 그 가격조차 12만 원대로 떨어졌으니 우리 농민의 눈앞은 캄캄할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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