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물러난 한승수 전 총리가 한달도 안 돼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의 고문으로 재취업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전 총리는 앞서 지난 2004년 6월부터 지난해 2월 총리로 내정되기 전까지도 김앤장 고문을 지냈다.
한승수, '회전문 인사'의 전형
노태우 정권 때 상공부 장관, 김영삼 정권 때 주미대사, 경제부총리 등 공직에서 화려한 이력을 가진 한 전 총리는 공직에서 물러난 뒤 김앤장 고문으로 있다가 다시 국무총리로 입성, 국무총리에서 물러난 뒤에는 다시 김앤장 고문으로 재취업하는 '회전문 인사'의 전형을 보여준다.
공직자윤리법에서 4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경우 퇴임 후 2년 동안 업무연관성이 있는 영리법인에 재취업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지만 김앤장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따라서 한 전 총리의 김앤장 '복귀'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법조인도 아닌 전직 고위관료가 로펌으로 재취업한 것은 도덕적으로 큰 문제다. 전직 고위 관료가 수억 원의 연봉을 받고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뻔하다. 각종 정책 결정과 관련된 '로비'다.
한승수의 김앤장 취업이 '합법'인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전 총리의 김앤장 재취업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공직자윤리법상 재취업을 제한하는 영리법인은 자본금 50억 원, 매출액 150억 원 이상으로 한정된다. 김앤장도 2003년도 이 기준에 들어갔었으나 자본금을 줄여 이 조항을 피해갈 수 있었다.
김앤장에서 한 전 총리가 경제 관련 부문의 자문을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총리에게는 개인 사무실과 차량을 제공되며, 구체적인 연봉을 공개되지 않지만 '국무총리급'이라는 점에서 연간 수억 원을 넘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만 해도 김앤장 고문으로 있을 당시 연간 6억 원 가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이 재취업 금지 기준에 들어가지 않으니 다른 로펌들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공직자윤리법의 실효성 논란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7월 대형 로펌을 고위 공직자들의 취업제한 대상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공직자 윤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행안부는 이 개정안을 슬그머니 폐기했다.
MB정부와 김앤장의 '밀월관계'
한 전 총리의 김앤장 '복귀'는 일반적인 상식 수준에서 보면 문제지만, 고위 관료 중 다수가 김앤장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이명박 정부 수준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007년 8월부터 재정부 장관으로 컴백하기 전까지 김앤장 고문을 지냈다. 한덕수 주미대사도 김앤장 고문 출신이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의 남편, 한나라당 조윤선 의원의 남편도 김앤장 소속 변호사다.
국회 정무위원회 홍영표 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최근 2년 사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4급 이상 간부로 퇴직한 뒤 재취업한 29명 가운데 15명이 로펌으로 갔고, 이들 중 6명은 김앤장에 취업했다. 또 최근 5년간 19명의 공정위 공무원이 민간근무휴직제를 통해 민간기업에서 근무했는데 역시 절반인 10명이 대형 법무법인에서 일했고, 이 중 5명은 김앤장을 택했다.
참여연대 이재근 행정감시센터 팀장은 한 전 총리의 김앤장 재취업에 대해 "공직자윤리법의 허점도 문제지만 이렇게 뻔뻔한 행보를 보일 경우 공직자로서의 도덕성 이런 것을 묻기 조차 힘들다"며 비난했다.
이 팀장은 "법조인도 아닌 한 전 총리와 같은 고위 공직자가 로펌으로 가는 것은 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결국 로비스트 이외에 어떤 일을 하겠냐"고 대형 로펌으로의 재취업을 법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취업제한제도도 행위 제한으로 가야 한다"며 "이처럼 고위 공직자가 로비 가능성이 있는 사기업에 재취업했을 경우, 공직자들과 접촉을 막거나 접촉시 공직자들이 사전에 신고를 하도록 하는 등 행위 제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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