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고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조선일보>가 "외고를 국제고로 전환할 수 있다"는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의 발언을 보도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외고 전환을 주도하고 있는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이를 두고 "지금 같은 선발 방식으로는 국제고도 외고와 똑같은 현상이 벌어진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두언 의원은 21일 평화방송 라디오프로그램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교과부에) 확인해봤더니 그런 방침이 정해진 게 없다고 하더라"며 "국제고로 가든 어떻든 선발 방식이 문제"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교과부가 이제 로비에 흔들리는 것"이라며 "외고와 같은 교육 기득권층의 로비에 흔들리고, 대형 사교육 업체들에 휘둘리고, 결국 학부모 학생 입장에서 봐야 하는데 기득권자 입장에서 본다"고 비난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이날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정부가 외고를 국제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강성화 전국외국어고교장협의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제고 전환도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현재 정두언 의원은 특수목적고에 속해 있는 외고를 특성화고로 전환하고, 자율학교 또는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외고는 물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사교육 업체들이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보도는 이런 맥락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고는 외고와 같은 '특수목적고'에 속해 있으며, 현재 서울국제고·청심국제고 등 4개 학교가 전국에 설립돼 있다. 외고와 마찬가지로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이 제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사교육을 유발하는 '특목고' 중 하나로 꼽힌다. <조선일보>는 "국제고는 내신과 영어로 선발하되 영어 시험 수준이 어렵지 않아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합격할 수 있다"고 보도했지만 외고가 국제고로 바뀔 경우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편, 외고의 자율형사립고 전환에 반대하는 분위기는 지역 교육청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지역 6개 외고 중 자율형사립고 전환 요건을 충족한 학교는 이화외고 단 1곳에 불과하다"며 자율형사립고로의 전환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자율형사립고의 법인전입금 기준을 충족하는 서울 시내 외고가 1개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각 시·도교육청이 개별 학교의 신청을 받아 지정·고시하도록 되어 있는 자율형사립고는 이미 상당수의 '자격 미달' 사학들이 지정돼 있다. 서울시는 지난 7월 선정해 발표한 18개 자율형사립고 가운데 8개는 2007년을 기준으로 법인 전입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학교였으며, 3개 학교는 "현 시점에서는 미달하지만 학교 구성원들이 전입금을 내겠다"고 각서를 썼다. 전국 20곳의 자율고 가운데 법정 전입금 기준을 충족시키는 학교는 절반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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