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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명박 보좌관이면 '각하, 쏘십시오!'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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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명박 보좌관이면 '각하, 쏘십시오!' 할 텐데…"

개그맨 노정렬, '반값 등록금' 요구 청와대 1인 시위

"미국 시민들이 왜 오바마를 뽑았는지 아는가. 조지 부시 대통령이 너무 '조지고 부셔서' 이제 그만 '오바' 말라고 오바마를 뽑은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높은 등록금으로 신음하고 있는 대학생들을 몰아붙일 게 아니라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15일, 청와대 앞에서 만난 개그맨 노정렬(39) 씨가 말을 이어갔다. 그의 목에는 '청년 실(업자 되기 전에) 신(불자되겠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이 걸려 있었다.

구호로 등장했던 '등록금 1000만 원 시대'는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12일 2009년 대학 등록금 현황 정보공시 결과를 분석한 결과 영남대 제2캠퍼스의 1년 등록금이 1041만 원으로 1000만 원을 훌쩍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사립대 또한 일반대학은 744만 원, 산업대학은 708만 원으로 1000만 원에 다가가고 있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등록금 반액' 공약을 내세웠던 이명박 정권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전국 500여 시민, 사회, 학생, 학부모 단체들의 모임인 전국등록금네트워크(등록금넷)이 지난 4월 28일부터 반값 등록금 이행을 촉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하는 이유다.

그동안 학벌없는사회 홍세화 공동대표, 교수노조 김한성 위원장 등 사회 각계각층이 참여한 1인 시위에 15일에는 시사 풍자 개그맨 노정렬 씨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개그맨인 그는 왜 1인 시위에 나섰을까.

▲ 등록금 반값 공약 이행을 촉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는 노정렬 씨. ⓒ프레시안

"'등골이 록(녹)아가는 금액, 등록금!"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말이 이명박 정권에게 딱 맞아 떨어진다. 후보 시절 반값 등록금을 약속했지만 지금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신의를 믿고 그를 뽑아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실망감을 줬다. 결국 지금 청년들은 높은 등록금으로 실신할 지경에 이르렀다."

노정렬 씨는 "등록금 문제는 대학생만의 문제도, 학부모만의 문제도 아닌 우리 사회의 문제"라며 1인 시위 참가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등록금이 없어 대학생이 자살하거나 여대생이 성매매를 하다가 아버지의 손에 목졸려 죽었다는 뉴스가 하루를 멀다하고 터지는 상황이다.

그는 "등록금을 생각하면 계산이 안 나온다"며 "한 달에 300~400만 원 받는 월급쟁이들이 자식들 등록금 대려면 정말 등골이 빠진다"고 말했다. 그는 등록금을 '등골이 록(녹)아가는 금액'이라고 풍자했다.

혹자는 높은 등록금을 두고 "공부 열심히 해서 장학금 받으면 되지 않나"라고 반문을 하기도 한다. 그는 이런 사람들을 두고 "아이큐가 100도 안 되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전국 4800만 명의 국민 중 1% 안에 드는 사람은 4만8000명에 불과하다"며 "'아니꼬우면' 장학금 받으라는 소리는 이 1% 안에 들지 못하는 사람들은 다 죽으란 소리 밖에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정부의 모습은 결국 못난 놈은 죽어라. 이런 말 밖에 되지 않는다. 적어도 최소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판은 만들어 놓은 다음 그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는 만들어 놓은 다음 '열심히 해라'라고 말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 반대다."

