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는 총파업이다. 회사는 타협의 의지가 없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공장 문을 컨테이너로 막고 '옥쇄 파업'에 들어간 22일 이유일 공동관리인은 "쌍용차 구조 조정은 노사문제가 아닌 채권자와 채무자의 문제"라며 '벼랑 끝' 전술을 고집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3명이 공장 안 70미터(m) 굴뚝에 올라 이날로 열흘 째 고공 농성을 하고 있지만 회사는 반응이 없다. 2600명 정리 해고안을 수용할 게 아니라면, 총파업 외에 다른 선택지가 노조엔 없다. 그렇게 쌍용차지부의 무기한 총파업은 22일 시작되었다.
▲ 쌍용차지부가 22일 공장 정문을 컨테이너로 막고 공장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이른바 '옥쇄 파업'에 들어갔다. ⓒ프레시안 |
6개월간 싸워 온 쌍용차지부, 22일부터 정문 막고 '옥쇄 파업' 돌입
쌍용차지부가 공장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옥쇄 파업'에 들어간 이날 금속노조는 당초 서울에서 열려던 결의대회를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열었다. 쌍용차지부 조합원 1500여 명을 비롯한 3000여 명이 모인 이날 결의대회 분위기는 절박했다.
열흘째 70미터 굴뚝에서 농성을 하는 3명의 모습은 절박함을 상징한다. 굴뚝 농성을 하는 김을래 부지부장은 대회 중간 전화 연결을 통해 "승리하기 전에는 절대 안 내려간다"고 또 한 번 강조했다.
김 부지부장은 "경영에 실패한 대주주와 관리·감독에 실패한 정부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왜 노동자만 고통을 감수해야 하느냐"며 반문했다. 그의 절박한 목소리는 총파업에 참가한 쌍용차 조합원의 공통된 얘기였다.
▲ 이날로 열흘 째 70미터 굴뚝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3명의 모습은 쌍용차 노동자의 절박함을 드러낸다. ⓒ프레시안 |
그러나 조합원은 지쳤다. 지난해 말 대주주 상하이차가 법정 관리를 신청하면서부터 시작됐던 쌍용차 노동자의 "깜깜하고 긴 터널을 걷는 생활"은 어느덧 6개월이 됐다. 총파업은 이제 시작했지만, 조합원에게 지난 6개월은 매일 매일이 투쟁이었다.
아직 시동 안 걸린 금속노조…남겨진 1500명의 쌍용차 노동자
▲ 금속노조는 아직 채 투쟁의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이날도 결의대회가 끝난 뒤 다른 금속노조 조합원은 모두 버스를 타고 돌아가고, 1500여 명의 쌍용차지부 조합원만이 한적한 공장 안에 남았다. ⓒ프레시안 |
지난 20일 올해 산별 교섭 조정 신청을 낸 금속노조는 빨라야 오는 6월 1일 총파업이 형식적으로 가능하다. 그것도 현대차, 기아차는 6월 5일 조정 신청을 하는 것이 '목표'다. 금속노조가 계획하고 있는 전 조합원 상경 투쟁은 6월 19일이다. 민주노총도 6월 10일 이전으로 총파업을 당기긴 어렵다.
비록 금속노조가 25일부터 지부별로 돌아가면서 1박 2일씩 쌍용차지부의 총파업에 참여할 예정이지만, 결국 쌍용차가 외로운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실제로 이날도 결의대회가 끝난 뒤 다른 금속노조 조합원은 모두 버스를 타고 돌아가고, 1500여 명의 쌍용차지부 조합원만이 한적한 공장 안에 남았다.
'정리 해고 명단' 유령으로 예상보다 거세게 분 희망 퇴직 바람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쌍용차지부가 총파업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쌍용차지부 관계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미 240여 명의 관리직이 희망 퇴직을 신청했고, 생산직 가운데서도 1000여 명이 희망 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직을 대상으로 한 희망 퇴직은 한 차례 기간을 연장해 오는 25일까지다. 이창근 쌍용차지부 기획부장은 "희망 퇴직을 신청했다가 취소하는 사람도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는 이미 목표치를 달성한 셈이다. 삼일회계법인 보고서를 보면, 쌍용차는 2646명의 구조조정 대상 가운데 880명을 희망 퇴직, 1766명을 정리 해고할 계획이었다. 회사의 계획보다 더 많은 사람이 희망 퇴직을 신청한 것은 현장이 동요를 보여준다.
▲ 노조는 "조합원을 갈라 놓으려는 회사의 술수가 도를 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이 정리 해고 대상자 선정의 요건이지만, 회사가 "있지도 않은 명단으로 파업 동력까지 약화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희망 퇴직 신청자는 근속 연수에 따라 5개월, 7개월, 9개월치의 임금이 위로금 명목으로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지부의 한 조합원은 "사실 위로금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도, 나간다고 다시 취직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다 안다"면서도 "그래도 내가 명단에 있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그거라도 받아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하는 동료들이 많다"고 말했다.
노조는 "조합원을 갈라 놓으려는 회사의 술수가 도를 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이 정리 해고 대상자 선정의 요건이지만, 회사가 "있지도 않은 명단으로 파업 동력까지 약화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조합원은 "회사 관리자들이 일부 사람들에게 '너는 명단에 없으니 파업에 참여하지 말고 집에 있어라'고 말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실제 이날 집회에 참여한 쌍용차 조합원은 전체 5000여 명 가운데 노조 집계로 2000여 명에 불과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이 총파업 외에 뭐가 있냐"
▲ 이런 저런 조건에도 불구하고 지금 노조에게 총파업 외의 방법이 별로 없다. 70미터 굴뚝에 올라간 3명의 고공 농성은 이날로 열흘째다. ⓒ프레시안 |
쌍용차는 이날 노조의 총파업과 관련해 "불법 파업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응을 해 나갈 것"이라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적 구조 혁신 등 경영 정상화 방안은 회사의 생존 및 회생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서 계획된 일정대로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대전 이어 평택이 노-정 격돌의 장 되나?
노조는 일단 무기한 옥쇄 파업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금속노조도 쌍용차의 앞선 총파업을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 전반에 대한 노동자 투쟁으로 만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은 "쌍용차 문제의 최종 결정권자는 이명박 대통령"이라며 "쌍용차 뿐 아니라 현재 4000여 명의 금속노조 조합원이 정리 해고에 내몰리고 있는 있는 만큼 투쟁 목표는 이명박 정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별도로 건설노조가 오는 27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 구체적인 시기는 결정하지 못했지만 화물연대도 박종태 씨의 죽음을 계기로 대정부 투쟁의 시동을 걸고 있다. 여기에 쌍용차지부의 총파업이 맞물리면서 예상치 못했던 폭발력을 발휘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박종태 씨의 죽음 이후 노동계 투쟁의 중심이 됐던 대전과 더불어 평택이 노정 간 또 하나의 격돌지가 될지 관심을 모은다.
▲ 박종태 씨의 죽음 이후 노동계 투쟁의 중심이 됐던 대전과 더불어 평택이 노정 간 또 하나의 격돌지가 될지 관심을 모은다. ⓒ프레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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