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의 소통 부재와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시국선언이 점점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법조계 인사도 나섰다.
10일 변호사와 법학교수들은 서울 서초동 서울변호사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사회에서 공권력의 독선과 횡포는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우리 헌정질서 자체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시국 선언을 발표했다.
이날 선언에는 변호사 680명과 법학교수 195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와 같은 민주헌정질서의 기본적 인권은 심각하게 축소되고 있다"며 "또 국민들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와 사회정의를 위한 법치주의는 정부의 권력 유지와 기득권 보호를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통은 끊어진 지 오래고 일방적인 독주와 아집만 남았다"
이들은 "그간 국민들의 희생으로 쟁취하고 지켜온 인권과 민주주의를 경시해온 현 정부의 국정 운영 기조가 문제"라며 "정부와 국민들 사이의 소통은 끊어진 지 오래고, 오로지 일방적 독주와 아집만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부유층 감세, 규제 완화와 공기업 민영화, 한반도 대운하 등 소수만을 위한 경제 정책, 한반도의 극한 긴장과 대립 등을 이들은 독주와 아집의 결과로 꼽았다. 이들은 "정부와 여당은 성찰없이 용서와 화해, 국민 화합만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진정한 용서와 화해는 엄정한 책임 소재 규명과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민 화합은 민주주의의 회복을 통해서만이 가능할 것"이라며 "우리는 정부와 여당이 소통과 통합을 무시하는 독선과 아집, 이해와 공존보다는 배제와 힘의 논리에 휩싸인채 일방통행을 계속할 경우 더 큰 국민적 저항이 뒤따를 것임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박재승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우리가 당연히 가져야할 자유를 정권에서 붙잡고 있기에 요즘은 죄없이 불편하다"며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권력이라는 것은 국민들을 편하게 하기위해 잠시 (위정자에게) 맡긴 것인데 (위정자는) 마치 태어날 때부터 이것을 가진 것처럼 아무렇게나 사용하고 있다"며 "매우 불쾌하다"고 밝혔다.
"법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지 않을 수 없다"
이날 서울지역 13개 법과대학 학생회장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법을 수호해야 할 사명을 가진 대한민국의 법학도로서, 가장 기본적인 권리부터 보장받아야 할 한 명의 국민으로서, 그리고 민중을 이끌어야 할 지성인으로서 나섰다"며 "현재 정부의 민주주의 파괴 행위는 일일이 열거하기 버거울 정도로 우리사회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방어하기 위한 최고, 최후의 수단인 법이 현 정부의 칼날과 방패가 되어 국민의 기본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에 태어나 자란 법학도로서, 나아가 법학을 공부하는 대학의 대표로서 우리들은 현 시국에 대한 냉철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지 않을 수 없다"고 시국선언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정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며, 국민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고 보장해야 할 의무를 지니지만 우리 정부는 본래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민주주의 파괴의 만행은 곳곳에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에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 집회, 표현의 자유 탄압 중단,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 보장, 사법부 독립성 회복과 편향적인 검찰 수사 개혁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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