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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영화'를 청소년들이 못보는 이상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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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영화'를 청소년들이 못보는 이상한 나라

정부 비판 의사 표현 억압하는 MB 정권…"표현의 자유는 기본 권리"

한국 사회에서 2009년 6월의 화두는 '민주주의'다. 민주주의의 핵심 키워드인 표현의 자유 자체가 억압받고 있는 현실이다. 소통을 위해 광장에 모이는 것도, 인권의 가치를 나누는 영화제도, 저널리스트의 정당한 언론 활동도, 인터넷 공간에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도 이젠 '불법'이 되어버렸다.

모든 사람은 의사 개진과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를 가지고 있지만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는 요원하기만 한 현실이다. 이명박 정권 1년 반 만에 일어난 일이다. 그렇다면 어느 부분에서, 얼마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을까.

▲ 지난 22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 문화연대 등 10개 단체가 주최한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그간 침해된 표현의 자유 사례들이 공개됐다. ⓒ프레시안

"이젠 '이명박 쥐새끼'라고 글을 쓰면 구속될지도 모른다"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는 또렷이 나타난다. 이명박 정부는 본인 확인 절차를 의무화하는 '강제적 인터넷 실명제' 의무대상 웹사이트를 기존 37개에서 153개로 확대했다. 또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통해 인터넷 전체로 이를 확대하려고 계획 중이다.

현재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를 가장 크게 침해하는 제도는 '임시조치' 제도다. '임시조치'는 공개된 게시물로 인해 명예훼손 등 피해를 신고할 경우 게시물을 30일간 차단하는 조치다. 애초 권리를 침해당한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제도는 그러나 현재 권력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통제하는데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주성영 의원 등 정치인과 어청수 전 경찰청장 등을 비판하는 글들이 명예훼손이라는 이유로 '임시조치'에 의해 차단됐다. 최근에는 장지연 리스트 관련해 조선일보사에서 임시조치를 요구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 및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정명령에 의한 표현의 자유 침해 사례도 다수 존재한다. 2008년 5월 포털사이트 '다음'의 커뮤니티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에 올라온 게시 글을 심의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언어 순화와 과장된 표현의 자제 권고'를 내렸다. 방통심의위가 문제 삼은 글은 "이명박, 아주 지능형입니다"라는 글로, 이명박 정부의 의료보험 민영화 시도를 우려하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이를 두고 "방통심의위가 불법적인 표현도 아닌, 일상적인 사람들의 언어생활 자체를 통제하려 한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또 방송통신심의위는 2008년 7월, 특정 업체 불매운동과 관련한 다수의 게시 글 중 58건에 대해 '해당 정보 삭제' 시정 요구를 내렸다. 당시 누리꾼들은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등 보수 매체에 광고를 싣지 말 것을 촉구하며 해당 회사 제품 불매운동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매일 이들 신문에 실린 광고주 목록을 인터넷에 올렸는데, 위원회는 이를 삭제하라고 한 것이다.

당시 방송통신심의위는 해당 게시물을 두고 "위법행위를 조장하여 건전한 법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라며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에 해당한다"고 결정했지만 그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30년 동안 적용되지 않아 사문화되었던 전기통신기본법의 '허위사실 유포죄'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부활됐다. 인터넷논객 미네르바를 비롯해 동맹휴업을 주장했던 청소년, 시위자의 사망 의혹을 제기한 시민 등이 기소되거나 경찰에 조사를 받았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오병일 활동가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누구나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곳"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검열로 인해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사이버 모욕죄가 도입될 경우 '이명박 쥐새끼'라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이젠 구속까지도 감수해야 할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과거 정권이 자행했던 전방위적 언론통제를 답습하는 이명박 정권

인터넷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가장 큰 표현의 침해를 받고 있는 분야는 다름 아닌 언론이다. 과거 정권이 자행했던 전방위적 언론 통제를 답습하며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이후 대선캠프에 참여한 특보들을 각 방송사와 언론유관기관에 임명했다. 방송특보단 양휘부 단장의 경우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으로, 특보였던 이몽룡, 정국록 차용규 등은 각각 스카이라이프 사장, 아리랑TV 사장, OBS 사장 등으로 임명했다.

