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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LA에서 사람들이 새벽 3시부터 줄을 선 까닭은?

"무료 진료 받으러"…'부자 나라' 미국의 의료 현실

최근 미국에서는 가는 곳곳마다 히트를 치는 행사가 있다. 사람들은 입장하고자 새벽부터 줄을 선다. 서커스 공연이 아니다. 무료 진료 행사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1일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잉글우드의 한 체육관. 새벽 3시부터 사람들이 주차장을 메우기 시작했다. 이날부터 8일간 실시하는 무료 진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다.

진료 시작 시각은 새벽 5시 30분. 이날 진료가 가능한 이는 1500명뿐이다. 새벽 3시 반부터 나눠주기 시작한 표는 1시간 30분 만에 마감됐고, 대기표를 받지 못한 이들은 돌아가야 했다.

무료 진료 행사를 주최하는 단체는 의료봉사단 RAM(Remote Area Medical). 그간 미국, 멕시코, 남미 농촌 지역에서 무료 진료를 진행한 이 단체는 최근 대도시에서도 행사를 열기로 했다. 보험에 가입하지 못 하거나 높은 진료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도시 실업자와 빈곤 계층에게 무료 진료가 절실하다고 본 것.

진료에는 지역 내 의사, 간호사 등이 자원 봉사로 참여하며, 진료에 드는 비용은 RAM으로 들어오는 후원금으로 충당된다. 진료 항목은 X-레이 촬영, 유방암, 당뇨 검사, 치과 치료, 안과 치료 등. 특히 치과 치료와 안과 치료가 인기다. 미국에서는 보험료와 치료비가 비싼 치과 치료는 상당수 서민에겐 '그림의 떡'이다. 또 안과 보험을 따로 가입하지 않으면 안경을 맞추기조차 힘들다.

LA는 미국 내에서도 약 22%의 성인이 의료 보험에 들지 못하는 등 의료 현실이 좋지 않은 지역으로 유명하다. RAM 측은 "첫날 100여 명의 치과 의사가 필요했지만 지역 내 치과 의사 중 30명만 자원봉사에 참여하러 나왔다"며 "또 20명의 안과 의사가 필요하지만, 5명만 나왔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무료 진료를 위해 LA와 정반대편인 동부 루이지애나 주에서 대륙을 횡단해 온 사람도 있었다. 이날 무료 진료를 취재한 SBS는 데이비드 왓슨 씨의 인터뷰를 소개하며 "이틀 동안 차 타고 왔다. 10년간 이빨 치료를 못 했다. 언제까지 이 사람들이 (우리 지역에) 오기만 기다리나?"라고 전했다.

이번 LA 행사는 RAM이 주최한 무료 진료 중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이 단체는 "첫날, 600명의 환자가 1448가지의 치료를 받았으며, 8일 간 8000명을 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지난 11일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잉글우드의 한 체육관. 새벽 3시부터 사람들이 주차장을 메우기 시작했다. 이날부터 8일간 실시하는 무료 진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였다. ⓒ로이터=뉴시스

"의료보험 개혁에 반대하는 이들은 이 적나라한 현실을 보라"

무료 진료 행사에 사람이 몰린 현상은 LA뿐만이 아니었다. LA 순회 진료 바로 전에 RAM이 찾았던 버지니아 주 와이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메사추세츠 지역 라디오 방송인 Wbur의 보도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는 800명의 의료봉사단이 2700명 가량의 주민을 3일간 진료했다.

이 방송은 첫날 새벽 5시 30분경 1600명이 대기표를 받아갔던 상황을 전하며 "대기 자동차는 1마일(1.6킬로미터) 넘게 줄을 섰다"며 "심지어 의사들마저 교통 체증으로 인해 도착이 늦어져 제 시간에 진료를 시작하지 못했을 정도였다"고 묘사했다. 또 멀리서 온 듯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자동차 번호판으로만 따져봤을 때 적어도 16개 주 이상에서 사람들이 몰려왔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인 미국에서 무료 진료에 장사진을 이루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을 두고 미국 안팎에서는 놀랍다는 반응이다.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의료보험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의료업계를 비롯한 보수 세력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25년 전 RAM을 설립한 스탠 브록 씨는 "그나마 미국의 의료 보험 사안이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낙관적'인 의견을 밝혔다. LA 무료 진료에 장사진을 이룬 사례를 보도한 <뉴욕타임스>는 "수많은 이들이 무료 진료에 몰린 현상은 최근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보험 개혁에 맹렬히 반대하는 이들이 미국 의료 체계의 비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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