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문을 두드리는 사촌 동생. 사람을 죽이고 도망왔다. 가까스로 설득해서 자수하도록 했다. 문제는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얼마 뒤, 아내 혼자 있는 집에 압수 수색을 한다며 경찰이 찾아왔다. 새벽 3시였다. 임신 7주차였던 아내는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에 놀라 하혈 끝에 유산했다.
경기도에 사는 한모 씨가 지난해 7월 겪은 일이다. 한 씨는 곧장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경찰이 인권을 침해했다고 본 것이다. 인권위도 같은 판단을 했다. 인권위는 지난 7월 조현오 조현오 경기지방경찰청장에게 '주의 조치'를 권고했다.
그러나 경기경찰청은 권고를 무시했다. 형사소송법 상의 적법절차를 준수해 정당하게 직무를 집행했다는 게 이유였다. 이에 대해 인권위가 반박 입장을 냈다. 인권위는 23일 낸 보도자료에서 위법성을 찾기 힘들다는 점만으로 권고를 무시한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진정인 한 씨가 피의자를 자수하게 하는 등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는 점, △진정인의 아내인 피해자가 임신 7주차로 심신의 안정을 요하는 상태였다는 점, △압수 수색이 심야시간대에 이뤄졌으며 경찰관 7~8명이 동원된 위압적인 상황이었던 점, △압수 수색 직후 피해자가 하혈을 하고 태아유산을 했다는 점 등이 이유다.
그리고 인권위는 "수사 편의보다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노력이 선행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