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기획재정부와 날카롭게 맞서고 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보육예산을 대폭 늘려야 하는데, 돈줄을 쥔 기획재정부가 이를 반대한다는 것.
복지 걸림돌 기획재정부…"저출산 지속되면, '기업 할 수 없는 나라' 된다"
전 장관은 11일 대한상공회의소 강연에서 "이명박 대통령도 저출산이 국가적 과제라고 했지만 국가 재정의 어려움으로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마음고생이 심해 주저앉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기업 경영자들을 상대로 한 이날 강연에서 전 장관은 "올해 출산율은 지난해보다 더 떨어져 1.12명 수준이 될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저출산이 지속되면 기업이 물건을 만들어도 사 줄 사람이 없고, 일할 사람이 줄어 기업을 할 수 없는 나라가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오는 2020년에는 아이보다 노인이 많아지는 등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한강의 기적이 신기루처럼 되는 게 머지않았다.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경고했다. 전 장관은 "기업이 정부가 할 때까지 기다리면 자꾸 출산율이 떨어지고, 결국 기업도 주저앉게 된다"면서 "기업인들도 내 기업의 30년, 20년 후의 일이라 생각하고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자녀 수에 따라 정년을 달리하는 것도 출산을 장려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기업 경영자들에게 '장가 보내기' 운동을 벌여달라는 주문도 곁들였다. 경영자들에게 당부를 마친 전 장관은 복지 예산에 인색한 기획재정부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전 장관은 "민간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보육교사 수당 인상을 위한 예산을 요구했으나 기획재정부가 반대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복지 예산 늘었다고? 복지 수요는 더 늘었다!"
전 장관이 기획재정부에 대해 불만을 쏟아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도 전 장관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당시 회의에서 윤 장관은 '재정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복지 지출에 인색한 입장을 유지했고, 전 장관은 이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는 것.
예컨대 65세 이상에게 지급되는 기초노령연금에 대해서도 전 장관은 "전체 액수는 좀 늘었지만, 대상자인 노령인구 자체가 늘어 개인별로는 차이가 없다"며 예산 추가 배정을 요구했다. 복지 수요 자체가 늘었으므로, 복지 예산을 과거 수준으로 책정하면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복지 수준은 전보다 떨어진다는 논리다. 11일자 <중앙일보>는 "윤 장관과의 격한 토론 과정에서 전 장관이 울먹이다시피 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당시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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