방송전략실 김인규 실장은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으로, 정군기 보도분석팀장은 한국방송광고공사 공익사업본부장으로, 이성완 TV토론팀장은 아리랑TV 방송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언론위원회 최규철 부위원장은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으로 상임특보였던 김현일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한국방송광고공사 감사로 임명했다. 언론위원회 특보였던 기세민, 서옥식, 임은순 등은 각각 신문유통원 경영기획실장, 한국언론재단 사업이사, 신문유통원장 등으로 임명했다.

방송특보단 상임특보였던 구본홍 전 MBC 보도본부장을 YTN사장으로 임명된 것과 정연주 전 KBS 사장을 밀어내고 사장에 취임한 이병순 KBS 사장,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로 잘 알려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은 이미 잘 알려진 낙하산 인사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소위 말하는 언론의 재갈물리기식 통제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검찰은 지난 18일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보도한 문화방송 PD수첩 제작진 관계자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구본홍 YTN 사장 반대투쟁을 이끈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이 구속되기도 했고 정연주 전 KBS 사장의 축출을 반대하는 KBS 사원들의 행동을 저지하기 위해 경찰력이 투입되기도 했다.

민간독립기구로 출범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정치심의기구'로 변질돼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도구로 전락됐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현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한 MBC <PD수첩>과 <뉴스후>에 대해서는 시청자 사과를, <시사매거진2580>,<뉴스데스크>에는 경고와 권고를 의결한 반면 KBS가 '재야의방송'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삭제하고 손팻말을 알아볼 수 없도록 영상 처리한 프로그램에는 '권고'를, 뉴스보도에서 '어청수경찰청장 사퇴'라는 글씨를 편집, 삭제한 것에 대해서는 '의견제시'조치에 그쳤다.

▲ 영화 <반두비>는 선정성을 이유로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영화에서 현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에 그런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맥스무비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에 초청된 영화를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 내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는 비단 언론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사회 곳곳에서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오는 25일 개봉을 앞둔 신동일 감독의 영화 <반두비>의 경우,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선정성, 대사, 모방위험 등을 이유로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내렸다. 주목할 점은 <반두비>는 이미 제 1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12세 관람가'로 상영돼 많은 청소년들이 관람을 즐겼다는 점이다. 또한 관객평론가상과 한국장편영화 개봉지원상을 받는 등 평단에서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올 7월 예정된 제 11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신동일 감독은 영등위의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두고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규제를 하려는 의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반두비>가 현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영화이기에 영등위 스스로 현 정권의 눈치를 본 것으로 의심된다"며 "문화예술의 입을 막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역행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난 19일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에게 협박용 소포를 발송한 김모 씨가 특이하게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경우도 상황이 비슷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협박 소포를 보낸 행위는 황 씨 안보특강 등 북한 민주화 활동을 저지하고 북한의 주의, 주장을 찬양, 고무, 선전하는 것으로 평가하기에 충분하고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위험성이 명백히 있다"고 밝혔지만 소포를 보낸 것이 국가보안법에 적용되느냐는 문제에는 이견이 존재한다.

한지연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활동가는 "국가보안법을 기준이 없이 무지막지하게 적용하고 있다"며 "황장엽 전 비서가 국가 안전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데 이를 방해했다고 국가보안법을 적용시켰다"고 비난했다. 그는 지금의 사태를 두고 "국가보안법이라는 무기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2~3년 전부터 인터넷에 반정부적 게시물을 올리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잡아가고 있다"며 "결국 정부에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표현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열려 있어야 한다"

시민단체들의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지난 2일부터 18일까지 열린 제 11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9조 '표현의 자유'를 위반하는 국내법과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서면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에서 참여연대는 각종 제도를 새로이 도입함으로서 정부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심각하게 억압하고 있는지에 대해 소상하게 밝혔다.

또한 문화연대, 미디어행동 등 10개 단체는 22일부터 26일까지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침해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시민들에게 적극 알려내고 이에 대한 문제해결의 중지를 모아내자는 것.

이들은 "모든 사람은 의사개진과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를 가지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로서 존중되어야 하는 보편적인 가치"라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정치적 의사표현을 비롯한 각 주체들의 표현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권리"라며 "또한 다양한 표현이 표출되는 공간 역시, 그곳이 어디이든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한다"고 문화행사 진행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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