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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렴으로 공장 나왔지만 다시 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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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렴으로 공장 나왔지만 다시 들어가고 싶다"

[인터뷰] 그가 물ㆍ가스 끊긴 도장공장에 돌아가려는 이유는?

이현석(30, 가명) 씨는 27일 한 통의 통지서를 받았다. 오는 30일에 열리는 회사 징계위원회에 참석하라는 통보였다. "참석하지 않을 경우 해고하겠다"는 으름장도 빠지지 않았다.

이유는 이 씨가 불법 파업에 참여했다는 것. 그는 금속노조 쌍용자동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으로 지난 5월 24일부터 약 두 달간 옥쇄 파업에 동참했다가 지난 21일 자진해서 도장공장을 나왔다.

이 씨는 "징계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어차피 나를 해고하기 위한 수순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이 씨는 "어떻게 하면 다시 공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불과 일주일 만에 물도 가스도 끊긴 공장 안으로 그는 돌아가려하고 있었다. 제 발로 걸어나온 그 곳을 다시 들어가려한다는 이 씨를 평택공장 앞에서 만났다.

"도장공장 내 아픈 사람 수두룩"…그런데 약이 없다

이 씨가 공장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폐렴 때문이었다.

"얼마 전부터 시작된 감기가 심해져 폐렴이 됐어요. 기침이 멈추지 않았죠. 주위의 동료에게 전염될까 걱정도 되고 무엇보다도 몸이 너무 아파서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여름에 웬 감기냐 할 수도 있지만 그건 옥쇄 파업의 현장을 잘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그 안의 환경은 말로는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워요."

실제 그가 전하는 점거 현장은 열악하다 못해 기본적인 인권조차 없는 곳이었다. 변변한 기본 약품도 없다. 그나마 있는 약들은 그저 간단한 진통제 등이다. 이 씨는 "감기약이 있긴 했지만 아무런 차도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가 전하는 점거 현장은 열악하다 못해 기본적인 인권조차 없는 곳이었다. 변변한 기본 약품도 없다. ⓒ프레시안
이 씨는 "약도 약이지만, 도저히 상태가 좋아질 수 없는 주위 환경이 더 큰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밤에는 사 측의 경고 방송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하늘에서는 헬리콥터가 주기적으로 날아다녔다. 경찰은 매일 새벽 2시만 되면 방패로 땅을 치며 고함을 쳤다. 도장공장을 제외한 모든 건물에서 쫓겨난 후론 도장건물 밖으론 나가지도 못하게 됐다.

공장 내부에 가득 차 있는 페인트 냄새도 그를 괴롭혔다. 가뜩이나 머리가 아픈데 역한 페인트 냄새는 견디기 힘들었다. 이 씨는 "스트레스가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가벼운 감기가 급성 폐렴으로 전이된 것은 그래서였다.

그는 "나 이외에도 수많은 파업 참여 노동자가 감기로 고통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 측은 여전히 이곳에 의료진이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다. 27일에도 의료진이 옥쇄 파업 현장을 방문하려 했으나 사 측은 "안 된다"며 이들을 막고 나섰다. 결국 의료진은 들어가지도 못하고 의약품만이 공장으로 들어갔다.

"구조조정 고집하는 회사, 파산 시켜 쪼개 팔려는 속셈"

공장을 나와 일주일 동안 통원치료를 받은 그는 "지금은 많이 나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얼굴을 창백했다. 공장 안으로 다시 들어가기는 무리인 듯 보였다.

게다가 이 씨는 일명 '산자'였다. 쌍용자동차 정규직도 아닌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현재 쌍용차 노사간 대립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지 오래다. 그럼에도 그는 굳이 "공장 안으로 들어가야만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는 "함께 살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회사 얘기를 들어보면 모든 잘못이 다 노조에게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고용 보장만이 아닙니다. 공적 자금을 받기 위해서 싸우는 것이기도 합니다.

쌍용자동차는 우리가 파업하기 전부터 이미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으면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져 있었어요. 2005년 2월 상하이차로 넘어간 이후 쌍용차에서는 단 한 대의 신차도 나오지 않았죠. 오히려 중국으로 중요한 자료가 다 넘어갔구요. 그런 문제를 사 측도 뻔히 알면서 우리에게 구조조정만 강요하고 있습니다."


그는 "자력으로 쌍용차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파산되기 전에 사 측은 합의를 보아야 한다고 하지만 지금의 쌍용차 문제는 우리가 점거를 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사코 현재와 같은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사 측이 구조조정을 강행하려는 이유는 "결국 쌍용차를 조각내 나누어 팔려는 속셈"이라고 단언했다. 더 이상 회생할 가능성도 없는 회사를 분리해 '맞춤 서비스' 식으로 필요한 회사에 팔려는 생각이라는 것.

그는 "그 꼴은 볼 수 없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더군다나 쪼개 팔기를 할 경우 그가 몸을 담고 있는 사내하청은 모두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쌍용차 12개의 사내하청 중 2~3개의 업체가 폐업했고 약 7~8개의 기업이 휴업을 선언했다.

"정규직-비정규직이 함께하는 쌍용차 파업, 꼭 이겨야 한다"

▲ "꼭 이겨야 합니다."ⓒ프레시안
그는 "이번 파업은 나에게 특별하다"고 말했다.

"지금 싸움은 상징적인 의미가 큰 것 같아요. 정규직-비정규직 연대를 통한 장기 옥쇄 파업도 그렇고, 원하청 노동자들이 나란히 굴뚝에 오른 것도 그렇죠. 많은 이들이 연대해주는 것도 감사해요. 과거 쌍용차노조는 비정규직과 연대에 대해 소흘했는데 밖에서 많이들 도와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죠."

그는 "농성장 안에는 정규직-비정규직 구분이 없다"며 "모두가 같은 노동자"라고 설명했다. 점거 공장 안에 있는 노동자 600여 명 중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략 30여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작년 비정규지회가 세워진 이후 현 집행부의 이전의 노조가 우리를 받아주지 않아 여러모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며 "하지만 현 집행부는 '다 같은 노동자'라며 비정규지회를 끌어안았다"고 밝혔다.

그는 "'다 같은 노동자'라는 말을 믿고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그 말을 지키기 위해 다시 점거 현장으로 가려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만의 문제는 아닌 듯해요. 우리 싸움의 결과가 다른 사업장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비정규직 투쟁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리라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꼭 이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창백한 얼굴을 한 채 호시탐탐 공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만을 생각하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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