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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생활정치로의 '하방운동'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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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생활정치로의 '하방운동'을 제안한다

[이제는 '풀뿌리 정치'] 지방선거 승리와 한국사회 진보를 위한 해법

이명박 정부는 유신체제 이후 처음으로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의 중앙권력은 물론이고 지방권력까지 완전하게 장악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각종 입법을 통해 재벌중심의 경제 권력과 보수언론에 의한 공론장의 독과점을 영구화하는데 매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민주 정당과 시민단체의 연합정치가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현 단계에서 가장 유효하고 시급한 대안 전략은 풀뿌리 생활정치로의 하방운동이다.

하방운동의 내용과 필요성

원래 하방운동(下放運動)은 중국에서 당원 및 국가 공무원 그리고 도시의 대학생들을 벽지 농촌이나 공장에 보내 노동에 종사시킴으로써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의 거리감을 없애고 낙후된 농촌 지역을 근대화하고 관료주의를 극복하고자 하였던 모택동의 사회개조 전략에서 비롯되었다. 이후 한국에도 도입되어 십자가 정신과 작은 개척교회를 강조하는 기독교계의 하방운동으로 확대되어 왔다.

오늘 한국에서 필요한 하방운동은 이중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하나는 중앙정치에서 지방정치로의 전환이며, 다른 하나는 권력정치에서 생활정치로의 이동이다. 풀뿌리 생활정치로의 하방운동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절실하다.

첫째, 하방운동은 점차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증대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적인 정치개혁운동이다. 능력과 경험을 겸비한 인물들의 풀뿌리 정치로의 집단적 투신 선언은 그 자체로도 참신한 감동을 국민들에게 선사할 수 있다.

둘째, 하방운동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토대를 굳건히 다지는 것으로써 한국사회의 진보적 발전에 부합한다. 재벌, 검찰, 보수언론은 국가권력을 독점하고 있지만 그것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토호세력과 직능사회단체가 장악하고 있는 보수적 지역 권력이다. 60년대 일본의 혁신자치제가 지방정치의 근본적 개혁을 가져왔듯이 한국의 하방운동은 보수독점의 지역정치를 종식시키기 위한 사회개혁운동이다.

셋째, 하방운동은 민주개혁세력의 정치적 성숙과 정책 역량을 증대시키기 위한 성찰적 개혁운동이다. 지난 10년 동안의 민주세력의 국가운영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다. 그렇지만 세계화·노령화·양극화라는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경제 조건 속에서 민주개혁 세력이 갖고 있는 대안의 구체성과 집행능력은 국민적 신뢰를 얻기에 턱 없이 부족하다. 60-70년대의 민주화 인사들과 386세대 정치인들의 정책 역량은 통일과 정치 분야에 한정되어 있으며, 경제·교육·환경·복지 등 사회경제 분야에 대한 그들의 전문성은 아직 검증된 바 없다. 하방운동을 통해 주민과 대화하고, 조례부터 다시 입법 역량을 다지며, 풀뿌리 단체와의 소통을 활성화하는 것은 정치 발전은 물론 기초 단계를 생략하고 중앙정치에 입문한 민주화 세대의 자기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클린턴과 오바마, 토니 블레어의 공통점 중 하나는 어느 날 갑자기 스타가 된 정치인이 아니라 일찍이 지방의회에서 정치를 시작하였다는 점이다. 미국 전 하원의장 오닐(Tip O'Neill)의 말을 빌자면, 유권자와 선거가 존속하는 한 "모든 정치는 지역적"(all politics is local)이다.

끝으로 하방운동은 연합정치의 새로운 내용을 제공할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광역과 기초의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교육감과 교육위원 등 모두 8표를 행사하게 될 것이다. 하방운동의 활성화는 개혁 정당과 진보 정당, 정당과 시민단체 사이에 연대와 협력의 새로운 문화를 조성하게 될 것이다.
▲ 정치인과 학계, 시민운동 진영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하방운동의 주체가 돼야 한다. ⓒ뉴시스

하방운동과 관련된 몇 가지 우려와 오해

하방운동과 관련하여 몇 가지 반론과 비판이 뒤따를 수 있다.

