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집회·시위와 관련해 입건된 이들을 전산 기록으로 별도로 관리하고, 가족의 집회·시위 경력까지 연계해 관리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11일 민주당 최규식 의원은 경찰청 국정감사를 앞두고 이런 경찰 문건을 폭로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을 위반해 입건됐을 경우, 그 사실은 '시위 사범 전산 입력 카드'에 별도로 기록된다. 한번 기록되면 공안사범으로 분류돼 기소 여부와 관계없이 영구적으로 보관된다. 입력 항목은 입건된 이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집회·시위 일시, 내용, 사건 분류, 적용 법조, 범죄 사실, 조치 결과 등이다.
이 관리 시스템에서는 가족의 이전 집시법 관련 경력까지 검색할 수 있게 돼 있다. 경찰의 규정에 공안 사범과 시위 사범 기록을 모두 보관하게 돼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최근 촛불 집회 관련 재판에서도 당사자 가족의 수십 년전 전력이 수사 자료로 제출됐으며, 이는 헌법에서 금지하는 '연좌제'를 적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6월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가했다 경찰에 연행된 이모 씨의 경우 시위 사범 전산 입력 카드에 인적 사항과 범죄 사실 등이 기록됐다. 경찰은 이 씨의 남편인 이인영 전 국회의원과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인 아버지가 공안사범으로 처벌받은 기록을 조회해 기소 근거 자료로 법정에 제출했다. 이들의 과거 전력은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받아 사면·복권됐지만 여전히 '공안사범 자료'로 활용되고 있는 것.
경찰은 이런 관리가 '공안사범처리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규정은 1981년 전두환 정권 당시 대통령 훈령 제45호로 만들어진 것으로 인권 침해와 위헌 요소가 다분한다. 규정에는 형법상 내란, 간첩, 국가보안법, 집시법, 긴급 조치, 포고령 위반을 모두 '공안사범'으로 분류하고 또 '화염병사용등의처벌에관한법률' 등 공안관련 사범에 대한 자료를 따로 수집토록 돼 있다.
이처럼 경찰의 집회·시위 사범 관리 사실은 12일 경찰청 국감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시민단체들은 위헌심판 청구 등 각종 법적 대응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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