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위원회가 지난 23일 추경 예산을 심의하면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핵심 공약이었던 초등학교 무상급식 예산안을 절반으로 삭감하고, 혁신학교 예산안을 전액 삭감한 것을 놓고 지역 안팎의 반발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삭감을 반대했던 이재삼 교육위원과 최창의 교육위원은 예산안이 통과된 23일 저녁부터 경기도교육위 본회의장에서 항의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농성에 앞서 "무상급식 예산을 지켜내지 못한 것에 대해 도민들에게 석고대죄하는 마음으로 농성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이재삼 위원은 25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무엇보다도 도민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다"며 "두 번째로 내부 교육위원들이 이 문제를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데에 대한 항의가 있고, 세 번째는 다른 방안을 강구해서 삭감된 예산이 부활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지금 교육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밥을 먹는 것도 너무 마음이 괴롭고 죄송스럽다"며 "많은 시민들이 교육위원들도 밥을 굶으라고 하는데…"라며 심정을 밝혔다. 그는 "시민들의 항의가 쏟아지는데도 정작 삭감안에 찬성한 위원들은 민심을 올바르게 보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온라인에서도 경기도교육위를 질타하는 의견이 포털사이트와 경기도교육위 관련 게시판에 쏟아졌다. 경기도 성남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밝힌 한 교사(초등교육)는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가 많은 우리 지역에서는 해마다 급식비 미납, 연체 때문에 학교와 교장 선생님께서 어려움이 많다고 저희 교사들에게 강조를 한다"며 "얼핏 듣기에도 1년에 300~400만 원 정도가 미납된 채로 졸업을 한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성남시에서는 초등학교 몇 개 학년에 대해 무상으로 우유 급식과 중식을 제공하고 있는데, 담임교사로서 아이들에게 돈 문제로 마음 상하지 않게 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며 "그런데 경기도 의회는 반대를 하더라. 가장 기막힌 부분은 우리 지역을 담당하는 교육위원조차도 반대를 했다는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위 홈페이지에도 "(삭감을 주장한 의원들의) 이름을 기억하겠다"며 분통을 터트리는 누리꾼들의 의견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어쩌면 하루 한끼 밥 다운 밥을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 학교뿐일 아이에게 냉혹하고 잔인한 민주주의의 현실을 말해줘라"며 교육위원들을 '잔인하고 냉혹하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도교육위에서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쓰려고 하는지 밝혀라"라고 요구하며 "아이들을 위해 써야 할 돈, 당신들 해외 교육 탐방이나 교사 회식비로 쓰려 하나"라며 꼬집었다.
한 누리꾼은 "다음 선거에서 (교육위원) 직선제 되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며 "선거날 어디 놀러가야 되는지 고민하던 나를 직접 민주주의에 참여하게 만들어 준 계기를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학교운영위원회 선거로 선출하고 있는 교육위원은 2010년 지방선거부터 교육감과 마찬가지로 주민 직선제로 선출된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24일 "경기도교육위원회는 공교육 정상화를 바라는 도민들의 열망을 다시 한 번 확인하여 주길 바란다"며 "아울러 민의의 전당인 경기도의회의 최종 추경예산 심의과정에서는 이번 일을 경험 삼아 의회를 설득하는 일에 열과 성을 다하겠다"며 입장을 발표했다. 경기도교육청의 추경 예산안은 오는 7월 7일부터 열리는 경기도의회에서 한 차례 더 심의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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