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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이 경기침체를 불러오는 모순적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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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이 경기침체를 불러오는 모순적 상황

[글로벌 마켓 워치] 금리ㆍ원자재가격ㆍ환율 등 가격변수가 문제

하반기 정부가 집행할 예산 규모의 얼개가 나왔다. 시중 금융기관들은 연이어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미국 정부 역시 금융규제 구조 개편의 칼을 뽑아들었다. 경제운용 제2막이 오른 셈이다.

하반기 경제(또는 경제지표)의 기본적인 흐름은 표면적으로는 상반기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을 것으로 본다. 모멘텀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전년동기대비 성장률의 하반기 중 플러스 반전이 기대되고, 소비지표 등의 상승세도 조금 더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선행지표들의 뚜렷한 상승세는 이러한 실물지표의 움직임을 예고하고(또는 이러한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중국 등 주요 경제권 모두에서 유사한 흐름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표로 나타나는 것만큼 하반기 경제가 편안할까?

얼핏 말이 안 되는 소리 같지만 어쩌면 하반기는 경제 지표가 추락을 거듭했던 상반기보다 더 힘든 시기가 될 수도 있다. 유례없는 대규모 재정지출이나 유동성 정책에 의해 경기 회복의 기울기가 가팔라지면 가팔라질수록 그 이면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모순적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부정적 심리는 정책금리와 원유 등 상품가격, 그리고 환율 등 세 가지 가격변수에 지속적으로 반영될 것이다.

경기가 회복되면 당연히 그 기대를 바탕으로 원유가격 등 국제원자재 가격도 상승한다. 그런데 이는 생산 비용의 증가라는 경로를 통해 기업의 이익이나 수출 경쟁력을 위축시키고 가계의 구매력을 하락시킨다. 경기 회복이 결과적으로 경기를 다시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는 셈이다.
▲왼쪽은 서부텍사스중질유(WTI)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흐름을, 오른쪽은 두바이유와 한국 CPI의 흐름을 보여준다. 공통적으로 경기회복→원자재수요 증가→원자재가격 상승→물가상승→구매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내년 이후 물가의 가파른 상승이 예상된다. ⓒKTB투자증권 제공

환율 역시 마찬가지인데, 경기회복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의 역할을 하는 미 달러화의 수요를 떨어뜨린다. 이는 원유 등 글로벌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한국을 비롯한 개도국의 환율 경쟁력 약화라는 고리가 돼 경제의 발목을 잡게 된다. 금리 역시,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고 그 기울기가 가팔라질수록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이는 현재 경기반등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를 흔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물론 각 변수별로 임계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임계치가 얼마인지 정확히 알 지 못한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높다. 금융시장 참여자 입장에서 보면 투자위험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올해 하반기 경제 흐름은 기본적으로 회복은커녕, 경제 전체(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 전체)가 향후 추세적인 경기회복을 이어갈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스트레스 테스트의 기간이 될 것이다.

경기회복과 가격변수 사이에 형성된 모순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현 경제체제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아직 이 부분에서 개선이 되고 있다는 확증을 가지지 못했다. 구조적인 문제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발생시킨 글로벌 수급 불균형이나 자금의 쏠림 문제, 투기적 자본에 대한 규제, 지난 1980년 대 이후 유지되어 온 신자유주의체제에 대한 보완, 산업부문의 재배치 등 광범위한 부분을 말한다.

아직 한국이나 글로벌 경제는 당면해 있는 위험 요인에 대응하기에만 급급하기 때문에 이 문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을 시도할 엄두를 전혀 못 내고 있다. 어쩌면 지난 6개월은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고 보는 게 정확한 이유일 것이다.

독자들은 불만을 가질지 모르겠으나 하반기를 넘어서는 추세적인 경기 흐름에 대한 생각 역시 비관적으로 흐른 이유다. 결국 현재 한국이나 글로벌 경제의 상황 또는 체력(또는 Fundamental)으로는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를 극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이 시각의 차이가 하반기 이후 추세적인 경제전망에 대한 필자와 낙관론자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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