"내가 이명박 보좌관이라면 '각하, 쏘십시오'라며 독려하겠다"

노정렬 씨가 말하는 '최소한의 판'은 바로 등록금 반값 정책이다. 그는 실현 여부를 두고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거 공약이기도 한 등록금 반값 정책을 왜 안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내가 이명박 대통령 보좌관이라면 '각하, 쏘십시오'라며 적극 독려하겠다"며 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물론 등록금 후불제, 등록금 차등 정책, 등록금 분할제 등 다양한 정책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졸업하고 나면 대부분 학생이 실업자 아니면 비정규직으로 한 달 100여만 원을 받는데 등록금을 어떻게 갚을 수 있겠는가"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왜 5대 0으로 졌겠나. 히딩크도 아니고…. 히딩크는 그나마 나중에 잘하기라도 했다. 중요한 약속인 반값 공약을 지킨다면 지지율은 금방 올라갈 것이다. 지금이라도 이행하면 내년 지방선거는 한나라당의 압승일 것이다. 그런데 왜 안하는지 모를 일이다. 왜 그러나, 아마추어같이…(웃음)."

노종렬 씨는 "단군 이래 최대의 삽질인 4대강 정비 사업에 쏟아 붓는 돈의 절반만 등록금 반값 정책에 투자하면 공약을 실현된다"며 "국가가 미래의 사업인 교육에 투자하기는커녕 멀쩡히 흐르는 강을 뒤집는데 돈을 왜 쓰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4대강 정비 사업에 쓰이는 사업비는 총 12조5018억 원이다. 등록금넷에서는 반값 공약 이행을 위해선 5조원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노정렬 씨는 등록금 반값 정책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국민들에 의해 대통령이 리콜 당하는 일도 생길수 있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

"등록금 반값 정책 이행안하면 '리콜'될 수도"

한편, 노정렬 씨는 자신의 주장이 행여 정권의 발목잡기로 내비치는 것을 꺼려했다. 그는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대통령과 원내 과반수를 차지했다는 것이 '너 마음대로 해라'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현 정권은 자신들과 반대되는 의견을 내면 '발목잡지 마라'고 몰아붙이기 일쑤"라고 주장했다. 그는 "말도 안 되는 걸로 발목을 잡으면 안된다"면서도 "하지만 뻔히 잘못된 곳으로 가고 있는 걸 보고서 어떻게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권력에는 권력 성립의 정당성과 권력 행사의 정당성이 존재한다. 과거 정권은 권력 성립의 정당성에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면 지금 정부는 권력 행사의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권력이 정당하게 성립됐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권력을 행사해서는 안 되는데 지금 정부는 권력을 아무렇게나 사용하고 있다."

노정렬 씨는 "조만간 대통령 소환법도 나오지 않겠나"라며 "권력은 국민이 표를 주고 산 것인데, 권력이 국민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리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탕발림인 헛된 공약으로 사람들을 속인 다음 권력을 쥔 것은 외판원에게 속아 잘못된 상품을 구매한 경우와 비슷하다"며 "이 경우 상품을 환불해달라고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는가"라고 설명했다.

노종렬 씨는 "그런 일을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 등록금 반값 정책은 이행돼야 한다"며 "등록금 문제는 좌우, 진보보수, 여야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라며 거듭 등록금 반값 시행을 촉구했다.

대선 이후 뚝 끊긴 시사 풍자 개그 프로그램…"요즘 방송판, 이렇다"

이날 노정렬 씨는 방송가에 시사 풍자 개그 프로그램이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그는 "공중파 방송 중에서 시사 풍자 프로그램을 하나라도 봤나"라며 "요즘 방송판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그 역시 2007년 대선 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시사 풍자 개그를 한 이후 공중파에서 시사 풍자 개그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현재 한 케이블 방송에서 시사 풍자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그는 "시사 풍자 개그라는 것이 일방적으로 대통령을 욕하거나, 여당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며 "만약 그렇다면 시청자들이 용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사 풍자 개그는 국민의 시각에 맞춰서, 국민을 중심으로 만들어진다"며 "대상은 대통령만이 아닌 국민이 관심을 가지는 모든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사 풍자 개그가 편향적이라는 부담을 느끼는 PD와 개그맨들이 여기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며 "솔직히 편향적이라고 하더라도 방송에는 좌익, 우익, 수구 등 다양한 스펙트럼이 섞여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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