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무상급식을 둘러싸고 경기도 내 여론 공방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지난 10일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가 경기도교육청의 제2차 추경예산안 가운데 도서벽지와 농산어촌, 300명 이하 도시 취약 지역 초등학교에 무상급식을 확대하기로 한 예산 85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앞서 경기도교육위원회가 무상급식 예산을 절반으로 삭감한 데 이어 경기도의회마저 김상곤 교육감의 핵심 공약에 발목을 잡고 나선 것.
교육위는 삭감한 예산을 저소득자녀 중식 지원비를 101억6000만 원으로 증액하는 데에 배분하고, 현재 도시가구 월평균 소득의 120% 이하인 초중고생 급식지원 대상을 13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경기도의회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와 본회의 의결이 남아있지만, 전체 의원 117명 중 101명이 한나라당 소속인 상황에서 큰 변동이 있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예산 삭감의 배경에는 경기도교육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진보 성향의 김상곤 교육감에 대한 반감과 함께 오는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이 주된 분석이다.
이에 대해 도의회 내 민주당 소속 의원 12명과 민주노동당 의원 1명은 지난 12일부터 도의회 청사에서 항의 농성에 들어갔다. 또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의 중앙당 차원에서도 경기도의회 결정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경기도의회 홈페이지에도 누리꾼들이 항의 글을 속속 올리고 있다.
경기 지역 40여 개 단체로 구성된 친환경 학교 급식을 위한 경기도운동본부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아이들은 이미 자기반에서 누가 무료급식을 하고 있는 지 잘 알고 있다"며 "차상위 지원 확대는 눈칫밥 먹으며 상처받는 아이들, 각종 서류 제출로 사생활이 공개될까 두려워하는 아이들의 깊은 상처를 방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경기도의회 한나라당 이태순 대표 의원은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을 향해 "무상급식을 저소득층 도시빈민 어린이부터 가장 먼저 실시하자는 교육위 결정에 대해 일부 도의원들이 정치 쇼로 일관하고 있다"며 "아이들을 볼모로 정치적 이득을 챙기는 불순한 행동을 엄중 경고한다"고 말했다.
이태순 의원은 김상곤 교육감을 겨냥해 "좌파주의적 이념에 빠진 정치인이 아닌 1100만 도교육행정의 수장임을 잊지 말라"며 "정쟁과 갈등을 야기시킨 김 교육감은 도민 앞에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 교육감이 대의기관인 도의회의 결정을 부정하고 딴지를 건다면 사퇴권고 결의안을 낼 수 있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또 한나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14일부터 오는 21일까지 진행되는 예결위와 22일 본회의에서도 수정한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며, 도민을 상대로 한 홍보전도 해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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