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가 한나라당 의원들이 잇따라 제출한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일부 개정안이 인권 침해 소지가 크다고 9일 밝혔다.
인권위는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 대표발의 2개를 비롯해 성윤환 의원 대표발의 1개, 정갑윤 의원 대표발의 1개, 이종혁 의원 대표발의 1개, 신지호 의원 대표발의 1개 등 총 6개의 안에 대해 "일부 규정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으므로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국회의장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에게 의견을 전달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우선 성윤환 의원 등의 안 중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신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기구의 제조, 보관, 운반 행위에 대한 추가 처벌 규정'을 지적했다. 이를 두고 인권위는 "폭력 시위의 가능성을 사전에 막겠다는 취지"라며 "그러나 이는 우리나라 형법과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서도 처벌하지 않는 행위이며 집회 시위 상황에서만 동일한 행위 유형에 대하여 처벌하는 것은 법체계 일관성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또 이 조항은 공익 보호를 위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더라도 형벌이라는 방식으로 제한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어긋난다"며 "과잉범죄화를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마스크 금지 법안, 잘못된 전제 기초"
인권위는 일명 '마스크 금지 법안'으로 알려진 신지호 의원의 개정안에 대해 "복면 등을 착용하고 집회·시위에 참석하면 불법 폭력 집회·시위를 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잘못된 전제를 기초로 하고 있다"며 "이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중대하게 위축시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설사 그러한 잘못된 전제를 받아들인다 해도 복면 등을 착용하는 것은 예비 행위를 처벌하는 것인데, 이 역시 과잉범죄화의 문제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이 통고만으로 영상 촬영을 할 수 있게 한 조항을 두고도 인권위는 "이는 사진 촬영이라는 검증을 허용해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되고 관할 경찰관서장의 자의적인 법집행을 허용하기에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반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인권위는 '소음 규제 강화 규정'과 관련해 "집회·시위가 필수적으로 수반할 수밖에 없는 소음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규제해 집회·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서는 주거 지역 및 학교의 소음 기준을 현행(주간 65데시벨 이하, 야간 60데시벨 이하 등)보다 10데시벨 더 낮췄다.
마지막으로 인권위는 정갑윤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 가운데 집시법 위반자에 대한 벌금액을 50~300만 원에서 250~1500만 원으로 상향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고, 신지호 의원 역시 벌금형의 상한액수를 증액한 것을 두고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권 행사에 대해 과도한 형벌을 적용하는 형벌만능주의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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