첫째는 하방운동의 명칭과 기원이 모택동의 사상, 즉 좌파 모델에 근거한 것이라는 비판이다. 그러나 하방운동은 앞서 설명하였듯이 중국공산당의 전유물은 아니다. 최근 땅으로, 변두리로, 가난한 사람들에게로 다가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정신을 복원해야 한다는 기독교계의 하방운동을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김종춘. 2008. <교회 밖에서 승리하라>21세기북스).

둘째는 하방운동이 중앙정치를 포기함으로써 반MB 전선의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이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왜냐하면, 한때 성공적이었던 일본의 혁신자치제는 중앙정치와의 연계가 약화됨으로써 국가수준의 개혁에는 미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 시기 하방운동은 지방정치로의 매몰이나 단절이 아니라 개혁적 중앙정치와의 연계를 강화시키는 방향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하방운동은 한축으로는 시민참여를 필수적 원리로 수용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횡적으로 지방정치와 중앙의 정당정치와 연결하고, 종적으로는 주민들의 자치조직과 연계되어야 한다.

셋째는 하방운동이 지역에 근거가 없는 중앙인사들의 또 다른 낙하산식 공천을 합리화하는 구실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이다. 하지만 이는 근거 없는 비판이다. 왜냐하면 하방 자체가 공천이나 당선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방운동의 기본 전체는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경선이다. 전면적 하방운동과 주민참여 경선의 결합은 선거 국면을 주도하고 승리의 가능성을 제고하는 시너지 효과를 낳을 것이 틀림없다.

하방운동의 주체

하방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인 차원의 개별 선택이 아니라 명분과 논리를 갖춘 사회운동의 방식 속에서 집단적 준비와 결단의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 하방운동의 선도 세력과 주체에는 세 집단이 포함되어야 한다.

첫째는 386 정치인들과 민주화 운동 인사이다. 그들의 공통된 정치적 모태는 민주화 운동이었다. 이제, 초발심으로 돌아가 지역의 민주화라는 제2의 사회운동을 전개할 역사적 책무가 그들에게 주어져 있다. 전직 총리가 고향인 시골 군수에 나서고, 전대협 의장 출신의 전직 국회의원들이 구청장 선거에 앞장서고, 전직 장관들과 수석들이 조그만 도시의 시장과 지방의회에 나선다면 그것만으로 정치개혁의 돌파구를 열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지역주의에 맞서서 친노 인사들의 지역정치에의 투신은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를 올곧게 계승하는 지름길이다.

둘째는 지난 10년간 국정운영과 자문에 참여하였던 학계를 비롯한 다양한 전문가 집단이다. 한국의 지식인 사회는 비판에 익숙하고 국정운영의 자문에만 열심이었지 대안 마련과 지역정치에는 다소 무심하였다. 그리고 늘 당선이 보장된 지역이나 비례대표 국회의원에만 관심을 가졌었다. 김대중 정부 시기 33개 자문위원회에 참여하였던 순수 민간 전문가들은 무려 3789명에 달하며, 노무현 정부 동안 12개 국정과제위원회에 참여하였던 민간 전문가들은 308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 중 적어도 정치에 뜻이 있는 인물이라면 지방정치를 개혁하는 과제에 동참하는 것이 바른 출발이다.

셋째는 시민단체 인사이다. 그동안 시민단체 인사들은 준비가 없이 바로 총선이나 대선에 나서거나 일부 명망가들의 개별적 영입을 반복하여 왔다. 이제 실체가 없는 시민후보 전술을 폐기하고 시간만 허비할 소모적이고 반정치적인 정당공천제 폐지 주장을 접어야 한다. 대신 지방정치의 개혁 차원에서 정치 입문에 뜻을 둔 역량과 의지가 있는 단체와 인물을 중심으로 풀뿌리 생활정치로의 하방을 면밀하게 기획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다.

이런 자원이 다 지방선거에 충원된다면 총선이나 대선을 어떻게 치를지 염려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권력은 짧지만 정치는 길기 때문이다. 하방운동은 조금만 길게 보면 자원의 고갈이 아니라 실력과 경험을 갖춘 민주적인 대안세력을 비옥하게 육성하는 고부가가치 창출 전략이다.

하방의 방이 단순한 방향(方)이 아니라 놓을 방(放)임을 기억해두자.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풀뿌리 생활정치로 질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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