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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 검찰 구형, 30년 전 인혁당 재판 보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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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 검찰 구형, 30년 전 인혁당 재판 보는 듯"

[현장] 남편 구형에 오열하는 부인…"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끝내 정영신 씨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옆에 있던 동료의 어깨를 부여잡고 오열했다. 3시간 가까이 진행된 재판에서 겨우 참아왔던 눈물이 동료의 다독거림을 참지 못하고 터져 나왔다. 빨갛게 상기된 그의 얼굴은 금세 눈물범벅이 됐다. "구형인데 그 정도도 예상 못했어?" 동료가 애써 위로를 했지만 그의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

용산 참사로 구속 기소된 이충연 용산철거민대책위원장의 부인인 정영신 씨는 21일 검찰의 구형이 끝난 뒤에도 한참을 그렇게 재판정을 떠나지 못했다. 고 이상림 씨의 부인인 전재숙 씨도 그런 며느리를 지켜보며 그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이날 이충연 위원장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죄로 검찰에게 징역 8년을 구형받았다.

검찰은 "고인의 유족인 점을 감안해 형을 정했다"고 이충연 위원장의 구형 배경을 밝혔다. 같이 농성을 벌인 나머지 8명에게 대해도 5년~8년의 구형을 내렸다.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죄는 징역 5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 유족뿐만 아니라 이날 재판에 방청객으로 참석한 철거민에게는 예상치 못한 중한 구형이었다. 검찰이 구형을 밝히자 재판정에서는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급기야 피고인이 최후 변론을 할 때는 재판정이 눈물바다를 이뤘다.

▲ 검찰 구형이 끝난 직후 용산 범대위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고 이상림 씨의 부인이자 이충연 위원장의 어머니인 전재숙 씨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전재숙 씨 옆으로 이충연 씨의 형 이성연 씨, 부인인 정영신 씨. ⓒ프레시안

피고인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더불어 사는 세상이었다"

징역 8년 형을 구형 받은 김모 피고인은 "고인께… 너무 안타깝고…"라고 말한 뒤 뒷 말을 잇지 못했다. 방청객에서 "울지 마, 똑바로 해"라며 울음 섞인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판사는 피고인에게 "나중에 하라"고 했지만 김모 씨는 잠시 뒤 "다신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겨우 변론을 마쳤다.

이충연 위원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더불어 사는 세상이었다"며 한숨을 내쉰 뒤 "역사에 남을 판단을 부탁드리겠다"며 힘들게 판사에게 호소했다. 일순 방청석 곳곳에서는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천모 씨는 "철거민이 아니었을 때 가족과 야외로 놀러 다니고 취미 생활을 하던 때가 지금 더욱 떠오른다"며 "가난하긴 했어도 자식들을 달래가며 잘 키웠는데 여기까지 오다 보니 그게 맞는 것이었는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피고인의 오열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방청객도 이들이 변론을 하는 내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변호인 "20년 전 공안 사건을 접한 법정 분위기였다"

피고인 변론을 맡은 김형태 변호사도 마찬가지였다. 최후 변론을 하는 그의 코는 빨게 있었다. 그는 이날 검찰의 구형을 두고 "20년 전 공안 사건을 접한 법정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30여 년 전 인혁당 재판에서 들이댄 칼이 여기에서도 나온 듯하다"며 "이게 적절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인혁당 사건에서 사형을 받은 피고인이 지금은 무죄 판정을 받았다"며 "용산도 마찬가지로 20~30년이 지난 뒤 수사 기록 3000쪽이 공개돼 재심의를 받는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리라 90% 확신한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은 기본적으로 자본이 이익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그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시민을 극악무도하게 몰고 가는 경찰과 검찰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시민들이 지금 피고인들"이라며 "억울하게 피해를 입었다면 나도 망루에 올랐을 것"이라고 피고인을 적극 옹호했다.

그는 "외견상으론 철거민과 경찰이 충돌한 게 용산 참사이지만 이 뒤에는 여러 가지가 섞여 있다"며 "하지만 재판에서는 이러한 뒷 배경은 사라지고 맨 앞에 애꿎게 부딪친 경찰과 철거민만 남아 죽거나 징역 8년이라는 구형을 받았다.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에 김 변호사는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일방적으로 이들을 매도하는 게 아니라 관대한 처벌을 당부한다"고 재판부에게 부탁했다.

▲ 피고인 변호인단 김형태 변호사가 검찰 구형 직후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

범대위 "검찰,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무리한 구형 남발했다"

"아이고 내 새끼…. 어떡해…."

검찰 구형 소식을 접하고 오열하던 전재숙 씨는 결국 법원 로비에 털썩 주저앉아 통곡했다. '이명박정권용산철거민살인진압범국민대책위원회'는 재판이 끝난 직후 서울중앙지법 2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구형을 "적반하장"으로 규정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재숙 씨의 눈에선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이충연 씨의 형인 이성연 씨는 "우리 가족이 철거민이 된 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결혼한 지 1년밖에 안 된 제수씨가 남편을 8년이나 기다려야 되게 생겼다"며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그의 옆에 서 있던 정영신 씨는 기자회견 내내 얼굴을 숙인 채로 눈물을 흘렸다.

용산 범대위는 "공판 과정에서 밝혀졌듯이 경찰의 진압은 적법한 공무 집행으로 볼 수 없을 뿐더러 검찰 역시 발화 원인을 정확히 증명하지 못했다"며 "철거민에게 덧씌워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 혐의는 무고"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찰과 검찰에게 각각 살인진압과 무고죄를 물어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범대위는 "검찰은 아무런 법적 근거도 갖추지 못한 채 무리한 구형을 남발했다"며 "이는 정권의 책임을 모면하려는 의도적인 거짓 수사에 다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안 검찰, 정치 검찰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철거민에게 일방적으로 과도한 죄책을 물은 검찰을 강력 규탄한다"며 "재판부의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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